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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euN 쓴 Sep 20. 2023

1. 어떤 수는 □이다.

가끔 초등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미지수 'x' 변수를 나도 모르게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익숙한 듯, 

"선생님 이게 네모죠?"라고 대답한다. 


미지수의 개념은 중학생이 되어야 배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용어가 중학교 교육과정 중에 나오기 때문에 처음 배운다고 착각을 하고 있을 뿐 처음 배우는 때는 초등학교 때라고 할 수 있다. 


문제
□ x 4 = 20 
□ 에 들어갈 알맞은 자연수는?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에서 □를 어떤 수라고 표현할 뿐 문제의 핵심은 결국 미지수를 구하는 문제가 된다. 초등학생들에게 □는 그 속이 궁금한 어린 왕자의 상자 속과 같다. 우리가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듯, 미지수를 구하기 전까지 이 네모는 수많은 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선행을 위해서 수업을 하려다 보면 여기에서 작은 문제가 생긴다 아직 미지수의 상자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바로 변수 (x, y)를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직 미지수의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바로 미지수를 배운다는 것은 운전 연수도 못했는데, 도로로 차를 가지고 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미지수 즉 어떤 수는 말 그대로 '어떤 알지 못하는 수'를 의미한다. 그러니 정황상 혹은 계산상으로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수에 대한 상상이 필요한 것이다. 종종 중학생 중에서 x의 값을 문제에서 제시했을 때 그 문제에 나오는 값을 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확인해 보면 이 값이 미지수의 값인지 몰랐다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어떤 식에서 구해야 하는 값을 모를 경우에는 문제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문제는 푼다는 것을 답을 구한다는 의미로 그 답은 하나로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문제를 읽고 상황을 판단하여 가장 옳은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다. 


방정식의 경우 어른들이 문제를 읽어보면 답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미 이해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문제를 읽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는 이미 문제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경우 그 문제의 실마리를 직접 제공하지 않으면 문제만 읽고서는 쉽게 찾아낼 수 없다.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이 문제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아마 내가 현장에서 경험하는 일 중에 가장 많은 경우가 아마 문해력에서 나오는 문제 일 것이다. 학생들이 학원을 처음 오면 문제를 풀다가 갑자기 번호에 별을 그린다. 그리고는 모른다고 나를 찾게 된다. 


별 그림이 있는 문제의 경우엔 그 문제를 못 풀에서가 아니라 안 풀고 싶어서 별을 그려둔 것이 대부분이다. 이론을 모르거나 자료가 부족하여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 아주 극소수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그러니 아이가 모른다고 해서 한 번 해결해 주면 점점 그런 경우가 늘어나게 되어 버린다. 서술형의 경우는 물론이고, 짧은 서답형의 경우에도 문제의 길이가 길어지게 되면 자연스레 문제의 번호에 별을 그리게 되거나 선생님과 부모님을 찾게 된다.


방정식의 경우엔 모른다고 들고 오면 무엇을 모르는지 물어보기 쉽다. 어른들도 문제를 읽어보면 답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문제를 읽어보고 답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문제를 보면 아이가 어떻게 접근하면 문제의 답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방정식이 제일 어려웠어요'라고 하시는 부모님들도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방정식의 경우에는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부모님이 방정식이 어렵다고 생각이 들면 아이를 가르치기 전에 문제를 한번 읽어보고 풀어 보면 훨씬 가르치기가 쉬워진다. 방정식이라는 것이 결국 모르는 값에 대한 추리와 적절한 값을 찾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인데, 그러한 과정을 미리 해결해 본다면 아이와 함께 풀 때 수월하게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럼 우리 어른들은 방정식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는 방정식을 방정식이라고 나와 있지 않다. 문제에서는 '어떤 수'라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서 미지수가 x라는 단어로 쓰인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아이들이 모르는 수가 들어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가 되면 나는 포스트잇을 이용하여 식의 한 부분을 가리고 문제를 낸다.


'5 + 3 = 8'이라는 식을 예로 들어 보자. 어떤 수를 쓸 수 있는 자리는 모두 세 개가 된다. 5를 가리고 

'□+ 3 = 8'이다. 이때 □의 값은 얼마일까?

'5 + □ =8'이다. 이때 □의 값은 얼마일까?

처럼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식에서 하나를 가리는 것이다. 포스트잇을 이용해서 가리고 아이와 문제를 풀고 나면 다시 그 자리의 숫자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이 부분에서 포스트잇을 가렸다가 그 아래의 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가 푸는 문제의 답은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교육 방식이다. 


문제에 대한 다른 시각을 선사하는 것이다. □로 만들어진 빈칸에 원래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값이 있는데, 무엇인지 찾아보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원래 방정식이라는 것이 식을 완전하게 만드는 □를 찾아내는 것이니 그 값이 원래 있었고, 우리는 가려진 답을 찾아내는 중이라는 것이 중요한 접근 방법이다.


사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를 찾는 과정이 그렇게 대단한가 싶다가도 중학생이 배우는 방정식을 보면 진짜 어렵구나 하는 경우가 있다. 방정식을 하루아침에 이해할 수는 없다. 지금 배워야 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고, 확실해야만 다음 스텝이 가능해진다. 생각보다 쉬운 어떤 수 찾기는 아주 중요한 수학의 기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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