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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한 알

양념 꼬막에 담긴 이야기

by SseuN 쓴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메아리 없는 인사를 해 봅니다.


"다녀왔습니다. "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어릴 땐 참 많은 이쁨을 받았습니다.
맏아들로 태어나 20대의 꽃다운 나이의 소녀 품에서 자랐습니다.
좋은 옷을 입었고, 제일 좋은 음식만 먹었습니다.
늘 그렇게 구김 없이 최고의 것들로 키워졌습니다.

일곱 살 생일이었습니다.
아직 단칸방에서 가운데 장롱을 놓고 지내던 시절이었습니다.
부엌은 방에서 작은 문 열면 나오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크기도 크지 않아 생일날 가족이 둘러앉으면 꼭 동생은 외할머니의 무릎에 앉아야만 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이 태어난 날. 가장 많이 아팠을 텐데, 제 자식에 입에 들어가는 게 뭐 그렇게 좋은지
부엌에서 들어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때 만들어주신 음식 중에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음식이 바로 양념 꼬막입니다.
어린 게 뭐 안다고, 어머니는 양념을 올린 꼬막을 종일 씻고, 삻고, 까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상에 올라온 생전 처음 보는 음식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누가 먹든 신경도 쓰지 않고 제 입에 넣기 바빴습니다.
그 후에도 매년 생일이 되면 꼭 해달라고 했던 음식이지만 여름 생일인 전 많이 먹어 볼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음식이 가장 많이 생각이 납니다.
누구보다 저를 좋아하셨고, 아껴주셨습니다.
당신의 손으로 직접 지어주신 밥을 하루아침도 거르지 않고
고3 때까지 차려주셨습니다.

당신이 차려준 상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사춘기에 모진 말들이 상처가 될 법도 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웃으셨습니다.
하지만 한번 몰래 보인 눈물에 금세 철이 들어버린 우리 형제는 지금도 당신을 생각하면 웃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웃음을 드리지 못한 날이 더 많아서입니다.

당신께서 우리의 곁은 떠난지도 벌써 9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 삼십을 넘긴 나이의 아들은 이 글을 적으면서도 눈물을 닦습니다.


상에 올라온 작은 꼬막 한 알에 코가 찡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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