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프롤로그
인스타그램 아이디 있으세요?
대부분 인스타그램 아이디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사람을 만나거나 혹은 채용시장에서도 SNS 계정을 묻는 세상에서 나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왜 SNS를 하지 않았는지 굳이 생각해 보면, 첫 번째로 나를 노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내 생각과 감정을 누군가에게 내보이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넓은 관계보다는 깊은 관계를 선호하다 보니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기에는 불편함 없이 지냈다. 마지막으로 SNS를 위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피드를 꾸미기 위해 인스타그래머블한 스팟을 찾아다니고, 온라인에 갇혀 내가 올린 것에 대한 피드백을 살피는 등 눈앞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멀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 글을 써 내려가게 된 이유는 핸드폰 앨범 속 사진이 아닌 그 당시를 기록하지 못한 아쉬움,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의 부재, 그리고 주변에서의 권유 때문이다. 사실 SNS를 하지 않으면서 느낀 아쉬움과 주변의 권유는 옛날부터 있었지만 이제야 시작하게 된 것은 최근 다녀온 여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을 위한 매체의 필요성을 느꼈고, 혼자 여행하며 오롯이 내 선택에 따라 보고 느낀 것들에 대한 기록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동안 대충 넣어놓고 꺼내지 않았던 취향이라는 서랍이 여행을 다녀온 뒤 더욱 어질러져 정리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니더라도 취향을 드러내라는 주변의 말을 이제 한 귀로 흘리지 않게 되었다.
정리를 우선순위에 두다 보니 이미지보다는 텍스트가 적합한 것 같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글은 자주 써왔기에 글쓰기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다. SNS 중 상업 광고가 덜하고 아직은 노출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잘 맞을 것 같은 브런치에 가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깔끔한 UX/UI와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카피라이트가 와닿아 옛날부터 들락날락하며 양질의 글을 접했었다. 하는 일 때문에 ‘공간’이라는 단어에 익숙했고, 이곳에서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취향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플랫폼을 선택했다.
또한 SNS가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은 무시 못하는 것 같다. 나의 기록들이 모여 아카이브 혹은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걸로 퍼스널 브랜딩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동안 모른 척했다. 자기 PR이 중요하고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에서 나는 한 발자국 떨어져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이제 시선을 옮겨 나 자신을 돌아보고 취향을 정리하면서 이곳에서의 기록을 통해 나라는 브랜드에 대한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