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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영 Oct 04. 2021

강아지를 키우며 알게된 것들

당신이 강아지를 키워야 하는 이유

우리  강아지 두기와 함께한지도 어느덧 일년을 훌쩍 넘었다.

포천 길바닥 출신 두기는 코로나 장염도 이겨내고 쑥쑥 자라 어엿한 성견이 되었다.


이렇게 작았던 친구가 거대해졌습니다! 왕크왕귀


그 시간동안 나의 생활과 주변이 꽤 많이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내 인생에서 결혼 다음으로 가장 큰 변화이기도 하다.

강아지를 키우며 새롭게 알게된 점들을 중점으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1. 우리 동네, 골목길


이제 이 동네에 살기 시작한지도 벌써 햇수로 5년차다.

그러나 비로소 이 동네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기 시작한 건 두기가 오고나서다.

그간 동네에서 길을 오고갈 땐 건성건성 핸드폰도 쳐다보며 내가 가야하는 목적지로만 바삐 걷느라 동네 구석구석 골목길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출퇴근길 같은 길로만 왔다갔다하니 도무지 동네에 정 붙일 일이 없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거다.


그런데 강아지와 함께 동네를 걷기 시작하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털동물들은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것이 많은지 매일 산책을 나오면 매일 새로운 길을 가고 싶어한다.

저 쪽으로 가면 뭐가 나오는지 나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동네에서 길을 잃어버리기야 하겠어, 라는 마음으로 강아지와 함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간다.

처음보는 길이 두렵지 않은 용감한 강아지 두기

그러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들.


아,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다시 우리집 가는 길이 나오는구나. 이 골목엔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아? 파란지붕 집 아줌마는 개를 싫어하니 다른 길로 가야겠다.

강아지와 함께 우리 동네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발견해나간다. 핸드폰 보느라 대충 걷던 길이 이제 살아있는 우리 동네의 골목길이 되었다.


골목길을 헤메다 돌고 돌다보면 다시 제자리로 오게 되기도 하고.

가끔 막다른 길이 나오면 겁먹지 않고 다시 왔던길로 돌아가고. 탐색하다보면 걷기좋은 골목길도 알아가고.

머릿속에만 있던 ‘상도동’이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걷고 알아가는 ‘우리 동네’가 되어가는 중이다.

두기가 내게 준 선물. 우리 동네.


2. 규칙적인 일상의 소중함


두기는 실외배변을 한다. 그 말인즉슨 매일 규칙적으로 산책을 나가줘야 한다는 것이다.

술먹고 숙취로 괴로워하다가도 주섬주섬 옷을 입고 두기에게 끌려나가듯 산책을 나간다. 나가야만 한다.


강아지와의 산책은 즐거울 때도 많지만 때때로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와서 바로 눕고싶을 때의 유혹을 이기고 또 산책을 나가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을 때도 있다.

그래도 꾸역꾸역 나가 강아지 줄을 잡고 동네를 걷다보면 또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매일 일정한 양의 햇빛을 쬐고 꾸준하게 걷기 운동을 해주는건 심신 건강에 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집에 누워만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바깥의 부산스러움 역시 또 한번 열심히 살아갈 동력을 준다.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피곤해도 안 나갈 수가 없지.


두기가 오고난 뒤엔  쓸데없는 일정을 최소화하고 일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온다.

이유는 단순하다. 혼자 있었을 두기와 밤 산책을 함께해야 하니까.

예전엔 급작스럽게 누군가를 만나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일들이 잦았는데, 이제는 미리 정해진 약속이 아니면 “번개”따위의 약속을 최소화하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재미있는 요소가 하나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겐 규칙적인 일상이 자리할 수 있었던건 역시 두기 덕분이다.


두기가 가져다준 규칙적인 일상은 내 인생에서 최초의 경험이었다.

그간의 내 인생은 뒤죽박죽 엉망진창 서프라이즈 사건들이 그득했었는데 그 자리를 정돈된 일상이 채워줬고, 규칙적인 일상이 가져다주는 안정감을 즐기고 있다.

안정감을 찾고싶은 분들이 있다면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끝까지 키우실분만!!)



3. 강아지가 이어준 새로운 인연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이직 등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거나, 친구로부터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거나, 온라인을 통해 관심사가 통하는 사람들/동호회를 찾아보거나.

그런데 최근 내 주변의 새로운 인연들은 대부분 두기 덕분에 알게된 사람들이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내 강아지와 성격이 맞는 친구 강아지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잘 안다.

맘 맞는 강아지들끼리 실껏 뛰고 뒤엉켜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슴 깊은곳에서 차오르는 찐 행복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렇게 맘 맞는 친구들을 어디서 찾느냐가 관건이다. 성격이 맞아도 강아지 나이대와 크기, 무게, 그리고 견주들의 성향까지 잘 맞아야 인연이 지속될 수 있다.


두기는 운이 좋았다.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며 산책하다 만난 강아지들이 그야말로 두기의 찐친이 되어주었다.

처음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만난 춘식이를 시작으로, 수호, 빌리, 춘식이동생 춘배까지.


처음 받았던 춘식이 견주님의 질척거림 (?) 이후 친해진 수호도 미리 언급했었다. ㅎㅎ


더 감사한건 두기 친구들의 견주분들과 우리가 성향이 잘 맞았다는 점이다.

한 동네에서 맘 맞는 강아지 육아 동지들이 있다보니 곧 강아지 공동육아의 세계가 열렸다.


서로 집을 오래 비우게 되는 날에는 각자의 집에 강아지를 맡기기도 하고, 우리 강아지가 안쓰는 물건들을 나눔하기도 한다.

단톡방을 열어 강아지 이야기들로 시작해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하루종일 깔깔거린다.

매일 산책하며 만나니 가끔은 가족보다도 자주 볼때가 있고, 두기 역시 본 주인인 우리보다 다른 견주님들을 반기고 좋아해준다.

강아지 뛰는 것 보는데 진심이라 분기마다 강아지들 데리고 여행가는데 인간들이 더 신나는 그런 여행들을 벌써 다섯번이나 다녀왔다.


최근 알게된 인연 중 가장 감사한 인연들 역시 두기 덕분이다.

이쯤되면 두기는 복덩이중의 복덩이다. 세상 귀여운 것만으로도 많은 행복을 주는데 이렇게 많은 선물을 가져다 주다니.


상도동 개벤저스의 시작. 빌리 두기 춘배 춘식 수호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들 많이 나오는 유튜브 “까만마음빌리​”도 보러가세요! 빌리 유튜브지만 우리집 두기 분량이 꽤 많은건 안비밀 :-)

강아지는 역시 세계제일 최고 귀엽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다들 강아지 키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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