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소금사막
문득 그럴 때가 있다.
여행을 했던 수많은 장소 중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곳이 있다. 고단했고, 힘들었으며, 추웠고 배고팠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오르는 고산지대에서 며칠 동안 머무르면서 하늘이 돕길 기도했다. 나는 그곳을 '별 빛이 내려앉은 곳'이라고 부른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말 그대로 모래 대신 땅 위에 소금이 내려앉은 곳이다. 바닷속 지형이었던 우유니는 지각변동에 의해 솟아올라 산이 되었고,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온 바닷물은 갈 곳을 잃고 산으로 둘러싸여 어디로든 움직일 수 없는 꼴이 되었다. 그 와중에 하루가 지나 해는 떠오르고, 세상은 밝아졌다. 바닷속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해가 떠 올라 수면 위를 데웠다. 수면에 있던 물은 금방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버리고, 남은 물은 다음 날 하늘로 올라갔다. 그렇게 며칠, 몇 날, 몇 년이 지나서야 올라갔던 물방울이 빗방울이 되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우기의 시작이다.
우유니의 계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매일 비가 오는 우기와 내가 세차를 하고 나와도 비가 오지 않는 건기로 나눌 수 있다. (한국에서는 내가 새 차를 하면 높은 확률로 비가 오거나 눈이 온다) 우기에 대부분의 날이면 비가 온다. 낮에 비가 오지 않으면 밤에 비가 많이 오고 밤에 비가 오면 낮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 12월-3월의 긴 기간 우기가 찾아오지만 그때 내리는 비는 증발한 물의 양에 못 미치게 되었고, 그렇게 바다에서 올라온 바닷물은 함께 올라온 소금을 남기고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하얀 소금사막이 생겨 버린 것이다.
이제 바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물이 말라 사막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건조하고, 황폐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느새 바닷속의 고르지 못했던 바닥은 솟아올라 소금의 장판을 깔아 평평한 마룻바닥처럼 반듯하다. 깊이도 바다의 깊이를 닮아 1미터에서 120미터 까지 다양하게 소금이 쌓여 있다. 오랜 시간 마르고 젖어가며 순도 높은 소금만 남았다. 누구의 손이 닿지 않은 해발고도 3600m의 안전한 염전의 소금은 먼지도 거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소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소금은 볼리비아 사람들(우유니의 나라)이 몇 천년을 소비해도 없어지지 않는 양이라 한다. 마치 유리처럼 맑고, 아기 피부처럼 깨끗한 이곳의 소금 사막을 보고 있으면 마치 동화 속 어딘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인공적으로 사람이 만들 수도 없으며,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별 빛이 내려앉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내가 우기 때의 우유니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우유니의 인기는 소금사막 위에 나지막이 고인 빗물에 의해 반영된 하늘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겨울방학 기간에 속하는 12월부터 3월의 우기는 한국 여향자들의 좋은 기회가 된다. 남미는 남반구에 위치하여 날씨가 우리 북반구에 있는 나라와는 반대의 계절이다. 12월이면 따뜻해지기 시작해서 여행하기 좋다. 물론 고산에 위치한 우유니는 선선하지만 그렇게 추운 날씨도 아니다.
우기에 도착해도 기다리긴 마찬가지다. 우유니를 보러 가고 싶다고 바로 떠날 수는 없다. 날씨의 요정이 도와주는 날에만 최상 컨디션의 우유니를 볼 수 있다. 우기에는 비가 많이 오는 탓에 차량이동이 필수인 우유니에서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으며 비가 그치지 않는 날에는 차에서 내릴 수 조차 없으니 날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모든 상황이 맞아 들어가면 상상하지 못했던 자연을 볼 수 있다. 감히 말이다.
보통 짧은 여행은 주로 도시에서 도시로 여행을 했다. 한국의 도시에서 일본의 작은 도시로 갔고, 한국의 도시에서 태국의 방콕이라는 도시로 여행을 했다. 때로는 홍콩으로 여행을 했고, 중국의 청도로 여행을 하기도 했다. 여행을 대부분 그랬다. 리조트를 간다는 것도 건물을 사람이 지어 그 속에 물을 데워서 담고, 나무를 옮겨다 심어 최대한 자연의 느낌을 느끼기 위해 가는 것이다.
온전히 도시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휴가라는 짧은 기간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 굳이 설명을 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에 자연을 경험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선택을 하길 바란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은 그 존재 자체로 빛을 가진다.
가능한 반짝이는 별을 오래 보는 곳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
그 빛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