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친한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한 통화는 시간이 지나 나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그러면서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브런치를 시작한 것 치고는 글을 많이 쓰지 못한 편이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글을 쓰고 있다 보니 브런치 매거진을 채우기 힘들었다. (요즘 브런치를 열심히 쓰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가 다시 높아지고, 게을렀던 생활을 다시 한번 반전시킬 수 있는 힘들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분의 이야기는 그러했다.
"나는 살면서 '우유니'라는 곳을 들어 본 적이 없었어. 여행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외국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알 수가 없었어. 그러다 브런치에 올라온 니 글을 읽었어. 우유니를 다녀와 쓴 글이었는데, 읽고 나니 '아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 그랬는데, 때마침 방송에서 우유니를 여행하는 장면이 나오더라. 아이들이랑 같이 보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나 저기 알아'라고 말을 했어."
"그래서요? 애들이 뭐라고 해요?"
"그랬더니 애들은 방송 화면 자막으로 나온 것을 읽고 아는 거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나는 승환이 삼촌이 쓴 글에서 여기 여행했다고 쓴 글이 있는데, 그거보고 알고 있던 곳이었어.라고 했지. 그 이후엔 아이들이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나는 뭔가 느낌이 달랐어."
"어떻게 달랐어요? 미리 알고 봐서 그런 거예요? 아님 제가 쓴 글이랑 방송에 나온 거랑 조금 달라요?"
"아니, 나 갑자기 여행이 가고 싶어 졌어."
-사실 이렇게 말씀하실 때 나는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원래는 여행을 아주 싫어해. 가는 길이야 즐겁고 재미있지만 숙소에 들어가고 나면 집이나 거기나 별로 다름이 없어 보여서 조금 흥미가 없었는데, 니 글을 보고 방송을 이어서 봤더니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어졌어.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살면서 '우유니'를 한 번이라도 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후에도 얼마간의 통화가 이어졌다. 그러다 통화를 마무리 하긴 했는데. 오로지 내 머릿속에 남은 유일한 말은 "니 글을 보고 여행을 가고 싶어 졌어."라는 말이다.
순간, 설명을 할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났다. 글을 쓴다는 습관과 여행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으로 시작했던 이 작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인이라는 특정한 독자 한 명이 나의 글을 읽고 여행이라는 것을 꿈꾸고, 우유니라는 여행지를 소망하게 되었다지만 그 이야기 자체로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에 의미가 생긴 것이다. 그 의미가 남들이 보기엔 보잘것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볼드체'로 쓰인 글과 같이 보인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보임으로 글솜씨가 늘어나게 될 것을 기대해서였다. 하지만 막상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면서 느끼는 점은 글을 쓰기만 하지 누군가로부터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몇몇의 독자로부터 공감의 댓글을 받아 본 적은 있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사실 몇 권의 책을 출판한 작가라 해도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평가를 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성장을 해야만 하는 곳이 바로 이곳 브런치다.
이렇게 작가가 가득한 곳에서 꾸준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습관을 유지시켜 주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새로운 글감을 찾기엔 아주 좋은 공간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서관 같은 곳이 되기도 한다.
독자를 특정할 수 없긴 하지만 나를 관심 작가로 등록해 주신 분들께는 내 글이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분들의 글도 나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분들의 글이 나의 글감에 도움을 주고, 글 쓰는 습관을 꾸준하게 유지시켜 주기도 하는 상생의 관계를 만들어 준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고, 나는 누군가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에서 나는 글을 쓰는 이유를 유지시켜 간다.
주말에 밀렸던 브런치 매거진에 글을 정리는 하기 전, 다시 한번 나의 의지를 높여주는 원동력을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