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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영 Dec 23. 2017

나 홀로 신혼여행

시트콤같지만 실화입니다. 

남편 없는 신혼여행이 시작되었다. 

단편소설의 첫 문장으로 삼으면 좋을법한 이 문구가 내 일이 될줄이야.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싱가폴에 와있고, 3일 정도를 혼자 보냈고, 이제 내일 아침이면 남편이 도착한다. 

우여곡절 많았던 몇일간의 일을 복기해본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12/20일부터 1/4일까지, 장장 14박 15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결혼은 4월에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신혼여행을 겨울로 미루게 됐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퍼즐 하나가 빠진것만 같은 기분이 둘 다 들었지만 "별거 아닐거야"라고 서로를 다독였는데, 사건은 출발 전날 일어났다. 


"나 웹 체크인이 안넘어가 ㅠㅠ"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온 남편. 별일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사연인 즉슨, 싱가폴은 유효기간 6개월 이내의 여권은 입국을 불허한다는 것. 

남편의 여권은 4개월 가량의 유효기간이 남아있었고, 때문에 체크인이 자꾸만 막혔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이것저것 방법을 모색했다. 


"긴급 여권을 발급받자!"


공항에서 특별한 사유라고 인정받을 경우 긴급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근데 우리 비행기는 아침 9시 비행기인데, 긴급여권 발급 서비스는 아침9시부터 시작한다. 

어쩔수 없이 비행기 표를 조정해야겠다 싶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터졌다. 


우리의 두번째 여행지 인도네시아 발리의 경우 긴급여권은 입국을 잘 시켜주지 않는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꼼짝없이 새로운 여권을 발급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표를 다 취소하고 여권이나오면 같이 출발할까 싶었는데, 남편은 그러면 자기가 더 미안해진다고 혼자라도 출국하라고 계속 부탁아닌 부탁을 했다. 자기 금방 여권 만들어서 합류할테니 혼자라도 예약해둔것들 잘 즐기라고. 남편 없는 신혼여행 출발이라니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 그렇게 다가왔다. 




그리고 출발 당일. 

장기간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마무리 짓고 가야할 업무가 태산이었다. 결국 밤을 꼴딱 새고 아침 5시경 집을 나섰다. 


정신은 몽롱하고 날은 춥고. 아직 잠이 덜깬 남편이 캐리어 끌고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배웅을 해주는데 왜 그렇게 심통이 나던지. 나도모르게 자꾸 틱틱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남편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나도 여러 유의사항을 같이 체크했어야 하는데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신혼여행 준비를 거의 남편에게만 맡겨두고 챙기지도 못했었다. 나야 이렇게 출발이라도 하지 남편은 혼자 집에서 마음 뒤숭숭하게 몇일을 보낼텐데. 이렇게 생각하니 틱틱댔던것이 괜스레 미안해졌다. 


버스 타기 전 살짝 눈물이 글썽해진채 아쉬운 생이별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그래, 이왕 이렇게된것 나중에 잊지못할 추억으로 기억하자 맘먹으며 체크인을 하려는데.. 


"손님 이 예약번호는 예약이 취소되어있습니다."


이 직원분이 도대체 무슨소리 하시는거지? 

왜 자꾸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나 출국 못하나..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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