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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길(2) 선물처럼 주어진 파리에서의 하루

조급해하지 않아도 길은 열린다.

by 신아영

장장 11시간의 비행 끝에 프랑스 샤를드골공항에 입성했다. 허리는 아프고 푹자지 못한 턱에 피곤이 덕지덕지 붙은 상태였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파리의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은 수백번도 더 들어 자연스레 귀중품이 든 가방을 꼭 끌어안게 되더라.


산티아고를 가는데 왜 파리를 왔냐고 물으실 수 있겠다. 내가택한 순례길 "프랑스길"은 프랑스-스페인 국경인 프랑스령 생장(Saint-Jean-Pied-de-Port) 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본격 진입하는 코스라 파리 in 비행기표를 끊었다. 이후 파리 몽빠르나쓰 역에서 TGV를 타고 5시간을 이동해 바욘(Bayonne)이라는 도시에서 다시 생장으로 이동한다.


이번 여행은 파리 방문이 주 목적이 아니었기에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나보다도 더 아쉬워할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도시이기에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다.


프랑스어를 1도 하지 못하는 점, 아침 일찍 몽빠르나쓰 역으로 넘어가야하는 점 등을 고려해 몽빠르나쓰 근처의 한인민박 '파란집'을 첫 숙소로 잡았다.


이리저리 길을 찾다 숙소를 잘 찾아왔음을 알게된 순간의 안도감이란.

짐을 풀고 민박집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침대에 몸을 뉘이니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다. 더불어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이제는 정말 걷기 시작하겠구나.


막바지 꿀같은 휴가처럼 찾아온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는데 저녁은 "마이리얼트립"에서 야경투어를 신청했고 낮 시간이 붕 떴다. 뭘 하지 고민하는데 의논할 상대가 없으니 구속받지 않으면서도 심심했다. 혼자하는 여행은 이토록 여유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동무가 없어 외로운 점이 느껴지더라.


우선 민박집 근처 프렌치 레스토랑에 가서 거하게 한끼하자 하는 마음으로 대책없이 나왔는데 함께 민박집에서 묵게된 언니 한 분이 프랑스어로 주문을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정말이지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기분이었다.



꿀맛짱맛 프렌치 레스토랑 오늘의 런치 메뉴.


밥을먹고는 시내로 나갔다. 개선문과 샹제리제를 걸어보자 하고 나갔는데 발걸음이 자꾸 옮겨져 콩코드 광장,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미술관까지 걸었다.

본의아니게 많이 걸었는데 걸으면서도 순례길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걷는중 여러 건축물들을 봤는데 그중 멋있던건 프랑스 의회 건물. 파리는 눈을 좀만 돌리면 보이는 모든 건물들이 이렇게 멋지구리하다.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금은 민박집에 돌아와 누워서 브런치를 쓴다. 저녁을 먹고는 프랑스의 끝내주는 야경을 보러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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