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정답 없는 시험지를 받았다 (2)

by 작논

정답 밖에서 흔들린 마음 (2)


내가 말하던 그 예술가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그러던 나에게, 마지막 학기에 듣게 된

'20세기 음악사'는 조용히 다른 방향을 열어 주었다.

익숙하게 붙잡고 있던 정답의 세계를

서서히 흔들어 놓는 수업이었다.


규칙에서 벗어나고, 형식을 밀어내고,

새로운 기법을 스스로 만들어 내던 사람들.


처음에 나는 그들이 말하는 '초월'이

어딘가 억지스러운 몸부림처럼 느껴져 불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불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도대체 뭐였을까,

왜 그 감정이 이렇게 오래 남아 있었을까.


한동안 나는 그 이유를 잡지 못한 채,

그 불편함의 자리를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정체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그 속엔, 내가 있었다.


그 사실을 마주하는 데에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나를 보고 있었나보다.


베베른이 바흐의 음악을 해체해

전혀 다른 언어로 다시 엮어낸 그 편곡은

마치

"나도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절박한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 절박한 신호는

내 마음의 작은 불을 켰다.


그 불은 오래도록 조용히 숨겨온 마음을

천천히 드러나게 했다.


나도 '여기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마음.

나만의 결을 남기고 싶었던 마음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

길을 잃을까 두려웠다.


그럼에도 더 이상 그 감옥 안에만

머물 수 없다는 생각이

조용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두 감정은 오래도록 서로를 밀치며

내 안에서 나란히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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