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기 Feb 06. 2022

고호재에서 겨울 다과와 함께 주말 마무리

기록하는 2022년│Episode 7│2022.02.06

일어나자마자 어제 못다 한 <카탄> 복수전이 이어졌다. 공복 보드게임의 첫 승리자는 아빠다. 아점 겸 먹은 떡만둣국 이후에도 게임은 계속 이어진다. 그 사이 엄마는 애플파이도 굽는다. 다행스럽게도 이어진 카탄의 우승자는 계속 나다. 기쁘다. 승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세 번의 승리 후에야 비로소 웃음이 난다.


복수전이 늦어지는 바람에 서둘러서 용인 집을 나선다. 오늘 저녁에는 '한국의 집'의 <고호재>에서 겨울 다과상을 예약했다. 피켓팅이라고 할 정도로 예약이 어렵다던데, 예약하려고 들어갔더니 우연히 딱 두 자리 남아있었다. 잽싸게 일요일 6시 30분 타임으로 예약했다. 순간 고민하기는 했다. '일요일 그 시간에 바깥에 있으면 언제 들어와서 언제 씻고, 언제 출근 준비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새해맞이 다짐-조금 더 많은 경험과 함께 조금 더 즐겁게 살기-때문에 살짝의 귀찮음을 털어버리고 즐겁게 한국의 집이 있는 충무로로 향한다. 


1년 동안 충무로에서 살다시피 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집'은 처음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다. 가격대도 높지 않다. 다과상이 1만 5천 원이고, 식사도 단품이라면 1만 원 대다. 한정식 코스도 4만 원 대 정도부터 시작한다. 그 공간을 그 시간만큼 함께 할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오늘은 겨울 다과상을 경험했는데, 참 따뜻했다. 조만간 식사도 예약해서 오기로 했다.


결혼 전, 남편과 나는 경복궁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했었다. 전문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남편이 경복궁 역 근처 방 두 개짜리 한옥에서 자취를 하면서 나머지 방 하나를 공유 공간으로 사용했었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결혼과 함께 회사 근처로 신혼집을 얻으면서 그만뒀지만, 꼭 언젠가는 다시 그 동네로 이사 가자고, 이왕이면 한옥집에 살자고 남편과 다짐했다. 


그 뒤로 언제나 나는 경복궁 근처의 한옥집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오늘같이 이런 멋진 한옥 공간들에 올 때면 괜스레 마음이 더 일렁인다. 현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마음이 초조하다. 괜한 조급함도 있다. 


어쨌든 따뜻하고 편안한 주말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벌써 열두 시다. 내일도 잘 일어나서 잘 출근해야지. 그리고 경복궁 한옥집으로 이사 갈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없지만, 목표는 명확하다. 내일부터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밤새워 카탄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