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웨이브컴퍼니 Sep 30. 2022

일본 워케이션의 모든 것

[Work & Vacation] 열여섯 번째

※ 더웨이브컴퍼니는 서울을 떠나 강릉, 사무실에서 벗어난 해변, 그리고 로컬에서 일하고 활동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역 그리고 일과 휴가, 워케이션에 관한 저희의 생각과 고민을 담은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워케이션이 트렌드'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분들은 있지만, 실제 워케이션 시장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워케이션이 이제 걸음마 단계를 넘어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와 달리 유럽, 미국, 일본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워케이션을 하나의 업무 방식, 라이프스타일로 인식하고 도입해왔고, 이미 하나의 생활양식이자 업무의 형태로 자리 잡은 곳들이 많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세계의 워케이션 사례 중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일본은 어떻게 워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출처 : 언스플래쉬


일본 워케이션의 특징


우리나라와 사회구조, 경제 시스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일본은 워케이션의 도입 및 확산 배경에 있어서 유사한 점이 발견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보장과 인프라의 제공, 기업의 적극적인 워케이션 적극 도입이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 복지 제도의 하나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관광청은 '일본형 워케이션'의 정의를 내리면서 "워케이션은 휴가 중에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점이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2021년 워케이션 포럼에서 일본 JTB종합연구소 야마시타 마사키 교류전략부장은 "(일본에서는) 현재 워케이션을 휴가 기간 혹은 휴식을 하면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실제 일한 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하도록 하는 업무 방식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현재 일본 사회에서 가장 크게 고려되는 워케이션의 형태는 4가지 정도가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일본에서 구분하는 워케이션의 형태

1. 휴가 중에 일하는 스타일(휴가가 주된 목적) - 일본에서 보는 워케이션의 기본 형태이자 복리후생형 워케이션 형태, 휴가 중심, '휴가 중에 일하는 스타일', 비용 전액 개인 부담

2. 블레저(Bleisure) 스타일 - 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의 합성어, '출장 전후로 여가 목적의 여행을 더한 스타일', 업무 관련 부분 비용은 기업 부담, 개인 입장에서는 이동 경비 등의 절약 가능

3. 오프사이트 미팅+연수 스타일 - 리조트와 같은 사무실과 다른 공간에서 진행하는 업무 방식과 미팅, '사무실이 아닌 공간에서 일하는 스타일', 팀 리빌딩이나 프로젝트 수립, 신규 아이디어 창출에 활용, 기업 부담, 일본 지자체에서 지역 워케이션의 주요 형태로 간주.

4. 일과 휴가를 겹쳐 넣은 스타일 / 일 안에 휴가를 넣은 스타일 -  노마드 워커나 프리랜서에게 나타나는 개인형 워케이션


이처럼 일본은 여러 가지 형태의 워케이션을 마련하고 직원이 이를 선택 가능하게 해 만족도와 채용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직원의 장기근속과 신규 입사 정착 비율을 높이는 데도 크게 일조하고 있습니다.



일본 워케이션의 확산 요인


1. 고령화 사회, 고령 사회로 도입하면서 발생한 노동 인력 수급 및 인재 확보 문제 발생

2. 2019년 이후 COVID-19에 따른 팬데믹 발생과 이로 인한 긴급사태 선언(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외출 자제 요청

3. 2018년 7월 공포된 「일하는 방식 개혁법」 법안에 따른 업무 방식의 변화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 고령사회로 빨리 진입한 일본은 청년 노동 인구를 확보하는 게 모든 기업의 주된 목표가 됐다고 할 정도로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가속화되던 2010년 이후부터 각 기업은 인재풀 확장과 함께 노동 인력 수급을 위해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생활방식과 업무 스타일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해당하는 '긴급사태 선언'에 따른 외출 자제 요청은 재택근무와 원격근무(집 혹은 직장 인근의), 휴양지나 여행과 연계되어 먼 거리에서 진행 가능한 원격 근무 등의 확대를 가져왔습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도쿄올림픽 기간에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전체에 긴급사태 선언이 지속됐습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직장인들이 텔레워크(=재택근무), 원격근무를 진행했고 그 결과 고립된 공간에 홀로 일하는 경우가 늘면서,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호소했습니다. 


가미야마 랩 오피스 센터


새로운 업무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의 확충을 위해 도입된 텔레워크와 원격근무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한정된 공간에 단절되다 보니 오히려 스트레스와 피로가 늘었습니다. 이에 좀 더 먼 곳으로 가는 원격근무, 낯선 장소에서 일하는 워케이션이 더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JTB종합연구소 야마시타 마사키 교류전략부장은 "기존에 추진되던 원격근무와 워케이션이 확장되면서 스트레스의 감소뿐만 아니라 업무 문화와 고용형태의 변화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자리 잡은, 필요한 직무에 따라 사람을 고용하는 '잡(Job) 형 고용'이 크게 늘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워케이션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근로 방식의 변화와 라이프 스타일 변혁을 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일하는 방식 개혁법]이 공포된 후, 일본 정부는 법적 근거에 따라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재조명하고 유연한 근무 방식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재택근무에 해당하는 '텔레워크(Telework)'와 탄력근무제, 원격근무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 보도된 KBS 기사에서도 이 점을 언급했습니다. 지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 전체 직장인의 연차 사용률은 50%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즈키 칸이치 신슈우대학 사회기반연구소 특임교수는 "(일본의 업무 스타일은) 조직을 중요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플레이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조직에 순응하는지, 위의 명령을 얼마나 잘 듣는지 그런 조직문화가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경향이 일본 사회에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많은 직장인이 '내 연차를 내가 쓰는데도 눈치가 보이거나 죄의식이 느껴진다'라고 답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일하는 방식 개혁법'을 공포하고 업무 방식에 워케이션, 원격근무를 장려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기본적인 연차 사용과 유연한 업무 방식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이죠. 


지난해 신슈우대학 사회기반연구소에서는 '2020년 8월 기준으로 원격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은 전체 인원의 39.6%, 워케이션 경험자는 6.6%이고 이 수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원격근무, 워케이션 경험자들이 늘면서 경력자 중 해당 제도 유경험자들은 워케이션이나 원격근무 제도가 없는 회사로 이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실제 도입 중인 워케이션 사례


일본의 여러 기업들은 원격근무, 재택근무의 일종으로 보거나 일하는 방식, 복지 제도의 하나로 여기고 워케이션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의 '국내(일본) 워케이션 시장 성장 전망'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약 700억 엔(약 703억 원) 규모에서 2025년 3,720억 엔(약 3조 7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경우 '어디서든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원격 근무 중 사무실로) 출근해야 할 경우 거리에 상관없이 교통비 전액을 지급한다' 등을 원칙으로 삼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일본 관광청 공식 인스타그램 


전기 전자, 중공업, 에너지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히타치 제작소는 자회사를 포함한 일본 내 직원 10만 명을 대상으로 '출근 없는 텔레워크'를 실시하면서 우리의 공유 오피스에 해당하는 ‘위성 사무실’을 전국에 구축하고 이를 워케이션의 형태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위성 사무실’과 함께 스마트 오피스도 늘리면서 오피스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본사 면적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정보통신기업 후지쯔는 텔레워크를 기본 업무 방식으로 채택했고 오는 2023년까지 일본 내 후지쯔 건물 및 오피스 공간은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역과 지자체에서 보는 워케이션


국내에서 일본 워케이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콘텐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책 「마을의 진화」 입니다. 지난 5월 파도의 시선에서 소개해드렸던 이 책은 도시재생사업과 워케이션의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책에 소개된 도시 가미야마는 서쪽에 있는 규슈 섬과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혼슈 섬 사이에 위치한 시코쿠 섬의 도시입니다. 작은 산골마을인 가미야마는 앞서 언급된 위성 사무실의 대표도시이자 일본 워케이션 성지로 알려졌습니다. 


이곳의 워케이션은 크게 지방자치단체, '가미야마 연대 공사'로 대표되는 주민 조직,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지역의 워케이션 사업과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위크 가미야마



지자체는 내부의 주민과 외부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문제없이 지낼 수 있도록 두 집단을 자연스럽게 융화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령층 인구가 많은 지역 인구 분포를 바꾸기 위해 청년층의 유입을 시도하면서 인구의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가미야마 주민들은 앞서 말한 '가미야마 연대 공사'를 창립하고 행정기관이 미처 다 처리할 수 없는 워케이션의 부분, 이주자와 주민 간의 문제를 포착하고 해결하고 있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은 말 그대로 주민과 공공기관 사이에서 새로운 문제와 이슈를 포착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논의 기관입니다. 청년 중심으로 하는 가운데 여러 연령대와 직업, 성별로 멤버들이 구성되어 있고, 지역 이주와 발전, 이주자와 주민의 융화, 가미야마에서의 창업과 취업 문제, 새로운 시대의 업무 방식 등 자유로운 주제로 논의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미야마에서 워케이션을 했던 사람들은 '업무에 관련된 인프라가 거의 완벽하게 갖춰진 점', '친근하고 개방적인 주민들', 'NPO 그린밸리 조직이 만들어 낸 가미야마 지역의 개방성과 적극성(정책과 사회 시스템)' 등을 꼽았습니다. 



대표적인 워케이션 프로그램에는 일주일 동안 지역에서 일하고 체험하는 '위크 가미야마'와 오랜 기간 체류가 가능한 공유 오피스 시스템 '가미야마 랩'이 있습니다. 민관 협동으로 운영하는 위와 같은 프로그램 외에도 ‘오피스 인 가미야마’를 운영하면서 본사는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 분점은 가미야마에 내고 일할 수 있는 '위성 사무실' 시스템을 구축해 각 기업의 자율적인 워케이션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역공헌은 바라지 않습니다. 도쿄에서 하듯이 여기서도 그대로 일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워케이션으로 익숙해진 직장인이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워크 앤 레지던스 등 농업 인구 외에 직업을 갖고 있는 청년들, 일을 가지고 로컬로 올 수 있는 사람들을 역 지명해서 이주자로 유치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정부와 기업, 지방자치단체, 개인까지 대부분의 구성원이 워케이션을 원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또한 법적 근거를 통해 워케이션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워케이션을 노동 인구 감소, 청년층의 조기 퇴사, 지방 인구 감소와 소멸 도시, 대도시 인구 편중 현상 등 여러 사회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고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