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정답 없는 시험지를 받았다 (1)

by 작논


정답이라는 안락한 감옥 (1)

음악대학원의 마지막 학기를 지나고 있다.

졸업을 위해 넘어야 할 일들은 여전히 많지만, 마음은 자꾸만 ‘앞으로의 방향’이라는 모호한 곳으로 달린다.


스무 해 가까이 음악을 하며

내게 음악은 기쁨이었고 동시에 거대한 정답지였다.


정확한 음정, 올바른 해석, 시대에 맞는 스타일,

그리고 작곡가의 의도까지.

나는 그 정답들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

‘잘 살고 있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그렇게 오래 정답이라는 세계에

머물고 싶어 했을까.


돌아보면 내가 말하는 ‘정답’은

단순히 음악적 기준만을 뜻하지 않았다.


틀리면 바로 드러나는 기술적 정답,

미래를 보장해 줄 것처럼 보이는 안정적인 직업의 정답,

그리고 사회가 말하는 ‘괜찮은 삶’의 정답들까지.


정작 ‘내 기준’으로 선택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예술가라면 이런 길을 걸어야 한다고,

인정받는 사람은 이런 모양이어야 한다고

너무 오래 믿어왔기 때문이다.


정답을 붙잡고 있는 동안만큼은

‘예술가’라는 말이 나를 밀어내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 이름의 가장자리에라도 서 있고 싶었다.


내가 말하던 그 예술가는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