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임 같은 숫자
아이들이 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수에 대한 기본 개념으로 가르기와 합치기를 배우게 된다. 가르기와 합치기는 말 그대로 숫자를 적당한 양으로 나누거나 숫자들끼리 합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5'를 가르기 한다면 간단하게 (1,4), (2,3), (3,2), (4,1)로 가르기를 할 수 있다. (1,2), (3,2), (8,2)를 3,5,10으로 합 할 수 있다. 가르기는 숫자를 보는 기본이 된다. 이때 숫자를 '유기체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로 이해하면 된다. 마치 아이들이 잘 가지고 노는 슬라임에 비유할 수 있겠다. 슬라임은 어떤 조각으로든 나누어지고 다시 합칠 수 있게 되어 있다.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화학적인 구조를 설명할 수 없지만 슬라임은 칼로 잘라도 다시 붙고, 손으로 떼어 낸다고 하더라도 다시 뭉치면 붙는다.
이처럼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준에서 처음 수학을 접하게 되면 숫자를 손으로 자르기도 하고, 양손의 손가락으로 세어보기도 한다. 한 손에 '3'을, 또 다른 한 손에는 '2'를 펴고 있으면 이것이 가르기의 기본이 된다. 여기서 한번 응용을 하자면 두 손에 있는 수를 다 읽으면 합하기가 된다. 이럴 때 많은 문제를 접하면서 숫자를 가를 때의 감각을 익히게 해야 한다. 수를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숫자의 가름과 합침에 있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숫자의 조합은 여러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가르는 것도 다양한 방법으로 가를 수 있다. 그러니 알고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아니라 최대한 그 모든 가능성의 결과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었던 '5'의 경우에도 4가지의 방법으로 가르기를 할 수 있었다. 단순히 (2,3)으로 가르는 법을 알고 있다면 '2+3=5'를 알지만 '1+4=5'라는 것을 모르는 것과 같다. 더하기의 방식을 미리 설명하게 되었지만 가르기와 합치기는 더하기와 빼기의 기초다 된다. 심지어 합치기를 여러 번 함으로써 곱하기를 이해하는 기초가 되고, 가르기를 여러 번 함으로써 나누기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가르기와 합치기는 가장 간단한 연산 법이다. 여기서부터 수학은 시작한다.
'사상누각 : 모래 위에 만든 집은 무너진다, '는 말이 있다.
수학을 튼튼하게 쌓아 올리려고 하면 기초가 단단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개념이 앞으로 분수와 소수의 연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시작은 '작은 수'부터 시작하면 좋다. 초등학생이라도 아직 큰 수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혀있지 않다면, 장난감이나 블록을 이용해서 나누는 것을 추천한다. 장난감을 이용하여 나누는 연습을 해보면 숫자로 하는 것보다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과일을 사거니 마늘 같은 채소를 가를 때로 함께 하면 좋다. 그러다 점점 숫자에 익숙해지면 '10'이하의 작은 수로 먼저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 숫자라는 새로운 언어에 익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하게 자주 연습하면 더 좋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며 한 자릿수를 하니씩 가르다 보면 어느새 익숙하게 숫자를 다루게 된다. 그리고 작은 숫자에 익숙해지면 '10'이상의 큰 수를 다루게 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동안 부모가 옆에서 함께 할 때, 느린 아이에게 무조건 시키는 것은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 수학에 대한 즐거움보다 의무감이 생기고 거부감이 조금씩 생기게 된다.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늘게 되면 수학이라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게 생겨나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하면서 그 안에서 수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가르기와 합치기가 슬라임을 닮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슬라임을 가지고 놀 때 가르기를 접목시켜 놀아주면 좋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도 가르기와 합치기를 접목시킬 수 있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도 숫자의 가르기와 합치기는 수와 셈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어른들도 숫자를 볼 때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서 확장된 시야를 가지는 것을 권한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수의 연산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사실 못 푸는 어른은 많이 있지 않다. 다만 그 문제를 읽고 난 다음에 어른이 해결해 나가는 방법에서 차이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직 더하기가 익숙하지 않아 문제를 풀어도 계속 틀리는 답을 하는 아이에게 암산으로 답을 알려 주는 것은 그 아이가 더하기를 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암산은 이미 계산에 대한 확신과 방법이 숙지되어 있는 어른에 한해서 유효한 방법이다. 요즘은 과정 중심형 평가로 평가 기준이 변하면서 계산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과정을 뚫어 보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학습력을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모르는 것을 가지고 왔을 때는 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구하려고 온 것임을 인지하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맞는 방법으로 풀이를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가르기와 합치기처럼 쉽게 할 수 있는 풀이는 더하기와 빼기, 곱하기와 나누기로 그 연산이 확장되면서 난이도가 올라간다. 거기에 숫자가 자연수에서 음수를 포함한 정수의 범위까지 확장되고, 다시 분수와 소수로 그 범위가 확장된다면 문제의 난이도는 극상에 가깝게 올라간다. 누구나 처음부터 어려운 수학을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분수의 곱셈을 학습시키지는 않다. 과정에 맞게 수학을 쌓아 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그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가르기와 합치기는 그 단계의 첫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모래 위에 수학을 쌓을 수 없다. 어른들이 보기에 가장 쉬운 수학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