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나에게 마케팅은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었다. SNS 계정은 만들었지만 의무감에 가까웠고, 오래가지 못했다. 나를 '알리는' 행위 자체에 큰 심리적 저항이 있었고, 특히 인스타그램은 내게는 너무 시각적으로 자극적이었다. '나는 이런 것과 맞지 않는 세대'라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마케팅은 시작도 하기 전에 늘 나를 지치게 만드는 일이었다.
변화는 거창한 채널 개설이 아닌, 크몽 프로필을 손보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됐다. 혼자였다면 여전히 모호하고 민망한 글귀만 반복했을 프로필 문장을 AI를 통해 객관적으로 다듬을 수 있었다. "나는 어떤 번역가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AI와 나눈 수많은 대화는 나를 포장하는 방법이 아니라 '제삼자의 시선'으로 나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훈련이 되었다.
그 결과 나의 전문성과 강점을 명확히 전달하는 형태로 프로필을 구조화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나를 소개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프로세스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프로세스 설계자로서의 짜릿한 첫 성공 경험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을 거친 뒤 실제로 ICT 및 ESG 분야의 B2B 문의가 늘었고 수주로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단지 나를 제대로 설명했을 뿐인데 시장이 먼저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마케팅이란 나를 파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가치를 명확히 보여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크몽에서의 작은 완성은 다음 단계를 향한 가장 확실한 동력이었다. 나는 그동안 주저했던 링크드인의 문을 열었다. 자극적인 이미지 대신 생각을 정제된 글로 펼쳐 보이는 링크드인은 일과 전문성을 중요시하는 나의 가치관과 잘 어우러지는 플랫폼이었다. 처음으로 SNS를 '즐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링크드인을 시작한 지 단 한 달 만에 생각지도 못했던 알 만한 기업으로부터 프로젝트 문의가 두 건이나 도착했다. 비록 최종 계약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문의에 성실히 응대하는 과정 자체가 전문 번역가로서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나의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고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 연결될 때 시장은 반응한다는 것, 링크드인이 고단가 B2B 고객에게 닿을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채널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한 순간이었다.
이 작은 성공은 이제 막 출발한 여정의 첫 이정표다. 이 경험을 더 확장하기 위해 콘텐츠 전략을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지금의 초기 반응을 꾸준한 신뢰로 이어가려면 어떤 후속 설계가 필요할지, 풀어야 할 질문들이 남아 있다. 마케팅은 더 이상 나를 드러내는 불편한 일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세상에 증명하고 다음 단계를 설계하는 가장 흥미로운 실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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