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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Feb 24. 2022

6일 만에 출근했는데, 내가 밀접접촉자라니

기록하는 2022년│Episode 24│2022.02.23

이틀의 휴가, 이틀의 주말, 그리고 하루의 재택의 끝에 6일 만에 출근했다. 팀장님께 직접 결제 후 회사에 직접 제출해야 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에 하도 확진자가 많이 나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28일 출금을 위해서는 오늘까지는 무조건 전표를 제출해야 했다. 뿌리는 소독제 두 통과 함께 출근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내 자리 앞 뒤로 열심히 소독약을 뿌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닦고 자리에 앉았다. 스스로 유난스럽다고 생각됐지만, 적어도 다음 주 외래 진료 예약 날까지는 몸에 아무 일도 없길 바란다. 그래서 조금 유난을 떨었다.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나도 우리 국은 휑하다. 벌써 3명이 확진이기 때문에 재택이 불가한 한 팀 빼고는 전원 재택이기 때문이다. 우리 팀에만 3명이 있다. 팀장님, 선배, 그리고 나. 나는 전표 제출을 위해 나왔고, 선배님은 오늘 입고되는 물품이 있어 받으러 나왔다. 그리고 팀장님은 나와 선배의 업무 결재를 위해 나왔다. 우리의 업무는 아직까지도 이렇게 대면해야 하는 것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재작년과 작년 재택근무 열풍에도 우리는 마치 방공호에 숨어있는 사람들처럼 꾸준히 출근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국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점점 퍼지고 있는 추세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의 업무 형태와 방법도 달라질까. 궁금하다.


어쨌든 제출해야 할 전표를 제출하고, 재무팀과의 회의를 했다. 오전 내 회의가 끝나지 않아서 오후에 이어서 하자고 헤어졌다. 간단히 사 와서 자리에서 점심을 먹을까, 아니면 기다렸다가 집에 가서 밥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팀장님께서 말씀하신다. 밥 간단히 먹고 얼른 들어가자고. 순간 고민했다. 이 시기에 밥을 같이 먹어도 되는 것인가. 그런데 일단 아침에 출근해서 테스트로 해 본 자가 키트 검사에는 모두 음성이 나왔고, 또 나눠 먹는 음식이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에이, 팀장님. 각자 드시죠.”라고 장난스럽게 한 번 이야기했는데, 또 물어보셔서 두 번 거절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괜찮겠지. 별일 없겠지.’하고 먹기로 했다.


밥은 15분 만에 다 먹었다. 나는 돌솥비빔밥, 선배도 돌솥비빔밥, 팀장님은 제육덮밥을 먹었다. 혹시나 해서 반찬은 아무것에도 손대지 않았다. 참 애매하다. 서로를 위해 조심하고 싶을 뿐인데, 이것이 자칫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쨌든 내 행동이 눈에 띄지 않게 조심히 밥을 다 먹었다. 빠르게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 잔 테이크 아웃해서 사무실로 올라온다. 팀장님은 바로 외근 나가시고, 선배랑 나랑 둘 뿐이다. 1시 30분에 재무팀과 회의 예정이니, 한 시간만 집중해서 일하고 얼른 집에 가야지.


타닥타닥. 조용한 사무실에 선배와 내 키보드 소리만 들린다. 선배는 정말 나랑 업무 스타일이 잘 맞는다. 덕분에 일의 능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 같다. 거의 다 했다. 이제 회의만 끝내면 집에 간다. 그 순간 선배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아.. 네네. 그렇군요. 별일 없을 거예요. 네네. 전달할게요.”


팀장님 아들이 자가 키트에서 코로나 양성이 나왔다고 한다. 아들은 바로 PCR 검사를 받으러 갔고, 팀장님은 병원으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가신다고 한다. 혹시 모르니 선배와 나도 지금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는 팀장님의 업무 지시다. 아. 이런. 오늘따라 유난히 걱정이 되더라니. 걱정은 되지만, 별일 없을 거라는 마음으로 재무팀과의 회의를 바로 취소했다. 선배와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집으로 왔다.


멍하다. 특별히 할 일도,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냥 별일 없기를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비타민 영양제와 쌍화탕 하나를 끓여 마셨다. 이런저런 걱정들이 떠오른다. 팀장님이 확진이 되면, 나도 확진될 가능성이 높을 텐데, 다음 주 외래 진료는 어떡하지, 이번 달 마감은 어떡하지, 남편은 어떡하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팀장님은 만난 후 다른 사람들 접촉 없이 바로 집으로 왔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소식을 기다린다.


저녁 6시 17분. 인사팀장님한테 전화가 온다. 팀장님 양성인가 보다. 맞다. 팀장님이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고, 회사에서는 현재까지의 경험상 팀장님을 확진자로 본다고 했다. 밀접접촉자는 나와 선배고,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가 키트로 검사해서 인사팀에 보고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남편 역시 내일부터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다. 내가 팀장님과 밥을 먹은 이후로 남편과 접촉은 없었지만, 어쨌든 동거인이기 때문에 남편도 출근하지 말라는 회사의 지시다. 목, 금, 토, 일 매일 검사해서 보고 하고, 일요일 저녁에 최종 검사해서 별 이상이 없으면 인사팀 확인 후 월요일 출근이 가능하다고 한다. 신나게 퇴근을 준비하고 있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한다. 뜻밖의 소식에 남편은 야근을 결정했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몇 번을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마주한 이 순간은 당황 그 자체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사실 코로나 발생 후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생활하기도 했지만, 마치 누군가 나를 지켜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누군가와 밀접 접촉한 적도 없고, 격리해본 적도 없고, 아픈 적도 없다. 코로나 검사도 지난 수술을 위해 했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정말 어느 날 갑자기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 순간 팀장님의 카톡이 온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내용이다. 기분이 또 이상하다. 정작 지금 제일 힘든 것은 본인일 텐데, 그 순간까지도 우리에게 사과의 카톡을 보내는 팀장님의 마음은 어떨까. 부디 별 일 없이 모두 건강하게 무사히 만나고 싶다.  그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별 일 없이 잘 지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괜찮을 거야. 다시 한번 또 다짐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6일 만에 출근했는데, 내가 밀접접촉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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