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4. 일단은 조금 편안해진 집 보기
집에 대한 생각이 그 전보다 조금은 확장된 후, 집 알아보기는 확실히 조금 더 수월해졌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아파트를 보러 다닐 때에는 한동안 결핍에 대한 감정들을 지울 수 없었다. 내 월급이 얼마지. 남편의 월급은 얼마더라. 우리가 한 달에 최대한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또 얼마나 되더라. 그렇게 꼬박 평생을 모아도 집 한 채를 살 수 없다니. 이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화가 나고 쉽게 우울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아파트가 아닌 집들로 시야를 넓히고 나니 결핍보다는 채움을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낮은 주택과 빌라들의 가격이 내 마음을 안정적으로 만든 것이다. 긍정적 사고의 대표 문구-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와 "물이 반이나 남았네"가 내게도 찾아왔다. 사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지, 절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빌라나 주택이라고 당장 살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일하면 좋은 날 오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과, 나도 내 집에 살 수 있겠다-. 하는 꿈들이 생겨났다. 일단은 조금은 편안해진 것이다.
동시에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안 그래도 수없이 많던 집들인데, 내가 볼 수 있고 봐야 할 집이 그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 있었다니 새삼 새로웠다. 매일 지나다니던 길에 이렇게 집이 많았나 놀라고, 아예 아파트가 없는 동네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에 놀랐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위치 공유는 이상하게 싫었는데, 집 보기 시작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부동산 어플을 설치하고 위치를 공유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어딜 가나 내 위치를 잡아서 집값을 바로 확인했다. 각각의 동네는 각각의 이유로 예뻤고, 또 각각의 이유로 살고 싶었다. 그렇지만 각각의 이유로 대부분 비쌌다.
어딜 가도 살고 싶은 곳은 있었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곳은 그곳이 아니었다. 접점을 찾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웠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