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휘 Nov 05. 2017

생각보다 별 것이거나, 평범한
존재의 무게

영화 <리빙 보이 인 뉴욕>

영화 리빙 보이 인 뉴욕 The only living boy in New York 은 500일의 썸머가 대표작인 마크 웹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의 제목은 사이먼앤 가펑클의 동명의 제목에서 따왔고 제목뿐 아니라 정서도 가져온 것 같다.

뉴욕에서만 살아온 남자 주인공 토마스(페루에도 3개월 갔다 온 듯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는 성공한 출판사 사장인 아버지와 조울증을 앓는 어머니와 떨어져 산다. (여전히 뉴욕이다.) 그는 짝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와 연인으로 발전할 생각이 없다. 괴로워하던 중 아파트 옆 집에 수상한 남자가 이사를 와서 말을 건다.


토마스는 뉴욕은 예전의 활력을 잃어버렸고 진정으로 활력이 넘치는 곳은 필라델피아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러나 그는 필라델피아에 가본 적이 없다. 그는 나중에 옆집 남자에게 자신은 뉴욕밖에 모른다며 세상에 대해 알고 싶다고 말한고, 친구가 크로아티아로 떠나는 것을 아주 큰일로 받아들인다. 그의 세계는 뉴욕이다. 그리고 그 뉴욕에서 평범하고 지루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는 그의 걷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가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는 모습은 혼자, 홀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다. 그와 가까운 사람은 옆집 남자가 이사 오기 전까진 짝사랑하는 친구뿐인 것 처럼보인다. 토마스는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은 채로 성급히 규정하면서 살아간다. 토마스의 비대한 자아는 토마스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이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극의 많은 부분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른 인물들이 '토마스'에게 매력을 어떻게 느끼는 건지를 도통 알 수 없었다. 이 주인공의 비대한 자아가 이 영화와 <500일의 썸머>의 차이를 만든다. <500일의 썸머>의 두 주인공은 자아가 비대하지 않았고 나르시시즘도 없었다. 그래서 따분하지 않았고 매력적이었다. 

옆집의 남자는 작가고 토마스의 아버지도 작가였고, 토마스도 글쓰기를 선망하는데 이 영화는 글쓰기와 문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작가에 대한 피상적이고 진부한 이미지만 끌어와서 활용하고 있다. 삶에 규율이 없고 술을 많이 마시고 자유로운 모습. 이런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활용하는 건 참 게을르다. 그리고 '쓴다는 행위'가 중심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니는 특성들이 있다. 그래서 캐릭터에 그 특성들이 묻어나야 할 텐데 그런 것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캐릭터는 그들이 이 어떤 직업을 가졌더라도 상관없어 보인다.

이야기가 결국 쓰이는 건 쓰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어떤 이유는 이야기의 외부에 있고 어떤 이유는 내부에 있다. 문학작품의 경우 대부분은 내부에 있는데 이 이유를 근원사건이라 부르자. 이 근원사건이 있어서 그 외의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이 근원사건이 이야기에 가치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모세 5경은 출애굽이라는 근원사건이 나머지 이야기와 기록들을 발생시킨다. 스타워즈의 근원사건은 아나킨이 자신의 과거를 잊지 못하고 타락하는 사건이고, 이로 인해 제국이 탄생하고 스타워즈의 이야기가 탄생한다. 리빙 보이 인 뉴욕은 이 근원사건이 허약하다. 이 근원사건으로 연쇄되는 이야기를 설명해내지도 못하며 근원사건 자체도 극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말이 안 된다. 내적인 개연성과 논리성이 없다.) 근원사건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실패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이야기는 다시 처음부터 다시 쓰이거나 버려져야 한다. 만회할 수 없다. 슬프게도 이 영화는 근원사건을 설정하는데 실패한 것을 '만회'하려 했던 것 같다.

이 영화에 미덕이 있다. 아름다운 가을의 뉴욕은 보기만 해도 좋고, 뉴욕의 상류층?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엿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뿐이다.


마크 웹의 최고작은 여전히 <500일의 썸머>이고, 다음 작품은 좀 잘 해내야 할 것 같다. 그에게 얼마나 기회가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성패와 상관없이 동명의 노래는 여전히 좋다.


<The Only Living Boy in New York>

The only living boy in new york


Tom, get your plane right on time.

I know your part‘ll go fine.

Fly down to mexico.

Da-n-da-da-n-da-n-da-da and here I am,

The only living boy in new york.


I get the news I need on the weather report.

I can gather all the news I need on the weather report.

Hey, I‘ve got nothing to do today but smile.

Da-n-da-da-n-da-da-n-da-da here I am,

The only living boy in new york.


Half of the time we‘re gone

But we don't know where,

And we don't know where.


Tom, get your plane right on time.

I know you've been eager to fly now.

Hey, let your honesty shine, shine, shine now,

Da-n-da-da-n-da-da-n-da-da like it shines on me,

The only living boy in new york,

The only living boy in new yor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