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남은 배우, 떠나는 사람

by SseuN 쓴

마지막 회식이었던 뒤풀이를 마치고 하루가 지난 아침이 되었다. 다들 잘 들어갔냐는 안부와 함께 연습 중에 찍은 사진과 대기실에서 찍은 사진들이 단톡방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진과 같이 공지도 올라왔다.


'모두들 필요한 내려 받기를 완료한 후, 이 단톡방은 일주일 뒤에 폭파하겠습니다.'

(단톡방을 폭파한다는 것은 모여 있는 모든 이들이 일제히 단톡방을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도 많고 동영상도 많아서 용량을 감당할 수 없기에 이 단톡방이 오히려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용량을 지기키 위해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니 서둘러서 정리를 해야만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사진들을 빨리 업로드하고 내가 필요한 사진들을 다운로드하며 중간 중간 웃긴 사진은 한 번 더 업로드하면서 놀리기도 했다. 우리 연극 단톡방에 마지막 여운을 즐겼다.


정해진 날짜가 되었다. 모두들 단톡방에서 나가기를 눌렀다. 짧은 인사와 함께 나가기를 누르면 내가 보고 있는 화면에는 '누구누구님이 나가셨습니다.'라는 글귀만 남아 있다 나는 주로 마지막에 단톡방을 나가는 편이다. 이번엔 연출을 도와 스텝의 역할도 해서 책임감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나가는 것을 바라보다 내가 마지막 차례가 되면 방을 나간다. 그들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나에겐 나름의 의미가 있는데, 떠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 하는 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마지막에 나가려고 한다. 그러다 맨 마지막 사람이 나가면 나도 그 방에서 나가기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우린 각자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우리가 공연했던 사진을 보고 있으면 하나같이 표정들이 밝아서 좋다. 본인이 스스로가 너무 서고 싶었던 무대라 무대에서 있으면 가장 빛이 나는 사람들이다. 함께 대사를 외우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 함께 연습하고 대사를 맞춰 보는 사람들이었다. 영상을 찍어 같이 공유하며 동선과 자세를 흐트러지지 않도록 봐주는 그런 착한 사람들이었다. 함께했던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이젠 더 이상 그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했던 공연에 배우들은 남아 있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했던 그 배역들은 나와 함께 무대 위에 추억들로 남아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하나하나 알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친해지기 위해서 각자의 노력했다. 그 결과로 눈만 마주쳐도 액션과 리액션 나오는 사이가 된 것이다.


인연은 이어졌다가도 끊어지기 마련이다. 꽤 오랜 시간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고, 함께한 시간보다 따로 지낸 시간이 무한정 길었기 때문에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하고자 하더라도 조금의 노력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역할을 했던 배역의 배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은유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연습이나 연습이 끝나고 간 식당에서의 기억보단 무대 위에 공연이 우리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아주 긴 시간 그 배역을 맡았던 그 배우는 각자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단톡방에서 모든 사람이 나갔다. 함께 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다만 함께 무대에 올랐던, 그 배역들은 나의 기억 속 무대 위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치 내가 모든 사람과 연락이 단절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 단톡방을 나가서 새로운 단톡방을 만들고 이제 연출이 없는 일반 보통의 단톡방으로 우리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로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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