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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Feb 07. 2022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글을, 여기에 써도 될까

기록하는 2022년│Episode 8│2022.02.07

새해를 맞이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고비다. 


역시나 지금 이때가 제일 고비다. 이럴 때 찾아오는 고민은 해결하기도 애매하다. 귀찮거나 밀렸다거나 하는 것들이 아니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하루에 한 줄씩이라도 써보자!"라거나, "밀린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넘어간다." 등의 비교적 구체적인 해결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뭐랄까 조금 더 마음적인 부분에서 출발하는 고민들이다.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이 일기를 왜 쓰고 있는가.'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이고 별 볼 일 없는 글들을 이렇게 많은 공간을 차지해서 쓰는 것이 괜찮은가.'와 같은 자기 검열적 고민들도 있다. 특히나 여기에 있는 수많은 좋은 글들 덕분에 그런 고민은 더 크다.


'브런치 북'을 일기 쓰기의 도구로 결정했기 때문일까. 아주 개인적인 두 가지의 이유로 이곳을 선택했다. 첫째로 UI가 딱 내 취향이다.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기본으로 설정된 것들이 계속 글을 쓰고, 읽고 싶게 만든다. 둘째로 이곳은 게으름뱅이인 나에게 최소한의 동력을 제공한다. 계속 뭐라도 하라고 알람도 울려주고, 통계도 내준다. 그런데 그렇게 장점을 갖고 있는 곳이기에 동시에 나를 더욱 작아지게 만든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이 아니라, 그냥 정말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글이어도 괜찮은 건가.


이런 고민을 하기에 사실 아직 빠른 것 같기도 하다. 적어도 한 달을 써본 뒤에 했어도 됐을 고민들이다. 일주일 만에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은, 사실 귀찮음에서 출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기에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나 스스로 일기 쓰기를 포기하지 않기 위함이다. 별 볼일 없는 글에 스스로 창피해진 이때쯤,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쭈그러들 것 같아서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써본다.


이렇게 별 볼일 없는 글이지만 여기에 계속 쓰고 싶다. 우선은 꾸준히 내 일상을 기록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일주일이지만, 매일을 기록하다 보니 내 하루가 훨씬 풍성해졌다. 한두 개의 단어로 끝났던 내 하루가 수많은 단어들로 채워진다. 그중 나의 오늘 하루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것도 좋다. 하루의 많은 것들이 반짝반짝해졌다.  일단 올해는 포기하지 않고 뭐라도 계속 쓸 것이다. 프로포기러인 나한테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더 유의미한 의미들은 우선 다 쓰고 난 후에 발견할 것이다. 글을 잘 쓰게 된다면 좋겠고, 글을 통해 누군가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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