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와 관련된 수박 식구들의 이런저런 생각들
더.워터멜론에서는 매주 둘째, 넷째 주 금요일 '원두막' 세션을 진행합니다. 원두막은 본디 수박이나 참외 등의 밭을 지키기 위해 밭머리에 지어 놓은 막이죠. 밭을 관리할 때 쉬는 장소이기도 하면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장소로도 쓰입니다.
더.워터멜론의 원두막 세션에서는 수박 식구들이 잠시 쉬어가며, 한 주를 돌아보고, 남들의 인사이트도 들어보고, 느슨한 자세로 우리들의 생각을 풀어놓습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수박 식구들의 수다타임이라고나 할까요. 더.워터멜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딥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쉬는(아무말대잔치) 곳이 바로 금요일 오후의 원두막입니다.
갑자기 웬 잡지 이야기냐고요? 오늘 원두막 세션의 발제자, H대표님은 잠들 때도 잡지와 함께 잠드시는 분이거든요. 본인 피셜이라 믿기진 않지만..
그렇게 잡지를 좋아한다는 그가 즐겨 읽는 잡지는 무엇이 있을까요?
GQ, ARENA, Esquire, BAZZAR와 같은 패션지.
Magazine B, Magazine F.
MONOCLE, DESIGN, DBR.
아는동네 아는이태원, conceptzine, Bar & Dining.
우리가 흔히 아는 잡지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잡지도 있네요. 패션지부터 독립잡지까지, 역시 잡지광답게 참 다양하게 읽으시는 것 같아요.
사실 H님은 잡지와 인연이 참 깊습니다. 두산 GQ근무부터 에디터 스쿨, 그리고 요즘은 잡지 읽기 클럽의 클럽장까지. 뭐 그가 잡지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콕 집어 설명하자면 다음 4가지 이유가 있다네요.
우수한 콘텐츠 퀄리티
새로운 시선과 관점, 관심과 취향
우연성
잡지 자체의 매력
그가 잡지를 좋아하는 이유와 함께, 우리 모두 같이 잡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평일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해 보았답니다.
매거진F는 많이들 아는 것 같은데, Directory는 뭐고, nau magazine은 뭐야..
잘 살펴보면 위의 잡지들은 '브랜드'에서 만든 잡지랍니다.
Directory는 직방과 bold journal이 손을 잡고. 매거진 F는 배달의 민족과 매거진 B가 합작해서. 그리고 nau magazine은 좀 많이 놀랐지만, 블랙야크와 부엌매거진이 함께 만든 잡지입니다.
잡지사도 아닌 브랜드에서, 게다가 종이잡지를. 다들 종이잡지를 안 본다는 이런 시대에 브랜드는 왜 잡지를 만들었을까요?
Q. 왜 종이 잡지가 다시 살아날까? 그것도 브랜드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이 달라진 게 아닐까. 본인이 알리고 싶은 주제, 세션만 콕 집어 보여주는 것이다.
확실히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를 원하는 소비자에 맞춘 거 아닐까. 요즘은 신인 디제이가 나오면 아날로그인 카세트 테잎을 만들더라. 인쇄매체도 같은 거 아닐까. 특히나 요즘 나오는 종이 잡지는 보면, 말하고자 하는 색깔이 명확하다. 그러나 디지털에는 다양한 정보가 있다. 특정 주제를 종이잡지로 압축한 것 같다.
오브제로 공간에 침투하기 위해서. 오프라인에서 갖는 소유의 의미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디지털과는 차이가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잡지가 주는 전문성을 드러낸 것이다.
메가브랜드에서 스몰브랜드의 트렌드로. 대형매거진은 죽지만 스몰브랜드들은 커가는 게 브랜드 트렌드이다. 사람들의 속성은 남들이 안 하는 것, 특별한 것, 혹은 있어 보이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규모의 경제를 해야 하는 대형 브랜드들과 달리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먹고살 만큼만 해서, 편집, 광고 제약 없이 발행하는 것 같다.
직방, 배민의 경우엔 실물이 없는 서비스 브랜드다. 즉, 실물이 없다. 이런 브랜드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배민의 경우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B급 형식으로 말해 왔지만, 진지한 원재료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다루지 못했다. 그런걸(본인들이 하고 싶던 것) 매거진 F에서 다룬다.
1. 잡지가 가진 브랜드적인 힘
'테이블 매거진'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흔히 예쁜 카페에 가면 항상 테이블 위에 인테리어 소품처럼 놓여있는 잡지들이 있죠. 킨포크 갬성.. 뭐 그런 것들. 왜인지 모르게 킨포크, 모노클, 매거진B와 같은 잡지들이 있는 공간은 더 감성적이고, 더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가만 보면, 테이블 매거진으로 유명한 잡지들이 퀄리티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서 내용까지 탄탄하다는 거죠.
어쨌거나 잡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힘이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잡지가 갖는 브랜드적인 힘이 아닐까요.
2. 잡지가 브랜드가 된다는 것
잡지의 모든 수익은 광고에서 나온다는 것을 타파한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특히 모노클의 경우에는 타겟을 1년에 1/3이 되는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는 사람들로 잡았죠. 신문, 단행본, 여행 가이드 북 등 아날로그 형태의 매체를 꾸준히 발행하는 것은 물론, 24시간 온라인 라디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 그리고 숍, 카페까지.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이렇게 브랜드 자체적으로의 수익 모델을 구축해서 잡지의 브랜드적 힘을 강화해왔습니다. 퀄리티 오브 라이프(링크) 같은 세션까지 진행하는 모습이죠.
휴간, 폐간, 폐간, 폐간...
우리가 흔히 알던 잡지, 쎄씨, 보그걸, 엘르걸 등. 알만한 잡지들이 많이들 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잡지의 시대라고요? 오히려 잡자 위기의 시대가 아닐까요?
Q. 과연, 잡지의 시대인가?
그저 나이대 별로 잡지를 접하는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
잡지 자체의 개념이 변화한 것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잡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면, 더 취향에 맞추어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다.
The New Era of Magazine. 잡지 자체를 비즈니스로 갖은 잡지들이 사라졌다. 구독 모델도 많이 사라졌고. 그러니 독립 잡지 등 다양한 잡지들이 나오는 걸 봐선, Next 잡지의 세대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큐레이션의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예전 잡지는 내가 필요로 하지 않은 정보까지 다 담고 있었다. 특정 페이지만 내가 재밌어하는 콘텐츠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만 담은 잡지들이 나온다. 그저 특정 주제를 향해 세분화된 잡지의 시대로 변한 것이다.
큐레이션, 구독, 에디팅.. 이게 사실상 잡지의 핵심 속성이다. 그러나 최근 잡지사들은 이러한 점을 활용 못하고 있다. 잡지의 시대가 아닌, '잡지처럼의 시대'이다.
잡지가 사라진 시대에 가장 큰 성공사례는 모노클이다. 이제 잡지는 명확한 관심사나 취향 기반으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잡지 자체만으로 돈을 벌기는 어려울 것이다. 잡지는 어쨌거나 미디어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이와 연관된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 잡지는 광고가 없다.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벌기 때문에, 본인들의 관점을 더 투여할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들의 관점과 시각을 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약 마케팅, 기획, 디자인, 콘텐츠, 컨설팅일을 한다면 잡지를 읽자!
그리고 더.워터멜론, 우리도 우리만의 관점을 담은 잡지를 만들어볼까?
- 우리도 잡지 만들고 싶은, 더.워터멜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