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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 Mar 11. 2016

이적생의 이야기 10

마지막 경북대학교 편입시험

"1월 22일, 토요일"



성균관대학교 면접을 마치고, 청주에 있는 이모집으로 가게 되었다. 이모부의 생신이셨기 때문에 외가 쪽 가족들이 청주에서 함께 모이기로 한 것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친척들을, 편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항상 친척들이 요즘 뭐하면서 지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연세대, 성균관대 두 곳 모두 1차를 합격해 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은 한결 가벼울 수 있었다. 이모의 막내아들에게서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이모의 막내아들은 나와 동갑내기인데, 대학교를 다니면서 ROTC를 지원해서 지금은 장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결혼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근무가 있는 관계로 오지 못하여 전화를 한 것이다. 전화를 받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던 이모가 갑자기, 이모가 전화기에 대고 말씀을 하신다.


"강현이가 이번에 가문의 영광이 되어서 돌아왔다. 연세대학교에 붙었단다."

그리고 전화를 내게 바꿔주신다.

"오~ 축하해. 연세대 붙었다며."

"아니, 아직 1차만 발표 난 건데…"

"에이~ 1차 합격이면 뭐 거의 끝난 거나 다름없지."

"…"


아직 최종 합격까지 한 것은 아닌데, 괜히 일만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이러다가 두 곳 모두 최종에서 탈락을 해버리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며칠만 더 있으면, 이제 최종 발표일인데, 그때까지만이라도 이 합격생의 생활을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 예감으로 두 군데다 최종 합격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월 23일, 일요일"



청주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대구로 내려오게 되었다. 1월 23일 일요일, 갑자기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평소 같으면 모르는 번호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 나였지만, 이 날은 같은 번호로 여러 번 전화가 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입학처인데요."

"네.."

"저기 제출하신 성적표에 전적대 성적이 안 나와있네요. 그 성적표를 오늘까지 보내주셔야 되는데요."

"네? 오늘 당장 보내도 오늘까지 도착 못하는 것 아닌가요?"

"최소한 내일 오전까지는 보내주셔야 됩니다. 우체국에서 익일특급으로 보내면 아마 도착할 거예요."


▲ 성적이 좋아보이지만 학점은행이라 좋은겁니다.


'성적표가 빠졌다고?' 제출하라고 한 건 다 냈는데, 유독 연세대학교에서만 예전 학교 성적표를 요구해왔다. 학교 이름이 좋은 학교도 아니고, 성적도 좋지 않는데, 난감하다. 제출해봤자 별로 이득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자료가 제출이 되지 않으면, 자료 불충분으로 자동으로 탈락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온다. 갑자기 다급해진다. 얼른, 학교에서 요구하는 성적표를 뽑아서 우체국으로 헐레벌떡 뛰어간다. 괜히 이것 하나 때문에 모든 걸 망쳐버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성적표를 보내면서 썩 좋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마, 연세대학교와는 여기서 끝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온다. 20살 때,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재도전도 해보지 못하고, 성적에 맞지 않는 학교를 간 탓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않았고, 정말 생각 없이 굴기만 했었던 게 지금까지 이렇게 내 발목을 잡게 될 줄은 여태 생각도 못했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니,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경북대학교 편입시험"



1월 25일 화요일, 경북대학교 편입시험이 있는 날이다. 오늘 시험은 1시, 화학관에서 있었다. 오늘 시험을 화학관에서 치는 이유는, 경북대학교는 화학과로 지원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번 편입시험에서 연세대와 성균관대에는 그나마 즉시 사용 가능 전력인 영어를 활용해서 영문학과에 원서를 넣었지만, 경북대에는 PEET 과목과 관련이 있는 화학과에 한번 원서를 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여태까지 영어는 내게 있어서 단순 부차적인 것일 뿐이고, 제1전공은 영어 이외의 것으로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평소에 늘 생각을 해왔었다. 영문학과가 단순 영어만이 아닌 영어학과 영문학을 다룬다는 사실 조차도 영문학과에 지원한 후에 그리고 연세대학교 시험 1차에 합격한 후에, 학업계획서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니 말이다.


경북대학교의 편입시험은, 마치 오늘이 시험날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연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편입시험 날에는 사람들이 들끓었으나, 경북대는 오늘 시험 치는 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지 않았고, 심지어는 안내하는 사람들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침에는 경북대학교 도서관에서 준비를 하다가, 점심을 먹고 시험장으로 걸어서 갔었기 때문에,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이것이… 홈경기의 이점인 것인가… 그렇게 혼자서 조용히 익숙한 캠퍼스를 걸어서 화학관에 도착을 한다. 화학관에 도착을 해서도 특별히 안내를 하는 사람도 없고, 수험생도 몰리지 않았던 탓에 대기실을 찾는데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 대기실을 겨우 찾아서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

시험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말이다.


시간이 꽤 지난 이후에야 감독관이 들어와서,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시험을 시작한다. 시험도 꽤 엉성하다. 대기하던 자리에서 시험지를 받아서, 그것도 책상이 있는 자리도 아닌, 책상이 없는 의자에 팔걸이에 종이를 올려놓을 수 있게 생긴 그런 의자에서 시험을 치른다. 문제는 주관식 5문제로, 모두 화학에 관한 내용이었다. 5문제를 총 1시간 동안 풀게 한 후, 답안지를 가져가서 채점을 하고, 그 가져간 답안지를 토대로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경북대학교 화학과는 학사편입생을 총 4명 모집했었는데, 지원자는 총 3명이었다.


즉 경쟁률이 1:1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인데, 경북대학교의 경우 지금 치르고 있는 전공시험에서 60점 이상 받지 못하면 경쟁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합격을 시키지 않는 구조였다. 하지만, 오늘 시험을 치러 온 학사편입생은 나 한 명뿐, 그렇게 혼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총 5문제 중, 완전히 모르겠는 문제는 1개, 그리고 나머지 4개는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었으나, 그 문제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정확한 답을 잘 모르는 상태였다. 어찌어찌 아는 내용을 적고, 잘 모르겠는 건 주관식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찍었다. 그냥, 그럴 듯하게 답을 적은 것이다.


어차피, 애매하게 쓴 답은 면접에서 공격을 받게 될 것이지만, 그때는 그냥 잘 모르고 답을 적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1시간가량의 시험이 끝나고, 시험감독관이 시험지를 걷어간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면접을 시작한단다. 오늘 면접은 내가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면접실 안으로 들어가게 되니, 면접관은 총 3명이 있었다.


가운데는,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교수님, 왼쪽에는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사람, 오른쪽에는 비교적 젊어 보이는 교수가 앉아있었다. 우선은, 왜 화학과에 지원을 하는지에 관하여 물어보고, 그리고 문제에 관한 질문을 해왔다.


"5번 문제 여기에 보면… 이것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해 줄 수… 아, 내가 일부러 힌트를 준다고 다 적어놨구나…"

"그럼, 3번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3번 문제의 경우에는, 솔직히 이야기를 하면 잘 모르면서 답을 적었습니다."

"그렇군요…" 감독관 3분이 말이 없어진다.

"여기 보면 정답을 지금 잘 적어놨거든요. 1번 문제의 경우, 배수 비례의 법칙이랑 잘 적어놨는데… 그럼, 4번 문제를 좀 설명해줄 수 있나요?"


3번 문제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었기에, 아는 만큼은 대답을 했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을 했는지는 사실 알 수가 없다. 연세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시험이 의외로 길어지게 됨에 따라서 화학은 거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들어간 상황인데다, 이 전에 공부했던 부분도 사실 고등학교 화학 II 내용도 다 보지 못하고 들어간 탓이었다.


고등학교 화학에서 한 번씩은 봤던 내용이긴 해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할 수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대학교 전공 수준의 화학은 아직 내 수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면접에서 한바탕 고전을 하고, 면접은 끝이 났다.

그래도 홀가분했다. 이제 지겨웠던 한 달간의 시험에서 해방이 된 것이니 말이다. 물론 쉬지 않고 공부한 기간으로 치면 한 달 이상이 되었다. 불편한 마음으로 살아온 기간을 보면 전역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쭉 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이제 남은 것은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성균관대와 연세대학교의 최종 결과 발표는 2월 1일, 그때까지만이라도 속 편하게 한 번 쉬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날 이후로는, 아마 합격자의 여유도 사라질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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