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90% 수학교사 일기-4

F 90% 교사의 자기 인식

by Theta

사기업에 다니는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듯 나의 자리에 앉았던 전임자와의 비교는 교사 역시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지금의 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수많은 학생들이 내 자리에 계셨던, 하지만 나는 얼굴조차 알 수 없는 어떤 선생님을 추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중한 방학 시간에 그 선생님을 보러 교무실을 찾아온 아이들, 그렇지만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낯선 누군가. 아이들이 나에게 느끼는 벽을 넘어서는 건 단순히 업무를 잘 인수해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선생님들도 가끔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어제는 다소 잔인하지만 나와의 비교를 하기도 하면서.

"oo샘(나)은 너무 진지해. ㅁㅁ샘이 하는 것처럼 좀 놀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하, 진짜 좀 그렇게 하긴 해야 하는데.. 저는 성격이 그렇게 안 되는 사람이어서. 노력해 봐야겠죠."


교육 NGO에서 일할 때 만났던 한 동생과의 대화가 기억난다. 그 친구는 교사가 되고 싶어 했고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지만, 본인이 가진 너드 스타일의 독특한 캐릭터 때문에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이미 교직에 몸담고 있던 나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저도 선생님이 하고 싶은데, 저 같은 스타일의 사람은 학교에 안 맞는 거 같아요."


나는 그때 이렇게 대답했다.

"샘(우리는 봉사자들을 모두 선생님이라 불렀다), 학교는 근데 정말 여러 종류의 선생님이 계셔서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샘이 걱정하시는 게 어떤 건지 알지만, 학교는 샘이 특별한 성격을 가진 만큼 또 다른 성격을 가진 어떤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의 틈을 메워주는 그런 곳이에요. 그런 다양한 경험이 모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마음이 바뀐다면 다시 생각해 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연구원의 길을 택했지만, 내가 그에게 해주었던 그 이야기는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2025년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여전히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그것을 해내는 사람을 부러워하곤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꽤나 자신만만하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가치 역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개성을 나태하지 않게 갈고닦으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올바른 태도로 표출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어른으로서의 교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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