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결을 적어 내려가는 일 (完)
그래서 나는 이제 악보의 선에서 조심스레 걸어 나와,
내 선을, 나의 결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보려 한다.
정답이라는 안락한 감옥을 뒤로하고,
아직 말이 되지 못한 마음들의 형태를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려보려 한다.
완성된 생각이 아니라,
지나가는 감각과 흔들리는 마음부터 붙잡아보는 일이다.
예전 같았으면 여전히
정답이 될 수 있는 문장만 고르느라 망설였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해될지, 틀리지 않은 표현인지 먼저 따지느라
정작 내 마음은 뒤로 미뤄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마음부터 적어보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솔직한 기록 방식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선택이 어디로 나를 데려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흔들리고, 확신은 없고,
다시 정답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질 순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나는 한 줄을 적어 내려간다.
정답이 없는 이 세계의 어딘가에서
언젠가 나만의 정답이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아주 희미한 믿음을 품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