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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Mar 07. 2022

가볍게, 동네 산책

기록하는 2022년│Episode 35│2022.03.06


일요일이다. 여유롭게 일어나 간단히 집 청소를 한다. 어제 우리 집에 온 낑깡나무에게 인사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귀하다. 좋아하던 어떤 작가가 본인의 삶이 '식물을 작업실에 들이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했다. 과연.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낑깡나무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우리와 함께 계속 커갈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마당있는 집에 이사가는 날, 함께 그 집으로 가길 바란다.


집청소와 밀린 일을 마치고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원래는 을지로에 위치한 군만두가 특히 맛있다는 <오구반점>에 가볼 계획이었는데 늦잠을 잤더니 배가 유독 고팠다. 대패 삼겹살과 김치를 볶고, 어제 만들어 놓은 달래장을 꺼낸다. 달래장과 함께 먹을 두부도 부친다. 소박하지만 근사한 한끼가 금새 완성된다. 든든한 점심을 먹은 후 남편과 함께 동네 산책을 나가기로 한다.


#1. <루이베이크샵>

예전 어느 늦은 저녁 산책 때 가게를 발견하고 한 번 와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가봤다. 이런 곳에 베이크샵이 있을까 싶은 곳에 있다. 노란색 의자가 멀리서 반긴다. 프랑스식 도넛 '베녜'를 판매하는 카페다. 3시 쯤 도착했는데 이미 베녜는 다 팔렸다고 했다. 날마다 다르지만, 주말은 보통 2시 전에 도착해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한입 크기의 네모난 도우 반죽을 바삭하게 튀겨 겉에 슈가파우더를 뿌려내는 디저트인 베녜가 궁금했는데 오늘도 실패다. 다음 주말을 계획해봐야겠다. 매장 내부도 매장 외부처럼 아늑했지만, 베녜가 품절됐다는 말에 당황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이번 주 수요일날 일찍 움직여서 성공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장 운영 시간이나 솔드아웃 여부 등은 @louisbakeshop 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2. <필구커피>

조용한 주택가 한 가운데 있다. 이곳 역시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 싶은 곳에 있다. 나만 처음인 듯, 이곳은 이미 만석이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이미 굉장히 유명한 곳이었다. 나만 몰랐던 것이다.) 내부가 정말 아기자기한 것이 참 따뜻했다. 손님이 많아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필구 커피의 대표 메뉴인 멜로우 라떼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바깥에서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포기했다. 이곳 역시 이번 주 수요일에 다시 도전해봐야지. 대신 고메버터스콘 1개를 포장해서 나왔다. 내가 주문하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누군가가 찾아왔다. 아쉽게도 커피를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동네에 와보고 싶은 카페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매장 운영 시간이나 솔드아웃 여부 등은 @filgucoffee 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3. <샐러맨더 커피 로스터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샐러맨더 커피 로스터스다. 앞 두곳과 비교하면 큰 사거리 앞, 나름 번화가에 있다. 내부 인테리어가 꽤나 마음에 들었고 자리도 있었지만, 필구커피에서 산 고메버터스콘과 함께 먹기 위해 커피 대신 원두를 구매하기로 했다.

다양한 원두 종류를 적당량씩 판매하고 있어서 좋았다. 우린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 예가체프를 구매했다.

디저트류를 담은 쇼케이스가 참 예쁘다. 커피와 함께 먹을 에그타르트도 한 개 구매했다. 다음에 이곳에 온다면 '코모도 넛'과 '슈페 넛'을 마셔보고 싶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것 같다. 매장 운영 시간이나 솔드아웃 여부 등은 @salamander_coffee_ 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집에 와서 커피를 내린다. 향도 좋고 맛도 좋다. 딱 기대했던 그 커피다. 다른 원두도 기대가 된다. 에그타르트도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 고메버터스콘은 기대 이상이다. 고소하고 버터 향이 가득하다. 속도 촉촉하다. 버터를 특히 좋아하는 나는 스콘 위에 버터를 또 발라 먹었다.


이렇게 따뜻하고 환한 날 동네 산책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가볍게 동네 한 바퀴 돌 예정이었는데 밝은 햇살에 한 시간을 넘게 걸었다. 날도 따뜻하고,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다들 밝다. 내 기분 역시 좋다. 낯설기만 한 동네였는데, 점점 이곳이 좋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고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역시 재미있다. 앞으로도 조금씩 더 변해갈 동네의 모습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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