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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른 수학

2. 곱셈 구구

구구단을 외워야 하나요?

by SseuN 쓴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을 하든, 고학년 수업을 하든지 항상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 심지어 중학생 수업을 하다 보면 더 절실하게 느끼는데 그것은 바로 구구단이다.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일단 접어 둔다면 구구단은 단연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 혹은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구구단을 모르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안 되는 거지?'라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미취학 아동을 둔 지인들의 가장 많은 질문들이다.


곱셈구구란, 부모 세대가 외웠던 구구단의 다른 표현으로 현재 초등학교 2-1에서 수학을 배운 교육과정에 사용되는 용어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수의 가르기와 합치기를 배우고 나면 다음 과정으로 덧셈과 뺄셈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다음이 곱하기와 나누기의 연산으로 들어간다. 이때 다양한 숫자들의 합과 차를 경험하게 되고, 곱과 나누기를 통해 조금 더 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수의 과정이 곱셈구구로 단원이 확장되는데. 곱셈구구의 기본이 되는 덧셈을 배우게 되면서 과정이 시작된다. 덧셈의 연속은 곱셈이 만들어지는 뿌리가 된다.

"2+2+2+2+2+2+2+2=2x8=16"

이처럼 같은 수가 더해진 만큼의 개수가 바로 곱셈으로 표현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구구단을 암기시킬 수는 없다. 구구단을 암기하게 된다는 것은 더하기를 못하게 막아버리는 일이고, 곱하기의 기본적인 개념을 잊어버리게 하는 큰 요소가 된다. 학생들에게 구구단은 필요하기도 하지만 필요 없는 개념이기도 하다.

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이러한 곱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해 봤다.


다시 한번 이야길 하자면 구구단은 결국 덧셈의 연속이다. 여기에 뺄셈까지 들어가면 최고의 콤비가 되어 암산으로 두 자릿수 곱하기가 가능해진다. 내가 처음 학원에 학생을 받았을 때 등록한 1호 학생이 바로 초등학교 1학년 말에 학원을 찾은 아이였다. 이제 곧 2학년이 올라가는 시기라 어머니께서는 집에서 구구단 표를 보내주시며 구구단 학습을 부탁해 주셨다. 다행인 것은 학생이 아직 2학년에 올라가는 시기였지만 구구단에 대한 학습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지와 같은 그 아이에게 구구단을 나의 방식으로 가르칠 수 있었다.


먼저 구구단을 하기에 앞서 우리는 10진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10씩 뛰어 읽기를 시작했다. 10이라는 숫자는 십진수를 사용하는 우리에게는 완벽한 숫자이기 때문에 뛰어 읽기에는 덧셈과 곱셈이 같이 들어 있다.

"10, 20, 30, 40, 50, 60, 70, 80, 90"이라고 외웠다.


두 번째로 5단을 시작했다. 5단은 완벽했던 10에서 전반을 사용하는 숫자이기도 하고, 우리의 손가락을 다 쓸 수 있는 숫자이기 때문이었다. 10단과 5단은 생각보다 빨리 이해했고, 잘 알아듣기도 했다.


세 번째로는 9단을 공부했다. 못 믿겠지만 9단은 아이들이 접근하기 가장 좋은 숫자이다. 10이라는 숫자에서 딱 1이 모자라는 숫자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9단을 공부하는 법은 이러했다. 9 곱하기 1은 9, 9 곱하기 2는 10 곱하기 2에서 1을 2번 더 더했으니 그 값을 빼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10의 2배는 20, 거기에 9를 두 번 더해야 할 것을 10을 두 번 더 했으니 차이나는 1 만큼 두 번을 빼줘야 한다. 그래서 계산 결과를 18이라고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30에서 1을 세 번 빼는 (9x3), 40에서 1을 네 번 빼야 하는 (9x4) 등등 10의 뛰어 세기에서 1씩 빼서 그 결과를 생각해 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2단, 3단, 4단도 그 방법에 따라 쉽게 가르칠 수 있었다. 그렇게 배운 학생이 암산으로 두 자리 곱하기 두 자릿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사칙연산의 순서를 외우느라 진땀을 빼고 있지만 수학이라는 약속의 언어를 배우는 중이라 생각하고 가르치고 있다.


두 자리 곱하기 두 자리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보자면, '19x75'를 암산으로 계산을 해보면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19x75'는 '75x19'와 결과가 같다. '19x75'는 앞서 설명한 덧셈의 연속으로 계산한다면 19를 75번 더하기로 계산해야 한다. 계산을 하는 방법은 같지만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뿐이다. 곱셈을 '75x19'로 바꾸면 계산하는 방법이 간편해진다. 75를 20번 더한다.(간단한 곱셈, 75x2x10) 그 결과에서 75를 한 번 빼는 방법으로 계산하면 된다.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구구단을 하게 되는 일은 잘 없다. 오히려 계산기를 쓰며 큰 수의 계산을 하게 되겠지만 그 계산을 도출하기 위해 만들어야 하는 식은 결국 수의 구조에서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중요한 사실은 바로 구구단을 외우고 초등학교를 입학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구구단을 외우긴 하겠지만 결론적으로만 그런 것이지 내용은 구구단을 외워서 외운 것이 아니다. 더하기를 통해서 구구단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구구단은 암기 연습으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계산 구조를 더하기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이해와 연습이 결과적으로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부모님으로 아이에게 구조를 가르치긴 쉽지 않지만 부모님들도 위에 설명한 예시의 방법으로 구조를 잡아 줄 수 있다면 구구단을 훨씬 간단하게 공부를 가르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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