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으로 가기 전 마지막 숨돌리기
열심히 쓰다가 폰을 잡고 잠들었는데 와이파이가 끊겨 몽땅 글이 날아갔다. 허전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
파리에서의 꿀같은 하룻밤을 보내고 바욘(bayonne) 이라는 도시로 향했다. 민박집에서 순례길 가시는 지혜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기차역까지 동행했다.
전날 민박집에서 몽빠르나스역까지 걸어봤는데 지하철 3개역 치고는 걸을만해서 아침에 길안내를 했다.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하셨는데 내가 해외 땅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게 경이로웠다.
아침 7시25분 TGV를 탔는데 기차가 길고 사람이 많아서 좌석찾는게 어려웠다. 출발 2분전 극적으로 내 자리를 찾아 앉았더니 등에 식은땀이 확.
다섯시간을 달려 바욘역에 도착했다. 와이파이를 잡아 친구들,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내가 묵을 숙소인 한인민박 써니게스트하우스로 고고씽. 이 동네는 24시간 자유롭게 버스를 탈수 있는 티켓이 2유로다.
순례자들은 보통 바욘을 거쳐 생장으로 향하기 때문에 보통 이 곳을 스쳐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출발 전 바욘 근처의 비아리츠에 대한 찬사를 몇번 들어서 생장이 아닌 바욘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비아리츠는 자연풍광이 정말 빼어나고 특히 해변의 경우 거세게 치는 파도 덕분에 전 세계의 서퍼들이 사랑하는 도시라고 한다.
파도의 세기가 느껴지는가. 여지껏 들었던 파도소리보다 백배는 강렬했다. 파도가 부서지면서 만들어내는 하얀 거품을 보며 뜬금없이 인생의 허무함을 생각했다. 휴양지답게 사람은 많았는데 프랑스 여행하면서 한국사람을 못 본 첫 장소였다. 문득 고독함을 몸 깊이 느꼈는데 다음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과 방문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다시 바욘으로 넘어와 강가를 바라보는 테라스에서 저녁 한끼. 소고기 요리였는데 맛있었다. 야경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요즘의 프랑스는 해가 정말 길다. 밥을 먹는동안 8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지지않음.
이제 아침이되면 생장으로 넘어가 첫 일정을 시작한다. 정말 본격적인 시작이다. 숨 한번 깊게쉬고 다시 잠을 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