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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Feb 27. 2022

이토록 훠거에 진심인 사람 둘 (집에서 훠거 먹기)

기록하는 2022년│Episode 27│2022.02.26

토요일이다. 격리 겸 재택으로 인해 오늘이 평일인지 주말인지 헷갈린다. 어쨌든 주말이다. 뭐하지. 남편과 주말 일정을 세워본다. 남편이 말한다.


"오랜만에 집에서 훠거 먹을까?"

"아주 좋은 생각이야."


집에서 훠거 먹기가 계획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특별히 할 일 없는 주말을 맞아 집에서 훠거를 먹기로 한다. 냉동실을 살펴본다. 지난번에 마켓컬리에서 배송시킨 샤브샤브용 양고기가 있다. 냉장고를 살펴본다. 작년 겨울 대림의 천리마마트에서 사 온 넓적한 중국 당면이 있다. 출발이 좋다.


차를 탄다. 연남동에 있는 중국 식재료 중국 식품 전문점인 대화마트에 가기 위해서다. 얼마 전에 알게 되었는데 가본 적은 없다. 남편은 중국 술과 음식에 진심이다. 그래서 그동안은 대림의 천리마마트에 자주 갔다. 중국 술의 종류가 다양하고, 다양한 중국 식재료를 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일단 대림까지 가기에 시간이 부족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마트에 간다. 기대가 된다.


연남동에 도착했다. 사람이 정말 많다. 공영주차장도 꽉 찼다. 주차 관리원께 여쭤보니 4-5 바퀴는 돌아야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우리는 다행히도 3바퀴 만에 자리를 찾았다. 오랜만에 연남동 거리를 걷는다. 역시나 좋다.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고, 이곳을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도 밝다. 언젠가는 이런 동네에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트로 향한다.


마트에 도착했다. 기대 이상이다. 

연남동 중국 식재료 전문점 <대화마트>의 입구

술의 종류는 천리마마트보다 적은 것 같지만, 식재료는 훨씬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것들에 이름과 가격이 붙어있어 편하게 둘러보고 검색해볼 수 있다. 좋다. 나름 중국 음식에 진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다양한 훠궈, 샹궈 소스가 있는지 미처 몰랐다. 개인적으로 나는 하이디라오에서 나온 소스를 선호한다. 이렇게나 다양한 면과 볼이라니.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걸까.


사고 싶은 것은 정말 많았다. 그렇지만 둘이 먹을 거라 최대한 자제했다. 옥수수 면과 문어 완자 볼, 그리고 중국 아이스티 2병과 남편이 사고 싶다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라면을 샀다. 비교적 집과 가까운 곳에 이렇게 훌륭한 중국 식자재 마트가 있다니, 괜히 든든하다.


식자재마트에서 1차 쇼핑을 마치고 2차 쇼핑을 위해 이마트에 갔다. 훠거에 넣어먹을 채소와 버섯을 사기 위해서다. 샤브용 모둠 채소(알배추, 청경재, 비타민, 쑥갓)와 숙주 1봉, 버섯 3종(버섯은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대신 목이버섯은 꼭 넣어야 한다)과 두부면을 샀다. 

집에 와서 꺼내보니 꽤나 재료가 많다. 너무 많이 샀나 싶지만 분명 다 먹을 거다. 


훠궈 먹을 준비를 시작한다. 준비라고 해봤자 별 것 없다. 채소와 버섯을 잘 씻어서 먹기 좋을 크기로 자르고, 중국 당면과 옥수수 면은 물에 불린다. 찍어 먹을 소스도 준비한다. 나는 참기름 마늘 소스를 제일 좋아한다. 이것 역시 별 것 없다. 다진 마늘 2스푼에 소금 한 꼬집과 후추 조금 그리고 참기름 2스푼을 넣고 섞으면 끝이다.

역시나 맛있다.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 


한창 맛있게 먹다가 새삼 오늘 뭐했는지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정리하고 점심 먹은 이후에 오직 훠궈만을 향해 달렸다. 연남동 대화마트에 가서 1차 식재료 구매를 하고, 바로 이마트에 가서 2차 식재료를 구매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정리하고 끓이고 먹었더니 벌써 8시다. 정말 훠궈만을 향해 달렸다. 아무것도 안 했지만, 훠궈를 먹자는 계획에 아주 충실한 하루였다. 이런 하루도 꽤 만족스럽다. 그리고 다행이다. 훠궈에 진심인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함께라서. 이토록 훠궈에 진심인 사람 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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