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드라마를 8명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더.워터멜론에서는 매주 둘째, 넷째 주 금요일 '원두막' 세션을 진행합니다. 원두막은 본디 수박이나 참외 등의 밭을 지키기 위해 밭머리에 지어 놓은 막이죠. 밭을 관리할 때 쉬는 장소이기도 하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장소로도 쓰입니다.
더.워터멜론의 원두막 세션에서는 수박 식구들이 잠시 쉬어가며, 한 주를 돌아보고, 남들의 인사이트도 들어보고, 느슨한 자세로 우리들의 생각을 풀어놓습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수박 식구들의 수다타임이라고나 할까요. 더.워터멜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딥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쉬는(아무말대잔치) 곳이 바로 금요일 오후의 원두막입니다.
원두막 세션은 1부, 2부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1부 : 수박 한 조각
전지적 작가 시점을 들어보는 시간. 프로젝트 후기, 업무 관련 내용 괜찮고. 혹은 취미, 신변잡기, 철학, 덕질 등 수박 식구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나만의 그 무엇. 겉으로만 봐선 몰랐던 수박 식구들의 그 속을 들여다보는, 뜻밖의 취향을 발견해나가는 시간. 마치 수박 한 조각을 나눠먹듯이.
2부 : 수박 겉핥기
지난 한 주 동안,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콘텐츠나 주제에 대해 브랜드적 관점에서 대화.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게, 주제에 따른 담소를 나누는 시간. 발제자는 주제를 정하고, 키워드 3개를 뽑고 수박 식구들은 이에 대해 논의.
장안의 화제작, SKY 캐슬
이번 더.워터멜론 원두막 세션의 수박 겉핥기 주제는 'SKY 캐슬'입니다. 대학 입시라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거쳤고 또 그에 대한 경험치도 다른, 민감한 주제를 다루며 비공중파에서 시청률 최고를 이어가고 있죠. 벌써 거의 마지막 회가 다가온다니, 믿을 수 없는데요.
더.워터멜론에서도 월요일이 되면 금, 토에 봤던 스카이 캐슬 이야기로 점심시간이 메워집니다. 이랬대, 저랬대, 앞으로는 이렇게 펼쳐질까? 하면서 이 작은 공간에서만 봐도 스카이 캐슬의 열기는 아주 뜨겁습니다.
우리는 'SKY 캐슬'을 브랜드적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고, 분명 같은 드라마를 보더라도 우리의 생각은 모두 다를 것입니다. SKY 캐슬을 총 3 가지 주제로 나누어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나쁜욕망 #없던캐릭터 #PPL
#나쁜욕망 _ 무엇이 정의로운 욕망일까요?
기존 드라마의 공식은 보통 권선징악이죠. 그러나 SKY캐슬에서는 논리구조가 없습니다. 누가 무엇을 욕망하는지에 대한 가치 평가가 불가능하죠.
#없던캐릭터 _ 주인공 캐릭터들.. 어떻게 보시나요?
타 드라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조연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출연자도 많은 편입니다.
혜나 : 가정사가 복잡. 성실한 모범생은 보통 '착하고', '순해야'하는데 어른을 가지고 노는 모습. 대립적인 면모들을 많이 가지고 있음.
한서진 : 모자란 게 없어 보이는 사모님이지만 선지를 팔았던 주정뱅이 딸이라는 과거.
우주 : 밝고, 티 없는 모범생이지만 어머니를 잃었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모습.
김주영 : 모든 스토리를 끌고 가는 주체. 왜 저런 행동을 할지에 대한 해답, 실마리가 없어 계속 다음 편을 궁금하게 만듦.
#PPL _ 미래의 PPL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드라마가 끝난 후, 머리에 맴도는 거라곤 재규어, 랜드로버, 네스프레소, 홍삼, 바디프렌즈...
노골적으로 브랜드를 노출하지만 맥락에 맞게 들어가 있는 PPL 광고.
서로의 욕망이 엉키고 설켜, 파국으로 치닫는 형태
타자의 욕망이 내 욕망이 되어 가는 과정. 내 아들이 꼭 서울대 의대를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서울대 의대를 욕망하니, 그게 내 욕망이 되어서 서로 얽히게 된다.
자기 욕망으로 사는 유일한 캐릭터는 '세리'. 그러나 그 캐릭터마저 '클럽 MD'로 표현한 건 작가의 선입견이 아닐까.
어쨌거나 안타까운 점은, 사람들이 욕망에 유통기한을 둔다. 대학만 가면, 대학만 가면 부모로 책임을 다 한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영재라는 캐릭터도 부모의 욕망에 따라 대학을 가고 나서 무엇을 할지 길을 잃게 된다.
극에 분출되는 모든 욕망의 출발은 '행복하고 싶다'라는 것이다. 특히 자식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을 넘어선 욕망이, 서로 파국으로 향하게 한다.
자식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부모가 자식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어디까지 시켜야 할까. 물론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사고 판단이 미숙하기에 부모가 어느 정도 이끌어줘야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선을 선을 넘게 되면 애가 불행해진다. 지금 현재 부모의 입장에서,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게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이 드라마는 그 양극단의 욕망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특히 찐찐이 가출했던 아들이 집으로 왔을 때, 침대에서 끌어안고 아들을 아껴주는 모습. 그게 진짜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고 다음날 학원을 안 가고 늦잠을 자는 아들을 보며 또 짜증을 내는 것이 진짜 현실 아닐까.
어디까지 아이들에게 간섭을 해야 할까. 교육을 많이 시키는 집안에서 내가 자라다 보니 나는 그 모습이 꼭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현재는 내 아이들을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것 같다.
이런 모든 설정을 가능하게 하는 건 결국 '부' 아닐까. 우리도 그들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이 가진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키워주셨다. 큰 차이는 없다, 부의 차이이지. 모든 가정들이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 것뿐이다.
입체적 캐릭터 설정과 이를 통해 말하려는 메세지
단 한 명도 완벽한 캐릭터가 없다. 우주조차도 밝은 외면의 모습 이면에 잠재된 불안이 있고, 그게 무너지니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역시 사람은 성악설 인건가. 사람은 자라면서 본능을 감춰가는 과정을 겪는 것 같기도 하다.
본디 드라마를 보면 내가 응원하고 캐릭터가 있다. 그러나 SKY 캐슬의 경우엔, A를 응원했다가 A의 다른 이면을 보고 B를 응원하고, 또다시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C를 응원하게 된다. 결국 좋고/나쁨의 구별이 없다, 이 드라마는.
극 중 한서진 캐릭터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혜나가 죽고 난 후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 친구의 방을 청소하면서 모든 것에서 벗어난듯한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다.
모든 인간이 생각하는 오류. 쟤는 그랬지만 나는 다를 거야. 영재는 그랬지만 예서는 아니야. 영재 엄마는 그랬지만 나는 아닐 거야. 그런 오류가 캐릭터에 들어가 없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들 똑같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SKY캐슬이라는 네이밍에 주목했다. SKY는 영어로, 캐슬은 한글로.
우선 SKY가 주는 규모감. 서울대 의대를 제목으로 넣지 않았다. SKY라는 큰 규모를 묶어 SKY에 방점을 찍는다. 극 중 나오는 가족들, 그리고 모여사는 사람들의 '클래스'를 보여주고, 그들의 노골적인 욕망과 천박한 벌에 대한 시선을 보여준다.
캐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넓게 펼쳐진 아파트도 아니고 사람들이 모여사는 그곳엔 CCTV 하나 없지만 폐쇄감이 옥죄는 느낌을 한층 더강화시킨다.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 모든 부를 갖춘, 사모님이 할 수 있는 대사인가?
"아빠가 사람이야?" - 현실에서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말투에 말인가?
이런 비현실적인 장면들과 모순적인 대화가 속 시원하다.
이 드라마가 거의 끝나가는 데도 불구하고, 김주영 선생이 '왜 때문에 가정을 파괴하는 건지'에 대한 설명이 나오질 않는다. 보통 드라마는 한 캐릭터가 무슨 일을 벌이면, 왜가 나오고, 거기서 또 갈등이 생기고, 풀리고, 또 갈등이 생기는 형식이지만. 이 드라마는 끝까지 그 해답 KEY를 놓질 않는다.
집 내부에서도 실크 치마, 완벽하게 차려입는 등의 설정이 불편했다. 물론 이 마저도 풍자겠지만. 나는 집에서 후리스(밖에서는 굉장히 차려입으심).
SKY 캐슬 제목 이전에 원제목은 프린세스 메이커였다고 한다. 프린세스 메이커였다면 단순히 자식을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잘 키우고 싶은 모습에 방점이 찍혔을 것 같다. 하지만 SKY 캐슬이라고 명명하니, 그런 높은 집안의 사람들의 양면성이 더 잘 드러난다. 어른들끼리 싸우는 장면을 보면 절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굉장히 천박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캐릭터들의 선택에 대한 결괏값으로 계속 스토리가 나아가는 구조이다. 그러나 나는 좀 비판적으로 그 경우의 수가 제한되어 있어, 타 명작 드라마들에 비해 퀄리티가 높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단한 메시지, 생각할 거리는 없는 그저 막장+웰메이드 퀄리티인데 연기력과 연출이 좋다.
연출하니까 생각난 게, SKY 캐슬 카메라 동선이 정말 웰메이드이다. 잘 보면 혼자 있는 김서영은 언제나 창문 밖에서 훔쳐보듯 샷이 구성되어 있다. 이런 부분들을 캐치해 나가는 것도 스캐의 묘미.
광고가 콘텐츠가 될 때
PPL의 미래란..? 지금 스카이캐슬에선 예전엔 상상도 못한 PPL이 나오고 있다.
PPL은 기본적으로 빈익빈부익부다. 네스프레소의 경우엔 화면에서 몇 초 이상 잡아준다. 버튼을 누르는 것부터 커피가 나오고 내어지는 과정까지. 그리고 드라마 전 후 광고까지.
스카이 캐슬에 나오는 저 정도의 집안사람들, 일종의 페르소나가 네스프레소를 마신다는 것은 브랜드 포지셔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네스프레소는 정말 부잣집에 있는 커피머신인가.
극 중 예서 아빠가 차는 시계인 태그휴도 네스프레소만큼 많이 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시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네스프레소는 가격대가 시계만큼 높지 않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시계는 객단가가 높아 쉽게 호감을 가지기 어려운 것. 홍삼 같은 경우도 네스프레소와 같은 원리.
PPL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변하는 것 같다. 광고도 재밌다면 사람들이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카이 캐슬도 콘텐츠가 재밌으니 (혹은 PPL이 극 흐름 상 크게 지장이 가지 않으니), 약간 어색한 부분도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 아닐까.
드라마의 맥락에 명확히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서 자습하는 아이에게 '홍삼'을 주는 건 맥락상 너무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차피 수험생인 내 아이에게 영양제는 사줄 건데, 드라마에 나온 제품이면 인지도→호감→구매로 이어질 것.
PPL이 점점 정교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 TVCF는 20초 안에 모든 걸 함축해서 설명해야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20회 정도의 분량이고, 캐릭터가 쌓아온 맥락에 브랜드를 얹는 형태기 때문에 PPL은 정교한 포지셔닝과 함께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지금은 네스프레소 정도면 음, 괜찮네 하지만. PPL이 더 발전한다면 나중엔 알아차리지도 못한 사이에 시청자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상 수박 식구들의 SKY 캐슬에 대한 대화였습니다. 중간중간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생각, 혹은 정말 아무 말을 하기도 했지만 하나의 드라마를 가지고 다수의 관점에서 대화를 해보는 시간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같이 곁들었던 과자와 맥주도 분위기에 한몫했겠지만요.
어느새 SKY 캐슬은 2화 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관점으로 남은 드라마를 보실지 궁금해지는 오늘이네요. 저희가 이야기 나누어 본 3가지 주제를 염두에 두고,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해보며 시청해보는 경험은 어떨까요?
스카이 캐슬, 본방사수 부탁드립니다.
- 금요일은 원래 스캐 하는 날인데 결방이다.. 더.워터멜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