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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 Mar 12. 2016

이적생의 이야기 11

역시... 이번에도 꿈이었나 보다.

"2월 1일,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최종 결과 발표"



드디어, 최종 결과 발표일이 다가왔다. 내심 이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시간은 그런 나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고 무심하게 흘러버린다. 오늘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경북대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부터 와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합격자 발표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진다. 긴장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결과가 좋다면 상관은 없겠지만, 긴장돼서 아무것도 못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 긴장감은 무가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루에 2개가 동시에 발표되는 것이라, 둘 중 하나는 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오늘 결과 발표는 오후 4시, 합격자 발표 공지를 올리기로 한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았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한다든가, 그런 거라도 하고 있는 편이 시간이 잘 갈 것 같다. 하지만, 긴장되는 상황이라, 뭔가를 하고 싶어 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시간이 안 가고,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최종 결과에서 좌절을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슬슬 들어온다.


오늘 결과 발표를 하기로 한 시간은 오후 4시였으나, 4시 이전에 연세대학교 홈페이지에 미리 접속을 해본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합격유무를 확인하는 공지가 이미 올라와있다. 원래는 학교에서 하루 전에 미리 합격자 발표를 한 상황이었는데, 순진한 나는 원래 합격자를 발표하기로 한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공지를 클릭해보니, 이번에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으라고 요구한다. 키보드를 치는 손가락이 떨려온다. 그리고, "확인"을 클릭해본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순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혹시 잘못 본건가… 아니면, 홈페이지가 잘못된 건가…' 다시 한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서 "확인" 버튼을 클릭해본다. 그래도 홈페이지는 똑같은 페이지만 보여줄 뿐이다. 힘겹게 자기소개서를 쓰고, 학업계획서를 쓰고, 지인들에게 검토까지 받고 했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연세대학교 탈락 확정"

메신저에 접속해 있던 친구에게, 쪽지를 보낸다. 친구는 아닐 거라고, 추가합격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연세대학교는 추가 합격이 없는 학교다. 이미 한 장의 카드는 사라졌다.


이번에는 성균관대학교 차례다. 성균관대도, 연세대학교와 같은 시간에 합격자 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여기도 연세대와 같이 어제 발표를 했던 것이다. 괜히 순진하게 긴장감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진작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해봤으면 하루를 덜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을… 성균관대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합격자 확인 페이지를 클릭한다. 성균관대학교는 이름과 수험번호를 입력하라고 요구한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이름, 수험번호를 입력하고 "확인"을 클릭한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이번에도 불합격이었다. 성균관대는… 좀 더 명확하게 불합격 사실을 알려준다. 결국은, 두 곳 모두 불합격, 애초에 예상했던 내 예감이 맞았던 것이다. 하루 종일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긴장감은 단 몇 분 사이에 사라지고, 모든 것은 끝이 났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뭘… 언제 잘 되었던 적이 있었나…'


정말 되는 것도 없다. 어차피 이렇게 떨어질 것이었으면, 뭣하러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그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으며,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성균관대까지 면접을 보러 갔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일이었다면, 차라리 1차에서 바로 떨어져서, 약간의 원서비 환불도 받고 시간이라도 벌어서 경북대학교 화학과 편입 준비라도 좀 더 확실히 할 수 있었으면 어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이제 이틀 뒤면 설날이 다가온다.


'이제 또 무슨 면목으로 가족과 친척들을 대하나…'


걱정이 앞선다. 짧은 기간에, 최고와 최악… 두 가지가 동시에 찾아왔다.


"2월 3일, 설날"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두 군데 모두 최종에서 떨어진 이후, 이틀 뒤 설날이 찾아왔다. 매번 설날과 추석에는 큰집으로 간다. 전역을 한 이후로, 어르신들이 내게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런 결과물도 내지 못하고 공부를 거의 4년 동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는, 좀 마음 편하게 친척들을 만나나 보다 했는데, 이번에도 다를 것이 없다. 고개를 못 들고 있을 것 같다.


"강현이 니는 요즘 뭐하노? 공무원 시험 준비 계속하나?"

"공무원 시험은 그만두고, 편입시험 쳤는데, 1차까지는 합격이 됐는데, 최종에서 안되네요…"

이번에도 떨어졌다는 말에, 정적이 흐른다.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래, 그게 많이 어려운가? 공무원 공부하면서 같이 준비하면 안 되나?"

"그게, 과목이 전혀 달라서 같이 하기엔 쉽지가 않습니다…"

"…"


방 안에 있기도 어색하고 해서, 밖으로 나간다. 마지막 남은 경북대학교가 아직 발표가 안 났으니 기다려보자고 하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거기는 큰 가망이 없을 것 같았다. 애초에 많이 준비하지 못하고 낸 원서이기 때문에, 경쟁률은 미달이었지만 시험에서 60점을 넘지 못해서 과락으로 탈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았기 때문이었다. 학점은 비록 학점은행제로 취득하긴 했지만 4.5만 점에 4.25, 토익점수도 900점이었으니 나름 두 부문에서는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고 치더라도, 전공에서 60점을 넘기지 못하면 가차 없이 탈락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탈락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라… 그저 한숨만 나온다. 집으로 돌아와서, 형과 이야기를 나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형의 말로는, 어차피 학점은행제 때문에 최종에서 떨어진 것이라면, 내년에 다시 준비를 해서 시험을 쳐도 결과가 같지 않겠냐고 한다.


사실, 문제가 그것 때문이라면, 아무리 준비를 해도 가망이 없는 싸움이 되는 것이다. 결국, 대화는 많이 늦더라도 올해는 그냥 수능을 공부해서 점수에 맞는 학교로 가서 더 이상의 입시/공무원 공부는 끝내버리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은 경북대학교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선 결과를 기다려보고 수능 학원을 등록을 할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기로 유보를 했다.


"니가 생각해도 경북대는 가망 없을 것 같재?" 형이 묻는다.

"뭐 그렇지, 합격할 확률은 20%도 안될 것 같으니까…"


그렇게 씁쓸한 설날은 막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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