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2022년│Episode 1│2022.01.31
나는 날짜에 맞춘 의미부여를 좋아하는 편이다. 새해 첫날, 한 해의 마지막 날, 한 달의 첫날, 한 달의 마지막 날, 매월 12일-마감이 끝난 날, 한 달 중 제일 한가한 3번째 주의 금요일 등. 그런 날들에 맞춰 나는 작은 이벤트들을 한다. 그리고 그 사소한 이벤트들과 함께 나를 점검하고, 다시 다짐한다.
나는 너무 의지박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수시로 다시 다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나는 너무 모든 일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빠르게 식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점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작심삼일이란 말조차 내게는 엄청나게 느껴져 작심일일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서 나는 그런 날들에 맞춰 사소한 이벤트들을 한다.
22년 1월 31일. 이런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날이다. 1월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음력으로는 21년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엉망이었던 지난 순간을 대충 매듭짓고, '새 마음'으로 '새 출발' 하기에 최적의 날인 것이다.
그래서 남편과 가볍게 한 잔 하고 자기로 했다. 엄마 집에서 하루 종일 배가 터지도록 고칼로리 음식들을 계속 먹어서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헛헛했다. 무엇인가를 해 먹거나 배달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편의점으로 향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미니 족발을 골랐다. 남편 때문에 얼마 전 처음 먹게 된 것인데, 배도 부르지 않고 쫄깃쫄깃한 것이 딱일 것 같았다. 새해를 맞이해서 술을 끊은 나는 탄산수를 사고, 남편은 맥주 두 캔을 사서 엄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그고, 조용히 새해맞이 야식 타임을 시작했다.
미니 족발이 뜯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작년에 고마웠던 일, 미안했던 일, 그리고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일들을 나눴다. 올해는 더 건강하자고 덕담도 나눴다. 새해를 맞이하는 파이팅을 가득 담아 잔을 부딪히며 남편이 말했다. "올 해는 최고의 한 해가 될 거야!"
별 것 아닐 수 있는 그 건배사를 듣는데, 이상하리만큼 너무 행복했다. 정말 올 해는 최고의 한 해가 될 것 같았다. 더 즐겁고, 재미있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과 그것이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 그리고 혹여 안되더라도 슬픈 실패는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별 것 아닌 안주와 맥주 대신 탄산수였지만, 정말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최고의 한 해가 벌써 시작한 것이다. 올 한 해는 최고의 한 해가 될 테니, 일기 쓰기도 진짜 진짜 게을리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