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여행기록:크뢸러-뮐러 미술관
Houtkampweg 6, 6731 AW Otterlo, Netherlands
Tue - Sun 10:00-17:00 / Mon 12:00-17:00
https://krollermuller.nl/en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인 더 호헤 벨루에에 있는 미술관으로, 크뢸러 뮐러 부부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19-20세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은 유럽에서 가장 큰 조각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현대 조각계 거장들의 작품을 숲 속에서 볼 수 있다.
아침 일찍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에더로 향했다. 한적한 도시에 내려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버스를 타고 오테를로에서 한 번 더 갈아타고서 국립공원에 닿았다. 공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하고 들어와 숲 속에 깊숙이 위치한 미술관에 도착했다.
미술관을 향해 걸어가면서 보여주는 초록초록함에 반해 락커에 짐을 놓고 먼저 야외 정원으로 향했다. 나오자마자 호수 위에 떠있는 조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변 녹색과 대비되는 흰색 조각은 연못을 가로질러 움직였고, 바람에 따라 춤추는 모습을 보며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이 외에도 정원에서 다양한 작품들과 파빌리온을 만날 수 있다. 로댕, 폰타나, 장 뒤뷔페, 크리스토 등 거장들의 작품이 숲 속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초록초록함을 만끽하며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정원 깊숙한 곳에서 한 파빌리온을 만났다. 평행한 벽 사이사이에 여러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 사이를 걷다 보니 익숙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학부생 때 미로에 대해 스터디하면서 보았던 알도 반 아이크의 파빌리온이었다.
이 파빌리온은 1966년 국제 조각 전시회를 위해 지어진 임시 파빌리온을 재건축한 것이라고 한다. 동일한 높이로 6개의 벽을 일정한 간격으로 구성하여 만든 5개의 복도와 다양한 크기의 반원형 공간 사이를 걸었다. 나만의 길을 만들며 관람하면서 마치 골목길에서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공간을 우연히 마주한 경험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본격적으로 전시 관람을 위해 미술관으로 돌아갔다. 헬레네 크뢸러-뮐러가 컬랙팅한 19-20세기의 입체파, 인상파, 데 스틸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재력이 뒷받침되어 많은 작품을 모을 수 있었겠지만 당시 그녀의 안목에 감탄하였다.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상설전시 외에도 미술관의 절반은 기획전시가 마련되어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컬렉션으로 유명한 만큼 그의 다양한 유화 작품을 볼 수 있다. 고흐가 농민화가를 꿈꾸며 그렸던 인물화나 풍경화, 프랑스 시절 그린 [밤의 카페 테라스] 등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씨를 뿌린 네 개의 해바라기]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익숙한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아니었고, 다른 꽃을 그린 정물화처럼 화병에 담겨 있지 않았다. 유화에서 느껴지는 입체감과 따뜻하고 차가운 색상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실내 전시를 보다가 지치면 밖으로 나가 잠시 쉬면서 자연과 함께 야외 작품들을 구경하며 여유롭게 관람했다. 미술관은 조경으로 가리거나 유리를 사용하여 외부에서 잘 드러나지 않아 마치 숲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내부에서도 자연을 끌어들여 건물 안에서 밖을 바라보았을 때 또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뮤지엄샵에서 실내외 전시 중 인상적이었던 작품 엽서를 고르고 미술관 밖으로 나왔다.
국립공원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미술관 앞에 있는 자전거 중 나에게 맞는 것을 골라 타고 국립공원을 둘러보며 라이딩하고서 돌아갔다. 암스테르담에서 왕복 네 시간 넘게 걸리고 교통편이 쉽지 않지만 이곳에 갔다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네덜란드 여행 일정이 여유롭다면 하루정도 이곳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