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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휘 Mar 18. 2016

한낮의 야경

야금 야금 책읽기


야경을 좋아한다. 건물의 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 차의 헤드라이트, 달, 그리고 별빛 이따금 그 사이로 지나가는 비행기과 인공위성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좋아한다. 그리고

야경을 볼 때 어둠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내가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신경쓰지 않고, 나를 신경쓰지 않고 누릴 수 있어서 좋다.


우리 학교는 40분동안 수업을 하고, 10분 쉰다. 예전에는 1교시가 끝나면 10분 간 회의를 했다. 올해는 학생들이 하교한 후에 하기로 했다.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쉬는 시간에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가끔 쓴다.


예전의 연인은 "야경은 언제나 멀리있고, 언제나 이국적이야. 한낮에 무엇이었든" , 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야경은 언제나 아름답게 낯설다.


오후 빈교실의 나는 언제나 머리가 아프다. 착하고 따뜻한 학생들과 하루를 보내지만, 그것으로 괜찮치는 않다. 그들의 시선과 말들은 많고 나의 감각은 둔하지 않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보며 한동안 멍해진다. 이 일을 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하다.


학기가 시작하고, 13일을 출근했다. 75번의 쉬는시간동안, 난 단행본 3권 잡지 1권을 읽었다. 

그리고 몇번 한낮에 야경을 봤다. 나를 신경쓰지 않고, 밝게 빛나면서 차분한 먼 곳을 봤다. 그날들의 오후도 머리가 무거웠지만, 지끈거림은 없었다. 

그래서 계속, 야금 야금 야경을 들여다 보겠다. 

그 야경의 조각들을 이 곳에 기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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