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노시마 수족관

by 작논

나는 평소에 애정 표현을 낯간지러워하는 편이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같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에는 괜히 쑥스러움이 앞선다. 무뚝뚝한 사람은 아니지만,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는 아직도 조금 서툰 편이다. 그런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수족관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의 남자친구 덕분이었다.


내 남자친구는 평생 공부만 하며 달려온 사람이다.

남들이 누리는 사소한 자유나 일탈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채 살아온 터라, 가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찡해질 때가 있다. 그는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집요한 성격이다. 몰두하고, 파고들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그 특유의 기질. 본인의 일을 해낼 때는 더없이 훌륭한 장점이 되지만, 가끔은 옆에 있는 사람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그 대상에는 나도 포함된다.


우리가 에노시마 수족관에 갔던 날에도 그랬다.


그는 수조 앞에서 꽤 오래 멈춰 선다. 특히 상어나 가오리 같은 커다란 생물들이 미끄러지듯 물속을 유영하는 곳에서, 그는 마치 중요한 비밀이라도 발견할 것처럼 아주 진지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본다.


그러다 물개와 물범 이야기를 꺼낸다.

둘은 엄연히 다른 거라며 그 차이를 꽤 열심히 설명해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지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엇이 물개고 물범인지 여전히 헷갈린다.


나는 물고기 구경에 그리 큰 흥미가 있는 편은 아니다.

수조 앞에 한참을 서 있는 그를 보며 슬슬 지루해진 내가 몇 번쯤 투정을 부린다.


“이제 가면 안 돼?”

“아직이야?”


그래도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여전히 물속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물범 하나가 유리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는 “와…” 하고 작은 감탄을 내뱉더니 한참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 작은 생명과 깊은 교감이라도 나누는 사람처럼.


잠시 후 그는 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 물범이랑 교감했어.”


나는 웃음이 터졌지만, 왠지 마음 한쪽이 조금 찡했다. 그렇게까지 좋을 일일까 싶기도 했다. 아마 나는 끝내 공감하지 못할 종류의 기쁨일 것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네가 그렇게 좋아해서 다행이다.


그 생각만 마음에 남았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 참 따스해졌다.

동시에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평생 책장만 넘기느라 놓쳤을 풍경들을 이제야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건 왠지 모르겠다. 나도.


나는 결국 재미없는 물고기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그의 집요함을 조금 더 기다려주기로 한다. 낯간지러운 고백 대신 건네는, 나만의 가장 깊은 애정 표현인 셈이다.


사실 우리는 수족관에 들어가기 전, 바다에서 너무 오래 놀았다.

파도도 보고, 바람도 쐬고, 괜히 사진도 찍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결국 수족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단 한 시간뿐이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곳인데.


바다는 나중에 갈걸.

수족관을 더 오래 보게 해줄걸.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