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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인생 후반전 시작, 도전장을 내밀다

주먹 쥐고 일어서

by 흐르는 강물처럼

별 탈 없으면 100세까지 달린다는 우리네 인생 마라톤에 요이땅!!.... 총소리가 내 머릿속에 천둥처럼 울려버렸다.

전반전은 어영부영 언제 끝났는지 나도 모르게 마무리되었고 벌써 후반전에 들어서버린 것이다.

작년까지도 나는 만 50세일뿐 50세를 넘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over는 아니니까.

그러나, 며칠 전 생일도 지나버린 나는 진정 빼. 박.(‘빼도 박도 못한다 '는 말을 줄여서 하는 표현으로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50세를 넘겨(over 했고)만(滿)으로도 51세가 되었고, 반백인생 후반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나이 되도록 무엇을 해놓은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 내 인생을 반추해 본다.

20대 나이에 회사에 입사해 어떤 남자를 만나 아이 둘을 낳고 우여곡절 지금까지 일하며, 롤러코스터 같은 큰 굴곡 없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굶을 걱정은 하지 않고 있으니 그래도 나름 평타는 친 것 같다.

새해가 될 때마다 나는 그냥 나이 한 살 더 먹었다는 자괴감에 젖어 있었을 뿐 항상 시간의 흐름에 맡겨져 아무 생각 없이 머물러 있거나, 되는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새해마다 결심하는 나의 다짐과 그 이후 행동패턴은 매번 똑같은 것으로 반복되었는데, 생각과 다짐만 하다가 그것이 실천이나 행동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그 해 연말이 되어서야 ‘아!... 올해도...!’ 하며 후회하곤 하였다.

그런데, 2025년 2월 달 생일이 며칠 지나버린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은 뭔가, 이대로 괜찮은가, 나는 왜 똑같은 다짐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고, 매번 뒤늦게 후회만 하고 있는가.’하는 위기감과 위태로움을 느꼈다.

이대로 점점 더 나이를 먹고 계속 더 늙고 나면 나에게 새로운 것을 도전할 용기가 과연 생기기는 할까? 그리고 그 용기를 실천할 의지와 체력이 그때에도 남아 있을까? 이것과 저것, 이 사람과 저 사람 눈치만 보다가 내 인생이 지금보다 못한 모습으로 끝나버리진 않을까? 하는 위기감과 위태로움이었다.

그때 문득 ‘인생은 50부터’라고 부르짖던 공허한 외침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것은 내가 50이 되기 전에는 절대 공감할 수 없었던, 항상 진부하게만 느꼈던 말이었다. 저 말은 어쩌면 50대 이후의 시니어들을 위로하기 위한 말일뿐이라고 내심 코웃음 쳤었는데... 50대가 되어버린 나로서는 바로 저 말이 진정 나에게 용기를 주는 말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어떤 것이든 경험하지 않고 겪어보지 않고서 함부로 속단하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구나.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내 인생을 통틀어 생각으로만, 말로만 해왔던 그동안의 다짐들을 하나씩 아주 조금이라도 실천하고 행동하고 그 변화되는 과정과 결과를 글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싸이월드에 퍼즐을 맞추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서 올린 적이 있었다.

퍼즐을 다 맞추고 나면 한 피스도 빠진 구멍 없이 완성된 그림액자가 된다.

퍼즐을 맞추던 그 시절 나의 아이들은 어렸고 나는 직장에서 육아휴직 중이었으며 대낮에 나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같이 잠시 잠들었다가 뭔가 화가 치밀거나 불안한 마음이 생겨 눈이 번쩍 뜨이는 그 시간은 언제나 새벽이었고, 그 시간에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런 자투리 시간이 주어진 새벽에 나는 퍼즐을 사서 맞추기 시작했고, 퍼즐을 맞추는 동안에는 맞추다 만 퍼즐판을 아이들 손이 닿지 않을 높은 서랍장위에 올려두곤 했다. 힘겹게 맞춘 그 퍼즐조각들을 아이들이 흩어지게 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그림이 완성되었다.

이 그림의 색깔 대부분은 연두색, 초록색, 파란색, 하늘색, 검은색으로 거의 비슷한 색깔톤이어서 퍼즐로 맞추는 것이 힘든 작품이었다.

퍼즐을 맞추는 날마다 마무리하기 전 그날 맞춘 퍼즐을 매번 사진으로 찍어두고, 그 사진들을 시간순서대로 배치하여 퍼즐이 완성되는 모습으로 싸이월드에 올린 것인데, 이렇게 과정으로 기록하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그림의 형태, 골격, 색깔, 그 무엇도 나타나지 않아 무슨 그림인지 전혀 알 수 없던 단계에서부터 차츰 그 형태를 드러내고 색깔을 채워가며 고흐가 그린 별들과 론강 강물에 비친 불빛, 별밤을 거닐던 두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그 과정은 나에게 알 수 없는 만족감을 주었다. 완성된 그림 자체도 좋았지만,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다시금 살펴보는 것도 좋았다.

50대를 지나가면서 이제는 60대, 70대로 이어질 길고 긴 내 인생에 아직도 새롭게 뭔가를 배우고 습득하여 퍼즐처럼 완성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남기는 것은 퍼즐을 맞추는 과정처럼 얼마간 힘들기는 하겠지만 생산적이고 재미있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사소한 것에 불과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이루어낸 시답지 않은 것이라도 내 인생의 속도에 맞게 내 인생 퍼즐을 맞추며 그 과정을 글로 남기려 한다.

제대로 성공해보지 못한 다이어트, 매번 앞부분에서 그친 영어공부, 읽다가 놔둔 수많은 책들, 마음만 크게 먹어둔 글쓰기, 한 달에 한 번 쓰는 일기 아닌 일기, 늘지 않는 운동... 분야도 너무나 다양하고 다채롭다.

이런 글을 쓰고 글을 드러내는 것도 나로서는 거대한 도전이어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고 아무라도 응원받고 싶은 마음도 든다.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부터 시작해 보자. 시작이 반이고 지금이 내 인생의 반일지도 모르니까.

내 인생의 변화를 위한 도전장을 슬쩍 내밀어 본다. 주먹 불끈 쥐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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