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늦은 겨울 방학 소감과 망상
한동안 글을 적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다시 밥을 먹고 자다 보면 으레 생길 법한 생채기 들에 지나치게 눈길을 준 탓이다. 역시나 글을 쓰는 것도 꽤나 살만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겨울방학이 된 지 4주째가 되었다. 겨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다. 덜덜 떨지 않을 만큼의 난방을 켜두고 이불을 덮어쓴 채로 온 신경을 비생산적인 나의 망상들에 집중시키는 방탕한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한동안 글을 적지 못했다. 글을 쓰는 것은 꽤나 살만한 동시에 어지간히 할 것이 없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주로 나는 지나친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잘하고 싶었던 것들과 잘 해내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잘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냈던 것들. 그것들을 프레임 단위로 조각내어 그중의 몇 조각들을 바꾼 뒤에 다시 찬찬히 살펴본다. 웬만해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최대한 여러 가지의 경우의 수를 시험해 본다. 그리고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잠에 든다. 애석하게도 그러한 시도들이 나의 내일을 바꿔주진 못하는 걸 알고 있다. 망상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망상이기 때문에 나는 내일의 비루한 망상거리를 가진 내가 되어 방탕한 생활을 반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나를 내가 안아줘야한다는 말은 나에겐 참 어렵게 들린다. 지리한 망상을 하는 나를 품어줄 만큼 허용적인 사람이 되는 것도, 지금의 나에게 포용될 만큼의 구색을 갖춘 인간이 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봐도 나는 내가 성에 차지 않고, 내가 나에게 충분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역시나 스스로를 안아보자고 하는 바꾼 조각도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남은 겨울방학 동안 조금은 더 노력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