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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Mar 27. 2022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유를 설명하는 선배들을 보며

기록하는 2022년│Episode 53│2022.03.25

회사 선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간다. 이번 주에만 벌써 두 번째다. 장례식장에 갈 때마다 늘 너무 어렵다.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마음인지 가늠조차 안된다. 그저 너무 슬플 것 같고, 너무 힘들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장례식장이라도 가서 잠시라도 함께 하는 것. 그뿐인 것 같다.


오늘 가야 할 장례식장은 고속터미널 근처다. 퇴근 후 바로 넘어가기에는 차가 막힐 것 같아 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예 짐을 챙겨서 간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별로 없다. 선배 혼자 앉아 있다. 선배 얼굴을 보니 갑자기 울컥한다. 선배 역시 그렇다.


조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는다. 선배도 옆에 앉는다. 하루 만에 얼굴이 수척하다. 그렇겠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정말 슬프고, 힘들고, 아프고, 정신없는 시간들이었을 거다. 자리에 앉은 선배는 담담하게 아버님의 마지막을 들려준다. 대상포진이 심해져 뇌수막염으로 이어졌고,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는데 비교적 치료가 잘 됐다. 많이 좋아지셔서 이번 주 금요일 퇴원 예정이었고, 가족들 모두가 좋아했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한 순간에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아지셨고 결국 이렇게 됐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아버님이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하고, 남은 가족들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마음 낼뿐이었다.


빈소를 나와서 차에 타는데 마음이 아리다.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지만, 나에게 죽음은 언제까지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모를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평생 모르고 싶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죽음이 늘 가까이에 있음에도 애써 모른 척, 아닌 척한다. 부모님, 남편, 나에 대한 죽음은 당연하고, 그냥 모든 사람의 죽음이 나에게 그렇다. 내가 아직 너무 철이 없고 어리고 연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 것이라면 나는 그냥 앞으로도 철 없이, 어리고 연약할 것이다.


문득, 이번 주에만 두 번이나 간 장례식장에서 (두 번 다 회사 선배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모두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이유와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 떠오른다. 이야기를 하는 선배들도 정신없고, 그 이야기를 듣는 나도 마음이 아파서 듣는 순간에는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것이 혹시 상주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인가 싶다. 장례식장까지 와준 사람들을 위해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인가. 그런 것은 당연히 아닐 테다.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유를 설명하는 선배들을 보며 일단 마음이 정말 아팠다.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물론 담담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 이야기하는 선배들의 마음을 나는 절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프고 힘들 것이라는 것만 추측해볼 뿐이다. 실감도 나지 않겠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그냥 언제까지고 모르고 싶다. 사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글 쓰는 것조차도 얼마 전까지는 꺼렸었다. 짧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참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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