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 마을을 바꾼다

10년의 실험노트

by 도시적소

오랫동안 정리해보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마을공동체'라는 단어에 이끌려 동네에서 도시공간과 도시생활을 바꾸기 위한 활동들에 함께 했다. 처음에는 그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참여한다는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돌아보니 앞장서서 이런저런 일들을 작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10여 년 동안 살고 있는 동네를 기반으로 이웃들과 더 나은 일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일들이 그저 나에게 좋은 추억으로만 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꼭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도시에서 마을 공동체?" 내가 처음에 들었던 생각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벌써 10년이 지났으니 더욱 그 단어가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대도시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도 조금 다른 이름이었으면 했지만, 내가 서울에서의 마을공동체를 이해한 것은 동네에서 동료시민들과 함께 도시공간과 도시생활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마을'이라는 단어는 '생활권'이라고 말하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라는 일상생활의 공간적 범위로, '공동체'라는 단어는 도시에 사는 시민들의 사회적 관계라는 서로 연결된 시민의식을 가진 도시생활의 가치로 생각했다.


사실 여러 번 정리하고자 했지만 마을에서의 이런저런 여정에 대해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선뜻 시작하기 어려웠다. 서울시장과 정책의 변화로 갑작스럽게 하던 모든 일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정책의 비중이 너무 커졌던 우리의 연약함에 대한 아쉬움과 상실감, 그 정리하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된 사람들의 무서운 욕망과 비겁함에 대한 실망과 상처가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시간이 되게 하였다.


그렇게 몇 년을 그 실패감에 조용히 살다 보니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수많은 사람들의 글과 책과 생각을 빌리면서 왜 나의 경험은 왜 나누지 않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너무너무 즐겁게 미쳤었던 10년의 과정이 마지막의 실패감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도록 두는 것은 괜찮은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 실패와 시행착오는 어쩌면 동네에서 혹은 지역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던 모든 시민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가물가물한 기억도 있고 감정만 남은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실험들의 과정을 적는 실험노트의 이름을 가지고 나는 도시를 변화하기 위해 무엇을 했고, 어디서 흔들렸으며, 왜 멈추었고, 무엇을 다시 배웠는지를 솔직하게 천천히 남기려 한다.


<동네가 도시를 바꾼다 : 10년의 실험노트>

이 노트는 “동네에서 시작된 행동이 과연 도시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10년 동안 몸으로 답해본 기록이다. 성공 사례라기보다는 실패를 통한 끊임없는 실험, 정책과 거버넌스 사이 어딘가의 고민, 그리고 동네에서 의미를 만드는 작고 느린 방법들과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동네로부터 도시의 변화를 꿈꾸는 것에 무엇이 가능해지는지, 어디서 좌절되는지, 어떻게 다시 도전하는지, 왜 함께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또 다른 실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