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감의 비애, 혹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 생각들에 대하여
언젠가부터 스쳐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둘 수 없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잠깐 스친 생각도 쉽게 기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순간뿐이다. '그게 뭐였지' 하고 한참을 되짚어야 겨우 한두 개쯤 떠올릴 수 있게 됐다. 떠올릴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안타까웠다. 그 스쳐가는 생각 속에 다음 글감이 있고, 때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기록 습관을 길러보고자 좋은 만년필과 노트를 여러 권 사두었지만, 절반을 채우지 못한 게 수두룩하다. 기록이라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부담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어쩔 때는 노트에 적는 것마저 귀찮아 카카오톡으로 메모를 남겼지만, 그 조각들마저 시간의 흐름 속에 대부분 밀려나가기 일쑤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 흩어지는 생각들을 붙잡아야겠다는 절박함이 이 모든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 설계도, 그리고 현실의 벽
처음의 구상은 단순했다. AI와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그 내용이 자동으로 요약되어 노션에 저장되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딩 지식이 없는 내게는 그저 막연한 꿈과 같았다. 이 고민을 ChatGPT에게 털어놓자, Make.com이라는 노코드 자동화 도구를 사용하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았다.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곧장 Make.com을 열어 모듈을 만들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마치 레고 블록처럼 각 앱의 역할을 연결하는 첫 번째 시나리오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프로세스 설계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각 앱의 기능을 담당하는 모듈이라는 부품의 개념도, 그 부품들을 연결할 전체 조립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뛰어들었던 것이다.
자동화란 단순히 기능을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먼저 큰 틀을 세우고, 그 안에 어떤 부품이 필요한지 파악한 뒤에야 비로소 조립을 시작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 기본적인 순서를 건너뛰었기에, 나는 길고 막막했던 시간 낭비를 자초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림을 그려나갔지만, 곧 예상치 못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내가 구상한 완전 자동화 흐름을 당시의 ChatGPT 기술이 지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 답답했던 것은, ChatGPT는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계속해서 그럴듯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나를 뺑뺑이 돌렸다는 점이다. 나는 AI의 안내를 믿고 몇 시간을 허비하며 엉뚱한 코드를 디버깅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다. 하지만 그 좌절은 곧 전환의 기회가 되었다. 그 실패 덕분에 나는 GPT의 단순 API 호출을 넘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결과물을 구조화하는 GPTs라는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도구의 한계에 갇히는 대신, 나의 목표를 달성할 더 나은 도구를 찾아낸 것이다.
첫 번째 성공: 클릭 한 번의 희열
GPTs의 액션 기능은 게임 체인저였다. 나는 GPTs 인터페이스 안에서 아이디어를 요약하고, 확인 후 버튼 클릭 한 번만으로 Notion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는 시스템을 마침내 구현해 냈다. 창작 과정에서 사고의 흐름을 끊지 않고 기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터페이스. 그 순간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단 하나였다. 내가 이걸 해내다니.
그 성공 직후, 나는 며칠간 시스템을 구축하며 겪었던 좌충우돌의 과정들을 작업 일지처럼 하루씩 쪼개어, 방금 만든 바로 그 자동화 시스템으로 Notion에 기록했다. 그렇게 총 5개의 아이디어 요약이 순식간에 나의 데이터베이스에 쌓였다. 그동안 생각과 기록 사이에 존재했던 거대한 병목이 사라지고 흩어지던 생각들이 드디어 자산이 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코딩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면 꽤 근사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 구조는 엄청나게 단순했다. 하지만 엄청 신박했다. 이 작은 성공은 나에게 초안 작성 자동화도 쉽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나는 딥 리서치 과정을 통해 정립했던 3단계 워크플로우를 떠올리며, 곧바로 다음 단계를 향한 지침을 고심해서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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