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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영 Jan 23. 2017

0. 결혼 준비를 시작하다

우리는 왜 결혼하는걸까

2017년 봄, 인생의 파트너를 만나 결혼을 한다.


결혼이라니,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우리 둘인데 결혼이라니.

식장을 알아보던 중 "신랑, 신부"라는 단어를 우리에게 쓸 때마다 온 몸 깊숙한 곳까지 닭살이 쫙 돋는다. 대학시절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거야"라고 선언했던 나이기에 친구들은 "배신자"라는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시댁, 친정 이런 단어들은 여전히 내게 멀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선언들을 거스르고, 새로 얹어질 관계의 부담을 안고 끝끝내 우리는 결혼하기로 했다.  



결혼하지 않아야 할 수많은 이유들, 그리고 결혼하는 이유


한국 사회에서 결혼한다는건 개인으로서 누리던 자유를 꽤 많이 포기하고, 주류 사회로 편입한다는 것을 뜻한다. 부모님은 과년한 딸이 혼자서 늙어갈까봐 전전긍긍해하지 않으셔도 되고, 시부모님은 집안에 며느리가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로 기대감이 크실 것이다.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모든 커플의 이유가 다를지언정,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대체로 비슷비슷한 모양새인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다들 나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꿈꾸다가도 결국 비슷한 웨딩홀에서 비슷한 주례사에 비슷한 옷을 입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성혼선언문을 낭독한다. 남들보다 더 돋보이기 위해, 혹은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드러나는 모든 것에 시간과 돈을 들여 정성껏 준비한다.


현실적인 문제로 '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려 하지 않는다고 언론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늘어놓고, 주위에 싱글 라이프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도 돈 때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결혼을 준비하려고 보니 집을 얻으려 해도, 식장을 잡으려 해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수중의 돈이다.


이렇게 내가 누리고 있던 싱글 라이프의 자유를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 또 눈앞에 닥친 현실의 돈 문제를 억지로 극복해 나가면서까지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더 나은 삶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하나보단 둘일 때 더 풍성한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찬 기대.


낭만적 결혼 준비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결혼에 접근하다.


그러나 우리의 결혼 준비는 굉장히 비관적이다. 언제든 우리는 싸울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결혼 후에도 헤어지는게 나을지 모르는 상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차고 넘쳐도 모자랄 시즌에, 우리는 이성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때로는 업무를 처리하듯 전략을 짜기도 한다.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분담하고, 서로가 쓸 수 있는 시간을 체크하고, 일의 진행상황을 팔로업 하다보면 이게 결혼 준비를 하는건지 팀플레이로 일을 하고 있는건지 헷갈려 웃음이 나기도 한다.


결혼 목표 : 2017년 5월 안에 결혼'식'을 끝낸다.
방법 : 가용 예산을 확인, 최소한의 절차로 식을 마치려는 우리의 의사를 양가에 전달, 장소와 일시를 확정, 기타 준비사항 확인 ...


식을 준비하며 매번 다짐하는 진리는 결혼 자체가 우리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서로 더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으며 삶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수단으로 잘 활용해 나가려는 중이다. 그러나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모습들을 많이 목격하곤 했다. 결혼'식'에 치중해 준비 과정에서 틀어진다든지, 우리의 행복보다는 남의 시선이 우선된 결정을 내린다든지 하는 모습들.


결혼 준비를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이런 문제들을 꽤 많이 줄여나갈 수 있다. 매 순간 서로 결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잘 달성하기 위한 전략들을 나누다보면 냉철하게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곤 한다.





패션/뷰티 트렌드보단 사회 이슈에 더 관심이 많고, 디저트가게 케잌보단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는것을 더 즐기는 나. 여자들과 스스럼없이 뷰티 정보를 교환하고 수다를 떨고, 술 마시는 것보단 운동 후의 근육통을 즐기는 네가 만났고, '우리'는 결혼 준비 과정부터 우왕좌왕 하면서도 재밌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미래를 논하고 있다.


일단 우리 힘으로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결해보자고 합의했긴 한데, 뭣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함 그 자체다. 힘들면 힘든대로 그 과정들을 기록해두려고 한다. 가장 적은 돈으로, 우리끼리 소박하게 결혼식을 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시행착오들이 다음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혹은 위로가 된다면 그 자체로 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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