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써보지 뭐.
"하루에 딱 30분씩만 글을 써보면 어때?"
설 연휴를 맞아 우리가 좋아하는 서점 구경을 하다가 남편이 불쑥 말했다.
좋다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던건 그간 나태해질대로 나태해진 내 모습을 너무 잘 알아서일거다.
무언가를 쓰고있는 사람에게 늘 매력을 느껴왔건만 정작 요즘의 나는 부끄러움 한 덩어리다.
머리는 언젠가부터 사고하기를 멈췄고 단순하고 자극적인 것만 찾아 헤매는 한 마리 하이에나가 되어버렸다.
퇴화되어가는 글쓰기 근육을 다시 움직여야겠다고 막연하게 또 생각만 하고있다가 이렇게 뒤통수를 세게 맞아버렸다.
그리하여 시작한다.하루 30분 쓰기.
오늘은 무엇에 대해 써볼까 하다가 앞으로 해나갈 하루 30분 쓰기를 소재로 삼았다.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라. 궤변같지만 뭐라도 써보지 뭐.
(그 전에 벌려놓은 글감들부터 어떻게 좀 해야겠다..)
1. 하루 30분을 온전하게 투자하기.
오늘부터 하루 30분 글쓰기에 온전히 집중해보기로 한다.
밥먹다가 갑자기 필 꽂혀 삼십분만에 글 한편을 뚝딱 쏟아낼만큼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우리 대부분의 '범인'들은 그게 잘 안된다. 다행인건 주변에 천재보단 평범한 나같은 이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의지하여 꾸역꾸역 써나가야 한다.
꾸역꾸역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글쓰기는 노동이다.
글감을 고르고 가장 최적의 표현을 발굴하고 맥락이 잘 전달되도록 다듬고 다른 사람들의 좋은 글을 참고도 하고. 적어도 글을 계속 쓰고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모든 것이 몸에 익을 수 있도록 매일 일정 시간을 쏟아 훈련해야 한다. 앉아서 영감이 떠오를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며 좋은 글이 나오기를 바라는건 운동하지 않고 모델의 몸매를 욕심내는것과 마찬가지다.
우선 자리에 앉으면 인터넷부터 차단하고 시작해야지.
2. 멋져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글을 쓸때면 언제든 남의 시선과 반응에 욕심이 난다. 자꾸 헛힘이 들어가 문장은 길어지고 본질은 날아가버린다. 정작 내가 하고싶었던 말보다는 겉멋잔뜩든 해괴한 문장들의 조합만이 남아 나를 괴롭게 한다. 멋있어 보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개소리 헛소리라도 마구 지껄여보기로 한다.
마음을 비우면 한 줄이라도 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3. 새로운 양식도 계속 시도해 보자.
나는 글을 쓸때 거의 항상 수필 형태로 써왔었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소개하고 끝에는 억지로 뭔가의 교훈을 줘야만 할것같은 고등학생 문학 지문에 나올법한 수필.
반면 내가 알고있는 개념들을 쉽게 전달하는 글은 써본지 정말 오래됐다. 평소 글쓰는 습관이 수필 형태로만 들어버려서 다른 양식의 글은 거의 써볼 생각도 잘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몸담고 있는 회사의 장점을 담아 금융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글에도 도전해보고자 한다.
4. 죽이되든 밥이되든 마무리 해보기.
내 브런치에 벌려놓은 글감만 몇갠가 ㅜ.ㅜ.
하고픈 말은 항상 많은데 지구력이 떨어져 매번 마무리를 잘 짓지 못했다. 이번 하루 30분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벌려놓은 글감들은 멋이 없더라도 꼭 마무리는 지었으면 싶다.
아이러니하게 가장 열심히 글쓰기에 집중했던 때는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고 인터넷 환경도 열악했던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였다. 글 쓸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내려놓고, 글 쓸 시간을 억지로 만들어서 꾸준히 트레이닝 해봅시다.
부디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기원해주세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