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의 브랜딩
"뚜루루 뚜루루뚜루 ~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우는 아이의 울음도 그치게 만든다는 동요 콘텐츠 핑크퐁. 유튜브 조회수 10억 뷰를 돌파하며 '뽀통령'의 뒤를 이은 유아동 콘텐츠 시장의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공동 창업한 스마트스터디. 스마트스터디는 이러저러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거쳐 동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박현우 대표에게 내부 브랜딩에 대해 물었더니, "가장 중요한 건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죠. 창업가가 생각하는 회사와 구성원이 생각하는 회사는 상이하게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창업가로서 방향성을 말하는 데 주저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입니다.
Q. 핑크퐁은 어떻게 태어났나요?
A. 처음에는 같은 건물의 삼성출판사가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니, 거기서 무언가 받아오면 잘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영어교육 쪽이 잘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재밌는 동요 콘텐츠가 잘 팔리더라고요. 그 후로 동요를 계속 만들었는데, 저희가 동요를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인 걸 알게 되었어요. 숫자송, ㅇㅇ송 등으로만 나누어져 있었거든요. 그중에 분홍색 여우 캐릭터가 있었는데, 저걸 앞으로 내보내서 이름을 중심으로 해볼까 했죠. 그러다가 '핑크퐁'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기 시작한 거죠.
Q. 스마트스터디에 의미 있는 변곡점이나 마일스톤이 있었나요?
A. 외부에서 저희를 매출이나 회원수로 평가하자면 비교적 완만하게 성장했어요. J커브를 그리면서 급성장을 하거나, 큰 데스밸리를 겪은 것도 아니니까요. 저희는 사업을 피봇하기 보다는 사업을 계속 추가해왔는데 그게 합쳐져서 바라보니 완만하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거죠.
가장 큰 변곡점이라면 시장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성과나 매출에서 큰 부침을 겪은 거죠.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유튜브, 넷플릭스가 들어오고 이쪽으로만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좀 줄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앱을 왕성하게 만들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한 달에 앱 하나도 채 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앱이나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고, 오프라인 상품에 계속 투자한다던지 인형이나 교구를 만들기도 했지요.
Q. 브랜드 관점에서 '핑크퐁답다'는 것을 정의하면 어떤 것일까요?
A. '가장 재미있는 유아동 콘텐츠'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동요나 콘텐츠를 즐겨봤지만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되더라고요. 하나는 어른의 관점에서 아이에게 이런 걸 보여줘야 좋겠지 하는 것. 그리고 부모들 보기에 교육적이거나 바람직한 콘텐츠를 넣어주면 아이들에게 보여주겠지 하는 관점이요. 그런데 핑크퐁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제 신나게 놀아볼까!' 식이니까요. 그래서 과거의 의미 있는 콘텐츠들과 다르게 재밌는 콘텐츠로 넘어올 수 있었어요.
아이가 기본적으로 재미있어해야 반복해서 그것을 즐길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 후 교육적인 것을 입혀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죠. 아이가 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배우기 때문에, 가장 큰 핵심은 재미입니다. 어떤 교육의 내용을 갖추고 있는지는 일단 재미를 갖춘 후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스마트스터디만의 특별한 조직문화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예전 직장에서 제가 출퇴근 도장 프로그램을 그룹웨어에 만들었는데, 너무 괴로웠어요. 사람들이 그걸 자꾸 고용했거든요. 어떤 규제나 시스템은 만들면 만들수록 오용이 많아지고, 그것을 검출하기 위한 노력도 증가합니다.
그래서 스마트스터디는 실험 중이에요. 연중 무제한 휴가에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지요. 언제까지고 이 방식이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각자 성인이니 알아서 잘해주시고 주위에 피해 안 가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뿐이에요. 관리를 하려고 하는 순간 악순환에 빠지거든요.
Q. 핑크퐁 브랜드를 사용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커뮤니티가 있나요?
A. 저도 궁금해지는 부분인데요, 저희가 타깃으로 삼는 연령대의 아이들은 저희가 인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표현하거나 인터넷에 글을 남기진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이걸 소비하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남겨주는 반응으로 파악하곤 하죠. 같이 소비하는 부모님이나 삼촌, 이모들이 핑크퐁 콘텐츠를 소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거나 사진을 업로드해주거든요.
가장 어려운 점은 직접 소비층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어떤 콘텐츠를 오래 보는지, 어떤 콘텐츠가 조회가 높은 지는 그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듣는 게 아니니까요.
Q. 대표님이 생각하는 브랜드란 무엇인가요?
A. 욕먹을 수도 있겠지만, 브랜드는 비용 최적화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여러 콘텐츠 및 상품을 만들고 이를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인식시키고 장점을 설명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건 낭비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설명하지 않아도 '아, 핑크퐁이야?'라고 한 번에 생각해줄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나가야죠. 다른 식으로 설명하자면 소비자의 사랑을 얻는다거나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말할 수 있는데요. 기업의 관점에서 이건 비용 최적화죠.
Q.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결과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말라.'
창업가들을 보면 제품과 서비스를 본인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 생각이 나중에 합류한 동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또한 객관적이고 필요한 비판도 잘못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나친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지기 쉽죠.
혹자는 '열정이 없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전 열정과는 무관하다고 봅니다. 열정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이기 때문에, 그건 제품이나 회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의미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야만 더 열정적이 되고 힘을 내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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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가의 브랜딩 > 우승우/차상우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