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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Feb 09. 2022

뒤늦은 MBTI 궁합 과몰입러

기록하는 2022년│Episode 10│2022.02.09

따로 점심을 먹고 들어왔더니, 팀 분위기가 들썩인다. 자리에 앉자마자 선배가 묻는다. 


"너 MBTI 뭐랬지?" 

"ENFP요." 


으이구. MBTI 유행한 지가 언젠데 이제야 묻냐. 그렇지만 또 막상 궁금하다. 


"선배는요?"

"ISTJ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그리고 후배가 이야기한다. 


"오, 선배랑 선배랑 최고의 궁합이래요."


음. 그런가. 작년 2월 선배가 팀에 오고 나서 내 회사 생활이 분명 즐거워졌다. 편해지기도 했다. 특히 작년 연말 퇴사를 고민했을 때, 가장 신경 쓰이고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가 선배였다. 하지만 나랑은 좀 잘 안 맞는 것 같다. 뭐랄까. 안 맞는다기 보다는 선배를 보며 '나랑 진짜 다른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관심 없는 듯 듣고 있던 부장님이 말씀하신다.


"그래, 어쩐지. 너희 둘이 진짜 잘 맞는 것 같아. 내가 5년 동안 지켜본 결과 둘이 제일 잘 맞는 것 같아."


오. 정말 그런가. 우리가 잘 맞는 건가. 우리 MBTI 궁합이 좋아서 잘 맞았던 것인가. 슬슬 재미있다. 


"부장님은 뭐예요?"

"ISTJ"

"팀장님은요"

"ESFJ"


후배가 단톡방에 MBTI 별 궁합 표를 올린다. 이런 거 하나도 안 맞는다며 시큰둥하던 팀장님도 본인과 맞는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우리 팀은 나랑 되게 잘 맞는 사람이 없네." 부장님은 본인과 MBTI가 똑같은 선배에게 "너랑 나랑은 진짜 잘 맞는 거야? 아니면 진짜 안 맞는 거야?"라고 묻기 시작한다. 나도 얼른 찾아보기 시작한다. 보다 보니 보기가 어렵다. 표에 표시를 시작했다. 다시 단톡방에 올린다. 


[표 보는 법]

노란색 : 팀장님 

하늘색 : 부장님, 선배 

녹색 : 나 

분홍색 : 후배


나는 비교적 모든 팀원과 잘 맞는다. 전 팀장이자 늘 마음 한 구석으로 의지하고 있는 부장님과 즐거운 회사 생활에 가장 큰 원인인 선배와 가장 잘 맞는다. 진짜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가 요새 들어 부쩍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고 있는 팀장님과의 궁합도 나쁘지 않다. 함께 한지 한 달도 안 된 나의 첫 후배와도 잠재적 관계에서 긍정적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잘 지낼 것이다.


요즘 누가 뒤쳐지게 MBTI 이야기하냐고, 그거 아주 한참 유행 지났다고 이야기하던 나는 그 누구보다 과몰입했다. 표도 새로 만들었고, 다른 버전으로도 또 만들었고, 공유했다.


아무래도 진짜로 MBTI는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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