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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Apr 25. 2024

대본 쓰기 너무 어려워.

대본을 쓴다는 것은 한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같다. 대본을 쓰는 사람은 온전히 그 극에 몰입하면서 배우들의 캐릭터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일을 해야만 대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쓰다가 말다가 해버리면 몰입이 깨지게 되고, 다시 몰입에 들어가는 시간이 걸리면서 작업이 늘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되도록이면 하고자 하는 대본 기초작업은 1주일 안에 끝내야 하고 출연 인물과 캐릭터의 분석을 마쳐야만 완성된 대본을 거머 줠 수 있게 된다. 


이번 대본 작업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참고할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창작의 고통이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대본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듯 앉아서 키보드를 치는 경우가 없다. 종이를 꺼내고 인물에 대한 분석을 하고 인물이 만들어 낼 법한 사건이나 장면을 고민해야 한다. 연계성을 살리기 위해 배역 간의 나이와 성별, 출신지나 학교를 맞추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렇게 생각보다 많은 일을 감당할 있겠다 싶어지면 대본작업에 들어간다. 


1. 사건 정하기 


대본작업 같은 경우엔 중심 되는 사건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내가 주로 하는 대본작업은 종교적인 내용이 다수였다. 그래서 사건을 만들어 내거나 정하는 것도 의외로 쉬운 작업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이나 상황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일이 많이 있다 보니 대본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덜어 낸 셈이다. 


하지만 요 근래에 들어와 창작의 범위를 넓혀나가고 싶어 성경 내용이 아닌 다른 작품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줄거리나 내용은 가닥을 잡아 냈지만 큰 사건을 정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다. 진짜 현실에서 나타난 일을 원작의 소재로 하거나 일어날 것 같은 사건으로 가닥을 잡아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음주 운전의 사고나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처럼 나에겐 일어나지 않았지만 현실에는 일어난 일을 소재로 삼을 수도 있고, 타임머신으로 미래를 향하거나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로 과거로 돌아가는 전개를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가 쓸려고 하는 원작의 전개의 방향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사건을 고르는 것도 허용가능한 범위에 있긴 하지만 적합성을 고려해 볼 수밖에 없다. 


2. 시대 정하기


얼마 전 OTT 시리즈 영화를 본 내용이 생각이 난다. 배경은 조선인데, 두 남녀의 주인공이 인체 실험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여주인공의 어머니와 조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시리즈 영화의 배경은 조선이었다. 조선시대 암암리에 자행되었던 일본군의 인체 실험에 대한 비판적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괴물이라는 비 현실적 존재에 대한 배경으로 조선을 택한 것에 대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조선시대에 몰인각적 실험에 대한 비꼬는 시각

2. 현재와 떨어진 과거에 묘사로 인한 상상력 자극

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와 멀어진 과거나 미래에는 기록이나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이상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게 판단할 수 없고, 사실적 근거를 잡아 둘 수도 없다, 또한 내용에 대한 검증도 쉽게 할 수 없는 경우 창작의 효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인물의 성격 만들기


등장인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 중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세상에 인구가 60억이라면 60억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할 정도로 세상에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심지어 쌍둥이도 전혀 같은 성격이나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안. 그러니 출연하는 등장인물에 대한 설정을 쉽고 간단하게 정 할 수 없는 것이다. 


인물이 가진 성격이나 버릇. 혹은 앓고 있는 지병이나 능력으로도 극의 전개는 쉽게 바뀌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남자와 여자가 등장합니다.'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히어로물의 대표성을 뜬 웹툰 원작의 시리즈물을 보면 개인이 가진 능력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 달라 서로에 대한 선입견도 있지만 결국은 상호 보완된 능력의 부족함을 서로 채움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연극에선 캐릭터의 중요도가 훨씬 크게 작용한다. 다중 캐릭터(멀티)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극의 전반적인 부분에 분위기를 담당하고 책임지게 되는데, 이때의 역할의 극의 성공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관객석과의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중간중간 호흡하고, 분위기 띄우기도 하고 가라앉히기도 하는 말 그대로 다중 캐릭터의 역할이다. 


물론 주인공의 캐릭터성도 중요하다. 어떤 극은 주인공이 극 전체를 이끌고 나가며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도 가지고 있다. '셜록'을 예로 들면 주인공의 강박증과 같이 특별한 성격이 극 전체의 흐름과 해결의 실마리를 주는 열쇠가 된다.  이 외에도 역사적 사실 및 나라 또는 등장인물의 수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 연극은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진 공연 예술이다 보니 결국 대본을 극으로 표현해 내기 위한 현실성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하는 일 중 하나이다. 


하나하나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상황과 배경을 설명하자면 끝이 없지만 그만큼 정성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본을 탈고했을 때 손에 쥐는 느낌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책은 자식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작은 아이를 키워내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면 스스로 책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는 대본이 주는 느낌은 책과 다르다. 출간을 목표로 하는 일이 아니라 무대에 공연으로 올라가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눈앞에 생동감 있게 숨 쉬는 듯한 생명력이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단순히 활자의 느낌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 조명과 배우들의 몸짓이 연출가의 지휘와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는 것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배우의 한마디가 중요하고, 행동하나 가 중요하면 할수록 창장의 고통은 더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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