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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번역가 Oct 14. 2023

에필로그

사십에 프리랜서가 된 제가 이제 오십이 되었습니다. MZ 세대가 좋아할 만한 감각적인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세대가 아닌 제게서는 그런 글이 나오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고 제 고유의 감각마저 잃어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11개 꼭지의 글을 쓰며 나다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하는 사람, 쪼그라드는 마음을 좀 펴고 싶은 사람, 옹색한 마음을 발견하고는 덜컥 겁이 나는 사람, 내 노력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사람, 완벽주의는 불안임을 깨달은 사람. 이렇듯 한 가지로 정의될 수 없는 나다움을 찾는 일을 오십이 되어서야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요.


'고립 벗어나기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브런치북을 한 개 완성했고, 탈고까지 시간이 좀 걸릴 테지만 출판 원고가 하나 준비되어 있고, 기획 아이디어가 2개 있으니까요. 출판사를 차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곧 한국에도 갈 예정입니다.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한 깊은 외로움이 이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이 프로젝트는 불안이 자리 잡은 무기력한 일상에 이미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오로지 번역만을 고집하던 1잡러에서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N잡러가 되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몇 년 전에 발행했던 브런치북을 수정하리라 마음먹은 것이 9월 초였습니다. 시작하고 보니 수정이라기보다는 새로 쓰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었지만, 꼭 마무리하고서 브런치북 대상에 출품하고 싶어서 꽤나 초초한 마음으로 썼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마음이 단단해지더군요. 그 단단함으로 불안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경험과 생각을 내 안에만 가두지 않고 어디에서든 글로 표현하리라 마음을 먹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라이크로 응원해 주신 분들께는 더욱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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