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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워터멜론 Jan 23. 2019

[수박의 생각] 브랜드 관점에서 바라본 QUEEN_02

보헤미안 랩소디 보다 눈물 훔친 사람

저번에, QUEEN이라는 아티스트를 '브랜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글을 썼었습니다.


위 글에서는 QUEEN의 '로고'를 자세히 뜯어, 그저 스쳐 지나갔었던 로고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내 봤었죠.


오늘도 이어서 퀸을 브랜드적 관점에서 바라봐 보겠습니다.





2. 롹큰롤을 지휘하는 투우사


프레디 : 천장을 뚫어버리자.
메이 : 웸블던에는 천장이 없는데?
프레디 : 그러면 하늘을 뚫어버리자ㅋ


영화 Bohemian Rhapsody
출처 : www.queenlive.ca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대사였습니다. 보통의 밴드였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퀸이었으니까요.

뭐든 박살내고 뚫고 나갈 것만 같은 압도적인 에너지는 퀸의 주요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1986년 Magic Tour 에서 선보인 노란 자켓 패션 퀸을 나타내는 아이콘이 되었죠. 제겐 흡사 “투우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스탠딩 마이크로 이리저리 휘두르며 록이 가진 터질 것 같은 파워를 더 가중시키는 것 같달까요.


출처 : ABCtoros


그러고 보면 그 어떤 아티스트도 무대 위에서 이 정도로 엄청난 크리스마로 관객을 휘어잡고, 폭발감, 탈출, 구원, 해방감, 장쾌함을 주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제대로 된 안무 하나, 백댄서의 보조 조차 없는데 말이죠. 뭐 락밴드라 당연한 것이긴 한데 공연 영상이 끝나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무 비슷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없습니다. 춤 같은 건.

 

프레디는 그저 무대를 뛰어다니기만 했을 뿐인데, 그의 손짓 하나에 수십만 명의 손이 일제히 박수를 치고 , 멈추는가 하면 떼창을 하기도 합니다. 그 흥이 어마어마했나 봅니다.  살아있는 콘서트 장인 싸이도 레이디가가도 노래만 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춤을 춥니다. 아주 격정적으로다가.




3. 불안정함,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여리함, 고독감


남자인지, 여자인지. 낮인지 밤인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슬픈지, 신나는지. 마이너인지 메이저인지. 도시인지 시골인지. 주류인지 비주류인지.


출처 : www.smoothradio.com
출처 : telegraph


퀸의 이미지에는 transition이 주는 특유의 감각적인 느낌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다.


그러고 보면 퀸의 팬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명확한 이미지가 별로 없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팬이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느낌. 그런 한 구석의 외로움. 누구나 한 번쯤 가질법한 감성의 표현에 공감한 게 아닐까요. 영화의 첫 장면, 공연을 앞두고 집에서 혼자 일어나 내뱉은 프레디의 옅은 한숨에 섞인 고독감이 내내 여운에 남았습니다. 성장 영화의 측면으로 바라본다면 가장 핵심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프레디는 아마 평생 그런 비주류의 감성을 트라우마/컴플렉스로 삼아 살아갔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방인으로서, 양성애자로서의 편견, 부담감 같은 것들이요. 프레드 머큐리 스스로도 동성애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었죠. 부모님에게도요. 그래서인지 퀸의 이미지는 늘 그 모호함의 감정 경계 어딘가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운신의 폭이 그래서 넓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쫄쫄이, 가죽 자켓 등 온갖 화려한 와일드 패션을 실험했죠. 지금 봐도 이 세상 힙이 아닌 것 같은데 당시 사람들 눈엔 어떻게 비쳤을까요. 근래에는 퍼포먼스형 아티스트 레이디 가가 정도가 그 정도 임팩트를 보여주죠.

짐작하셨겠지만 레이디 가가라는 네이밍도 퀸의 히트곡 “Radio gaga”에서 따온 이름이랍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술에 취해갈 때 드는 그 특유의 빙빙 돌아가는 듯한 느낌. 가보지 않은 다음 시간 속 어딘가의 지점을 한 바퀴 돌고 오는 듯한 울렁임. 퀸은 그런 음악 같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 화성학 분석 / 출처 : www.hooktheory.com


실제 화성적으로 살펴보아도 몇 가지의 특징이 있습니다. 코러스 파트에 이르러 곡의 조성을 급격하게 바꿔버린다거나 곡 중간중간에 다양한 모달인터체인지를 넣어 평온하고 안정적인 음악이 아닌 예상치 못한, 변화무쌍한 음악적 전개를 자주 보여줍니다. 특히 We are the champion부분에서 위아더챔피언 코러스가 시작되기 전후에 적용된 전조가 주는 엄청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덕분에 전 세계 모든 축구 중계방송에 자주 삽입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we will rock you CM → GM
Bohemian raphsody  BbM를 기본으로 AM 전조, phy 모달
Anotehr One bites the dust     dor 모달
We are the champion       EbM → FM
Don’t stope me now   mix 모달
Somdbody to love      lyd  모달   




4. 에티튜드


아티스트들은 보통 무대 위에서는 아티스트인 척을 합니다. 고상한 척, 스웩 있는 척. 우수에 젖은 척. 프레디도 대단한 예외는 아닐 겁니다만 확실히 그의 공연은 솔직 담백하고 확실히 가지고 있는 모든 열정이 폭발하는 에너지로 꽉 차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All Right~~!"

좋으면 좋다!  화끈하고 유쾌한 그의 태도는 아마 있는 그대로의 미성을 꽉 차게 부르며 4옥타브를 넘나드는 천재적인 보컬 능력에 있지 않았을까. 최근 여러 예능에서 패러디되는 지점도 그런 과장스러우리만큼 쾌활함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보컬 트레이닝을 전문적으로 받아본 적도 없고, 악보를 읽을 줄도 모르는 그의 창조적 원동력은 결국 스스로를 불세출의 천재라고 믿는 자신감에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 비록 언론과 사이가 안 좋았지만.


뭔 상관이야 나는 레전든데. 자칫 여성스러움, 모범생 이미지로 무게 중심이 쏠릴 수도 있는 퀸의 이미지가 확고한 카리스마와 에너지, 크러쉬로 균형을 잡는 것 같아요. 프레디를 dominant로 하고 나머지 밴드원들의 상대적인 차분함이 효과적으로 밸런스를 이뤄줍니다.




5. 퀸, 그리고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20th Century Fox with Bohemian Rhapsody

누구에게나 익숙한 20세기 폭스 배급사의 오프닝 팡파레는 몇몇 특정 영화에 따라 그래픽이나 음악에 약간의 변화를 준 바 있는데 이번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는 퀸 특유의 장쾌한 일렉기타 사운드가 극장을 찢어버릴 듯한 에너지로 울려 퍼졌죠. 마치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출처 : circlemontagne

삼선 아디다스의 시선강탈.

사실 이런 군인 패션에 군화까지 깔맞춤 했다면 프레디스럽지 않았겠죠? 비슷한 군인 제복을 소품으로 애용했던 마이클잭슨은 '정장 구두 로퍼'를 신었습니다. 군복과 아디다스. 날렵하고 캐쥬얼한 느낌으로 가볍게 튀어 오르는 그의 에너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나도 너도 신고 다니는 신발을 아티스트가 신어 주니 훨씬 친밀감이 들기도 하고요. 프레디 스스로도 베르사체나 돌체엔가바나 같은 것을 신으면 록밴드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지 않았을까요. 퀸이지만 퀸이 아니다. 주류지만 주류가 아니다. 호환성 높은 대중적 브랜드가 되는데 이러한 콜라보 커뮤니케이션도 한몫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Hyundai Avante CM


퀸이 누군지 프레디 머큐리가 누군지 모르는 저희 이방인들도 노래만 들으면 알만한 노래들이 참 많은 이유는 아마 광고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국내 광고에만 최소 20회 이상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가사와 광고 내용이 퍽 맞진 않았지만 대중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뭔가가 있었던 거겠죠. 업종에 관계없이, 소비자의 특징에 관계없이 시대에 상관없이 이만큼이나 다채롭고 타 브랜드와 콜라보가 쉽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잘 없습니다.

그만큼 퀸과 그들의 음악 자체가 대중적이고 훌륭한 브랜드라는 방증이겠죠.


그들은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말도 안 되게 멋진 브랜드가 되어서요.


그래서 수십 년이 지나서도 우리는 그들을 떠올리고 추억합니다.

말도 안 되는 충성 고객이 되어서요. 영화가 내려가기 전에 한번 더 보러 갈까 해요.


엔딩크레딧이 내려가도. 쇼는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 아침부터 색소폰 불고 있는 B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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