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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휘 Mar 19. 2016

난 아직도 소설을 읽는다

악스트Axt 5. 2016 03/04


 소설을 위한 문예지인, 악스트Axt가 창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랬고 설렜다. 소설을 읽는 사람은 소수이고, 그 중에서도 문예지를 읽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문예지의 폐간이, 창간보다 자연스운 시절이다.


 난 지난 여름, 유럽을 여행했다. 악스트 창간호도 챙겼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김경욱의 단편을 읽었고 파리발 런던행 유로스타에서 천명관의 인터뷰를 읽었다. 파리-런던-로마-피렌체-베네치아 그리고 뮌헨. 그 곳의 한 게스트 하우스 서가에 꽂아두고 왔다. 악스트라는 독일어 이름에 어울리는 곳이긴 했다. 


  악스트가 좋다. 유럽에 들고간 그 이유로 좋다.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전시회 리뷰도 있고, 신세계 쇼핑몰 광고 리뷰도 있지만) 일단 싸고 (2900원) 광고도 없고(이건 웬지 슬프다.) 얇다. 그럼에도 단점은 있다.

 

 난 장편 연재가 싫다. 장편연재가 있으면 문예지는 늘 미완이다. 통상 문예지 1년치(계간지면 네번)에 나눠서 연재되기 때문에 언제나 불완전하다. 이제는 사라진 세계의 문학에서는 경장편을 한번에 게재하기도 했는데 좋았다. 악스트도 장편연재가 있다. 편협하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몇 안되는 악스트의 단점이다. (나머지는, 필진이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미끈한 종이의 질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호에 <도련님의 시대>의 리뷰가 실려서 반가웠다. 만화책이라 늘 비닐에 싸여있어, 들여다지 못해 몇년째 알라딘 보관함에 있었다. 이제 사야겠다.


 커버 스토리는 파스칼 키냐르다. 인터뷰는 읽는 내내 즐거웠다.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했고, 좋아한다고 말하기 좋아한 작가이기도 했다. 난 그의 <빌라 아말리아>, <은밀한 생>을 많이 좋아한다. 사실 그의 <로마 테라스>도 유럽에 들고 갔었다. 끝까지 읽지 못했지만. 


문학에서 문장이란, 음악에서처럼 일종의 '공격'(attaque)이다. 음악가들과 이탈리아인들은 '아타카'(attacca)라는 말을 쓴다. '피아니스트가 건반 앞에 앉습니다. 눈을 감습니다. 밤 속으로 들어갑니다. 침묵합니다. 집중합니다. 갑자기 손을 들어 올립니다. 공격입니다.!' 각문장마다 영혼을 공격해야 한다.


 인터뷰를 읽으면서 직전호의 듀나 인터뷰도 떠올랐다. SF 독자들 중심으로 "무례"했다며 회자되었고, 듀나가 직접 불편함을 드러낸 그 인터뷰. 난 그 논란이 있은 후 듀나의 인터뷰를 읽었다.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렇게 과도한 공격당하는게 안쓰럽기도 했다. 이번호 맨 뒤, 악스트의 편집위원들의 사과가 있다. 다음에는 좀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 악스트가 좋다. 그러니까.

  

 난 소설을 읽는다. 흔히 말하는 순문학 독자이고, 미스터리(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그리고 돈을 주고 산다. 문예지도 때에 맞춰 도서관에서 보고, 어떤 때는 구입한다. 어디에도 못 내놓을 정도지만, 단편 6편을 썼다. 앞으로도 소설을, 그중에서도 한국소설을 사랑하고 싶다. 그래서 악스트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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