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에서 면접이라니...
"성균관대학교 면접"
1월 21일 금요일, 아침에 동대구역에서 KTX 열차에 탑승한다.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 열차다. KTX라… 얼마만에 타는 것인지 감회가 새롭다. 처음에 성균관대학교에 원서 접수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다시 서울로 올라가게 될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2차 시험인 면접을 위해서 올라가고 있다니, 뭔가 어색하면서도 신기하기도 하다. 서울로 가기 위해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에 몸은 피곤하지만, 잠은 잘 오지 않는다. 면접을 앞에 둔 긴장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서울로 향하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면접을 마치고 블로그 이웃인 "수우"님과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로 했고, 대학로도 "수우"님께서 구경을 시켜주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피곤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창밖 경치를 구경한다. 예전부터 나는 기차 타는 것을 좋아했었다. 아무래도 기차를 자주 탈 일이 없어서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지만, 버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다.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서울역에 도착한다. 시간이 넉넉지는 않다. 점심을 간단하게나마 먹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서울역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급히 해결을 한 후, 4호선에 몸을 싣는다. 1차 시험을 치러 와봤던 길이기에 이제는 좀 더 익숙하다. 열심히 걷고 있지만, 도착 예정시간이 아슬아슬할 듯하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4번 출구로 향해서 속보로 걸음을 걷는다. 면접 한번 보려고 대구에서 새벽에 출발했는데, 만약 늦어서 면접을 못 보기라도 하면, 정말 괜한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성균관대 정문을 통과하니, 면접시간까지는 약 6-7분가량 남았다. 정문 입구에서 아주머니가 서류 봉투가 필요하다고 사가지고 가라고 한다.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무려 1000원이란다. 마침 서류 봉투가 없던 차였지만…
'뭐, 그까짓 봉투 없다고 뭐라고 하겠어… 어차피 클립으로 끼워 뒀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 됐어요."하고 그냥 지나친다.
아주머니의 말에 솔깃하여 사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해 보였다. 오늘 면접 장소는 성균관대학교 국제관, International Hall 이었다. 국제관 근처에 다다르자, 길을 안내하는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늦었으니 어서 뛰어서 들어가라고 한다. 혹시 늦은 게 아닌가 싶어서 부랴부랴 뛰어가서, 면접 대기실을 찾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늘 면접을 보러 온 탓에, 찾기가 쉽지가 않다. 면접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서 면접 대기실에 도착을 했는데,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그렇게 밖에서 약 20분 이상을 기다리니, 면접 관계자 분들이 나타난다. 면접 대기실로 우리를 들어가게 한 후, 오늘 면접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고, 서류를 제출하라고 한다.
역시나… 서류봉투는 필요가 없었다.
우선, 서류를 제출을 하고, 지정된 자리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다. 면접은 한 사람씩 진행이 되는데, 한 사람당 약 5분씩 면접을 본다고 했다. 그리고, 면접을 보는 순서는 수험번호가 빠른대로… 즉 원서접수를 먼저 한 순으로 보는 것 같았다. 내 순번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내 앞으로 약 10명쯤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대충 시간으로 계산을 해보니, 5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물론, 영문학과 지원자가 가장 많은 상황이라, 영문학과 1차 합격생 수가 약 26명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중에서 약 10번째면, 그리 늦은 편은 아니었다.
내 옆자리에는,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연기했던 캐릭터의 이름과 같은 사람이었다. 면접을 기다리면서 책도 보지 못하게 하고, 휴대폰도 사용하지 못하게 한 탓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하여 옆 자리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김주원'씨였던 것이다. 김주원 씨는 고려대를 1차 합격하고, 성균관대도 1차에 합격을 했다고 한다. 나는 연세대를 1차 합격한 상황이라, 성균관대에서 처음으로 마주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편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고려대 시험을 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우선 원서접수일을 놓치기도 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경우였고 말이다. 어쨌든, 이제 23살밖에 되지 않은 청년이 나와 같은 위치에 있으니,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물론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쩌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하게 되었다. 면접 대기실 안에서 유일하게 놀러 온 두 사람인 것처럼…
고요한 가운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었다.
"이제부터는 면접이 시작되니 대화도 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관이 말한다.
대화도 못한다니, 이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았다. 그렇게 정말 멍하니, 기다리고 있으니, 옆자리에 있던 김주원 씨가 먼저 면접을 보러 나가고, 20분쯤 더 지나니 내 차례도 돌아왔다. 여태까지는 전혀 긴장이 되지 않았었는데, 면접실 문 바로 앞에 있으니, 갑자기 긴장이 몰려온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면접 통제관의 들어가라는 말과 함께,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여기 앉으세요."
면접실에 들어가니, 면접관이 두 분 계셨다.
자리를 잡고 앉자, 왼쪽에 앉아있던 면접관이 서류를 보며 묻는다.
"대구북중학교를 나오셨고, 경상고등학교를 나오셨네요. 경상고등학교는 경상도에 있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대구에 있습니다." 내가 대답한다.
…
"아니, 그런데 원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셨네요? 영문학을 지원하신 이유가 뭡니까?"
"그게, 공부를 하다 보니 적성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학위는 받으셨네요?"
"네. 그래도 한번 시작한 것 마무리는 하고 나서, 다른 것에 지원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아~ 시작을 했으니까 그래도 마무리를 하고서 다른 걸 하시려고 하신다, 그런 거죠?"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
"그런데 문학에 관심이 있어서 영문학과에 지원을 하신 거면, 국문학이 더 낫지 않나요? 영어를 국어보다 더 잘하는 건 아닐 테고, 왜 굳이 영문학과에 지원하셨는지 궁금한데요."
"네, 물론 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국문학의 경우에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것도 있고, 제 모국어가 한국어다 보니 혼자서 찾아서 읽고 공부하는 것이 그나마 수월한 편이지만, 영문학의 경우에는 언어의 장벽도 있고 해서 혼자서는 공부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
"혹시 영문학 관련 작품을 읽어보신 게 있나요? 아니면 꼭 관련이 없더라도 읽어보신 책 같은 것 있으신가요?"
"영문학 관련 작품은 읽어본 게 없습니다만… 그냥 소설 같은 책은 좀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럼 어떤 책 읽어보셨나요?"
"음…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하려니 기억이 잘 안 납니다만,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든가,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과 같은 그런 것들을 좀 읽었습니다."
"원서로요?"
"원서로 읽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똑똑똑…"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5분이 지난 것 같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나가시면 됩니다."
그렇게 면접실에서 빠져나왔다.
평소에 5분이면 짧은 순간이지만, 면접 5분은… 정말 길게 느껴졌다.
"이제 가도 되나요?" 면접실을 나와서 면접 통제를 하고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
"네. 가셔도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뭔가는 아쉬운 듯, 면접이 끝이 났다. 고작 면접 5분을 하러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다니, 허무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 "수우"님과 대학로에서 보기로 한 것… 정말 5분짜리 면접만 보러 왔으면 뭔가 아쉬울 뻔했다. 학교에서 나와 "수우"님에게 연락을 해보니, 곧 대학로로 오신다고 한다. 대학로 4번 출구 앞에서 보기로 약속을 하고, 성균관대에서 다시 혜화역으로 향한다.
아직도, 겨울이다. 그래도 저번에 올 때보다는 약간 따뜻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전화가 온다. 수우님이다.
"어디세요?"
"저 4번 출구 바로 앞인데요?"
"저도 4번 출구…"
"아…"
지하철역에서 막 올라오고 있는 사람 하나를 발견한다. 수우님이었다. 사실 블로거를 오프라인에서 만난 건 대구에서 딱 한 번뿐이었다. 서울에서 블로거를 실제로 만나게 되다니, 뭔가 신기하기도 하다. 수우님 덕에, 대학로에서 늦은 점심을 얻어먹기도 하고, 대학로 여기저기를 구경하기도 한다.
"여기 바로 위가 낙산공원인데, 한번 올라갔다가 오실래요?"
"네? 그럴까요?"
그렇게 낙산공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한동안 돌아다녔더니 피곤한 탓에, 잠시 스타벅스에 들러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
"지금 어디 어디 합격하신 건가요?"
"서울 쪽에는 연세대랑 성균관대 원서 썼는데 1차는 둘 다 합격했습니다."
"오~ 그럼 둘 중 하나는 오시겠네요."
"연세대 붙으면 갈 것 같은데, 성균관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요? 성균관대도 좋은데, 붙으면 그냥 오세요."
"전공을 잘못 내기도 했고, 만약에 경북대랑 성균관대랑 두 군데 붙으면 아마 경북대 갈 것 같네요."
"그렇게 붙어도 그냥 성균관대 오세요. 대학로 좋잖아요."
"…"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저녁 시간이 되었다. 대학로에서 다시 을지로를 거쳐서 "중앙극장, 서울백병원"으로…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분당으로 간다. 형 집으로 갔다가 같이 청주로 내려가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