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90% 수학 교사 일기-1

F 90% 수학교사가 우는 순간들

by Theta

"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F가 얼마 나오세요?"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수련회를 다녀왔는데, 본인이 학생인 것 마냥 온갖 활동들에 신나서 방방 뛰는 것을 본 동료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같은 교무실을 쓰지는 않아서 그리 친하진 않은 선생님이셨지만, 수련회 이전 스승의 날에 아이들이 해준 행사에 감명받아 펑펑 운 신규(17호봉 중고 아저씨) 선생님으로 유명하기도 해서 궁금하신 것이 전혀 이상할 일은 아닌 것으로.(스승의 날에 담임 선생님을 울렸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자랑하고도 남을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F 90%에요."


지금처럼 MBTI가 유명해지기 전이었던 중학생 때 학교에서 제대로 된 검사지에 처음으로 MBTI 검사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내 MBTI는 그때부터 INFJ였고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특히나 F가 90%로 나오는 극도의 F. 그땐 그게 싫었는데, 그놈의 F 때문에 검사 이후에 나오는 추천 직업 목록에서 내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과학자나 물리학자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물론 INFJ에게 강력하게 추천되는 직업으로 교사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게 함정이지만, 뭐 여하튼 그래도 물리학자보다야 교사가 내 성격에 더 가까운 건 맞으니까.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같은 수학 과목을 가르치시는 부장 선생님께서는 나의 F 행동을 보실 때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수학 선생님이 됐냐며 신기해하시는데 부장님께서도 F 이신만큼 잘 아실 테지만 우리가 그렇다고 해서 곱셈을 틀리는 학생들에게 공감하며 부분점수를 주는 사람은 아니다.


어쨌든 F 90%인 나는 중학교에 와서 눈물이 더 많아졌다. T들도 울만한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떠나서 이곳이 주는 감정들이 워낙 다채로워 울컥하곤 한다. 부모님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상담하며 아이들이 느끼는 고통에 공감할 때가 주로 나를 포함한 선생님들이 눈물 흘리는 순간들이지만, 내가 정말로 벅차게 느끼는 순간들은 아이들의 순수한 행동에서 나의 때 묻은 모습을 찾아 닦아낼 때나 아이들만이 줄 수 있는 조건 없는 사랑을 느낄 때다. 그럴 때마다 내가 과연 아이들을 가르칠 만큼 충분히 좋은 사람인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는데, 반성에 앞서 지금은 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특별한 순간들이 아주 많이 좋아졌다.


내가 언제쯤 아이들의 순수함과 사랑에 걸맞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그 모습을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아버지를 온전히 추억하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