부끄럽지만.. 딸아이가 참 밉다

-내가 낳은 딸이 미울줄이야-

by 최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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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기전에 나는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분명 우리엄마는 나보다는 오빠를 더 편애하는것처럼 느껴졌고 단순히 몸이 더 약했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일수밖에 없었다는 엄마의 말이 변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두 딸의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다만 깨물어진 열손가락의 아픔정도가 다를뿐이었다.






첫째딸인 영원이가 커갈수록 나는 그걸 더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눈길도 마음도 손도 더 많이 가는 이놈의 큰딸이 나에게는 더 아프다 못해 이제는 밉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어떻게 내뱃속에서 나온 딸이 밉다는 생각까지 할까

거기다 때로는 버겁게까지 느껴져 그냥 확 손을 놔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드는걸까..


이런 극단적인 생각이 드는 날이면 나는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에 내스스로를 더 자책하고 타박했다.


얼마나 마음그릇이 작은 엄마이면 고작 열살밖에 안되었고 십년이란 시간동안 뱃속에서부터 애지중지 노심초사 기른 딸을 두고 이런 심리적인 갈등을 하는건지

나도 참 숙성이 덜된 못난 엄마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아이가 수습못할만한 큰 사고를 치는것도 아니었고 일상생활이 어려울만한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도 아닌데..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잘해내고 있는 아이인데..

나는 늘 예민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딸아이가 마음 벅차도록 불안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격의 단점들을 고대로 빼다박아서 더더욱 보기 불편하고 대하기 어렵게 느껴진걸지도 모르겠다.

어쩜 닮을게 없어서 그런 점들을 닮은건지

너도 참 세상살기 고달프겠다 싶어 아직 다 여물지도 않은 딸아이를 내가 감당하지 못할정도로 걱정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아이가 이전에도 몇번씩이나 곱씹으며 얘기했던 학교생활의 어려움들과 친구들에 대한 불만들을 또다시 내게 마구 토해냈다.


예민하고 여린아이 입장에서는 그게 쉽게 지워지지 않은 얼룩같은것이어서 그나마 편한 엄마에게 쏟아낸거였겠지만 오늘따라 그 불만 또한 직접 당사자에게 얘기하지도 못하고 남탓하듯 자기중심적으로만 얘기하는 열살짜리 딸래미의 모습이 울컥하면서 성질이 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며 똑같은 얘기 좀 그만하라며 아이를 다그쳤다.

막상 그런 얘기를 해야하는 친구들에게는 말한마디 못하고 있으면서 왜 자꾸 다른 친구들이 잘못되었다고만 얘기하는거냐며 큰소리를 질러버렸다.


아이는 놀란얼굴로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고 나는 다시 숨을 고르며 차분하게 얘기했다.

다른사람이 중요한게 아니라 너가 중요한거며 너가 스스로를 지키지못하면 다른사람들도 도와줄수없다고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고개를 잠시 끄덕이더니 금새 방문을 닫고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이의 울것같은 표정에 아차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계속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해야할 말들을 표현하는것을 힘들어 하는것인지..


본인이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다니다보니 그게 아이의 작은 마음에 자꾸만 담아지는것 같아 큰아이를 볼때마다 마음이 답답해지곤 했다.


그래서 심리상담도 받아보고 친구들을 만날수있는 자리도 만들어 쫒아다녀 보기도 하고 표현에 도움이 될까 싶어 연기학원도 보내봤는데 점점 나아지는것 같으면서도 제자리인것 같고

결국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자신의 생각과 기준만 옳다고 주장하는 큰아이가 가끔 너무 미웠다.


제일 힘든건 아이라는걸 알지만 나의 노력에도 요즘따라 점점더 외롭다 심심하다 친구가 없다 등등의 고민과 불평을 늘어놓는 아이가 자꾸만 버겁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오늘 나도 모르게 뻥하고 감정이 터져버렸다.




우리부모님도 이런 감정이 드셨을까?

내가 넘 미웠던적이 있었을까?

내가 넘 버거워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적이 있었을까?





그래도 아이는 버럭했던 나를 그래도 엄마라고 금새 잊고 잠시후 다가와 품을 파고들며 손을잡기도 하고 어깨를 주무른다고 조물거렸다.


내가 너무 내기준에 아이를 맞추려 했기 때문인것은 아닐지

내 마음속에 남은 불안함때문에 아이를 놓지못하고 계속 감싸려고만한건 아닌지


아이의 조물거림에 그제서야 숨을 고르며 다시 한번 내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오늘 아이의 성조숙증 검사를 들으러 병원에 갔다 주차할 자리가 없어 병원 지하주차장 안 장례식장 입구앞에 차를 세우게 되었다.

서둘러 접수를 하고 진료순서를 기다리는도중 상복을 입은 남녀분이 소아과 접수대로 와 잠시 간호사에게 얘기를 하는모습이 의아해 괜히 오랫동안 그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잠시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를 만나고 나온 그분들의 모습이 왠지 안타까워 마음에 남았는지 진료를 마치고 차로 돌아가는길 장례식장 앞의 전광판을 우연히 보게되었다.


많은 어른들 사진들 위로 아직 너무나도 어린 아기의 사진이 함께 올라와 있었다.

그아기의 부모님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분들의 모습이 겹치면서 한참동안이나 눈을 뗄수없었다.


그리고 순간 아이에 대한 나의 미움도 잠시 누그러들었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잃은 부모님은 미움만이 가득하더라도 그 아이의 열살, 스무살, 그 이상을 보고 함께 하고 싶으셨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건가 싶었다.


십년쯤 지나면 아이가 나를 힘들게 한 지금의 순간도, 그로인해 아이를 미워했던 못난 내마음도 그때쯤이면 아무렇지도 얂은것들이 되어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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