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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산티아고로 떠나니?

우연을 놓치지 않고 잡으면, 인연이 된다.

by 신아영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때? 다녀온 사람들마다 극찬하던데."


퇴사를 결심한 후 무작정 한 달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여러 후보지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요즘 유행이라던데 제주도에 가서 한 달을 살아볼까? 물가도 싸고 휴양하기 좋은 동남아는 어떨까? 아예 돈 쏟아부어서 유럽 배낭여행? 여러 갈래의 고민 중 친구가 무심결에 던진 말에 귀가 솔깃했다. 800km를 도보로 횡단하는 코스라니!


당장 인터넷 검색창을 켜고 "산티아고 순례길" 키워드를 입력한 순간, 다녀온 사람들의 찬양 후기가 넘쳐났다. 딱 한 달 정도 쉬고 싶었고, 이왕이면 경험해보지 못한 장소에 있고 싶었고, 액티비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우연의 일치라기에는 너무도 완벽한 장소가 내 눈앞에 뚝 하고 떨어진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야곱(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르는 길이다. 산티아고(Santiago)는 야곱(야고보)을 칭하는 스페인식 이름이며, 영어로 세인트 제임스(Saint James)라고 한다.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성스로운 도시로 선포한 바 있다. 1987년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가 출간된 이후 더욱 유명세를 탔으며, 또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되자 유럽과 전 세계로부터의 성지순례가 더욱 활발해졌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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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은 가장 많은사람이 가는 프랑스길을 비롯해 마드리드길, 북쪽길, 포르투갈길, 은의 길 등 여러 루트가 존재한다. 나는 순례길 왕초보이므로 가장 정보가 많은 프랑스 길을 택했다. (지도의 초록색 루트 참고)


스크린샷 2016-07-23 오전 12.20.27.png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러 루트가 있는데 내가 택한 '프랑스길'은 약 30~35일의 일정으로 스페인 북부길을 걷는 루트다.




여행지를 선택한 것도, 첫 회사에 들어가게 된 것도 모두 우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운명처럼 산티아고에 이끌려 파리 in, 바르셀로나 out 비행기 티켓을 끊고보니 문득 나의 첫 회사 입사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언론사 입사 준비를 약 1년정도 하다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는 일반 기업 공채를 수 차례 지원했었고, 아슬아슬하게 계속 될 것처럼 굴다가 면접에서 떨어져버리는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니 그 해의 대기업 공채가 모두 끝나있었다. 동굴 속을 걷는 듯한 암흑 속에서 뭐라도 찾고 싶었고 이리저리 둘러보다 우연히 학교 경력개발센터에 접속했는데 듣도보도못한 인턴모집 공고가 눈에 띄었다. 이력서를 카카오톡으로 접수받는다는게 아닌가.


말도 안되는 '자소설' 찍어내기에 지쳐가던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회사가 나의 첫 회사 '스포카'였다. 스포카 덕분에 스타트업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알았고, 인턴 경험만 쌓고 나오려던 그 회사에서 3년 반동안 알차게, 뜨겁게 일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채용공고 한 페이지 덕분에 내 치열한 이십대 중반의 기록이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감사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산티아고로 떠나기로 작정한 다음 날, 거짓말처럼 "나의 산티아고"라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우연 치고는 참 신기하지, 시간이 맞으면 봐야겠다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약속 시간 전 시간이 떠서 뭘 할까 고민하던 중 영화관 앞을 지나게 됐다. 그런데 상영관이 몇 없어서 시간 맞추기 어렵다던 "나의 산티아고"가 바로 내가 영화관을 지나고 있는 그 시간대에 상영하는 것을 발견한 순간 "아!" 하는 탄식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우연처럼 스쳐지났던 채용공고를 보고 망설임없이 입사 지원서를 넣었던 것처럼, 선물처럼 내 눈앞에 펼쳐진 산티아고와의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어보기 위해 나는 또 한번 망설임없이 영화 티켓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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